수도 ㅣ 봉헌생활
유럽 수도원 기행: 독일 프랑켄의 뮌스터슈바르작 수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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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수도원 기행] 독일 프랑켄의 뮌스터슈바르작 수도원 시편 반주만 배운 게 아니었네 지난 2009년, 베네딕도회 한국진출 백주년 행사에 참여하기 위하여 우리 수도원을 방문한 뮌스터슈바르작 수도원의 미카엘 아빠스에게 장 엘마르 신부가 2010년에 자기가 본국휴가를 떠날 때 나를 데리고 갔으면 좋겠다고 귀띔을 해 놓았다. 본래 목적은 뮌스터슈바르작 수도원의 라바누스 신부에게 시편 반주를 배우게 하려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그것보다도 자신의 삶 전체를, 그리고 자기를 어렸을 때부터 품어온 ‘뮌스터슈바르작’ 공동체의 정신을 더 물려주고 싶어 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독일로 출국하기 앞서 엘마르 신부의 무서운(!) 개인교습으로 독일어를 익히고, 서류와 필요한 것들도 알아서 준비했다. 아무래도 본격적인 유학이 아닌 만큼, 공동체의 이해를 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래도 나름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뮌스터슈바르작 수도원에 가기 전에 며칠간 들렀던 엘마르 신부의 고향 ‘클라인오스트하임’의 말은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는 거다. “우리는 디알렉트(Dialekt - 각 지방 말) 사용하지요.” 뮌스터슈바르작 수도원에 가면 어떨까 했는데, 수도형제들이 전국에서 모이다보니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형제도 있지만 5개월 내내 무슨 말인지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했던 형제도 있었다. 프랑크푸르트와 가까운 클라인오스트하임에서 아우토반을 타고 뷔르츠부르크를 지나 프랑켄와인으로 유명한 좀머라흐와 데텔바흐 방면으로 좌회전을 해서 들어가면 저 멀리서부터도 마인강변에 위치한 네 개의 커다란 탑이 보인다. 어떤 탑은 샘이 솟는다고 하고, 어떤 탑은 시계가 있고, 어떤 탑은 종이 달려 있는데 지어진 시기나 목적은 잘 모르겠다. 아무튼 겉에서 보이는 네 개의 탑이 이 수도원의 상징인지, 수도원에서 운영하는 사업체 이름이 ‘Vier-Turme GmbH’, 우리말로 굳이 번역한다면 사탑사(四塔社)라고 할까. 베네딕도회 수도원들이 대개 다 그렇듯 이 여기도 수도원 전체 구조가 정말 복잡하다. 건물 내부를 비롯하여 수도원에서 운영하는 김나지움과 피정집, 외부의 사업체까지 까딱 넋 놓고 돌아다니다 보면, 나가긴 나갔는데 들어오는 길을 잃어버린다거나, 막다른 길에 막혀 한참을 고민하다가 오랫동안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추억이 서린 장소들 건물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몇 군데 인상적인 곳을 소개한다. 5개월 동안 말 못하는 나를 끊임없이 위로해 주었던, 결국은 소시지가 될 수밖에 없는 팔자를 타고 났던 순둥이 소들이 머무르는 축사와 로마노 수사의 절친 토마스 모루스 수사가 관리하는 양 우리는 꼭 다시 가 보고 싶은 곳이다. 특히 양우리 옆에는, 전형적인 독일인 특유의 무서운 인상을 타고난 크리스토프 원장신부가 별을 관찰하기 위하여, 큰 망원경과 그것들을 통제하는 컴퓨터 시스템을 설치한 관측소도 볼 수 있다. 물론 아무한테나 안 보여준다. 축사와 양 우리 사이에 있는 바이오 연료를 만드는 작업장과 화목 연료로 에너지를 얻어내는 발전시설, 그리고 수도원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슈바르작 강에 설치해 놓은 수력 발전 시설에서는 대체 에너지가 생산된다. 그곳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그 큰 수도원에서 사용하고도 남아 정부에 판다고 한다. 마침 독일 곳곳에서 원자력에 반대하는 시위가 한참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었고, 많은 독일인들이 대체 에너지에 관심을 쏟고 있었다. 무분별하게 원자력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에게 큰 새김거리가 되지 않을까 한다. 원자력이 아니어도 불편함을 조금 감수한다면 분명히 우리 실정에 맞는 대체 에너지가 지역에서 자체 생산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이다. 그밖에 우리 수도원의 고(故) 김장수 보니파시오 신부가 묻혀있는 수도원 묘지, 산책로에 있는 성모경당 벽화가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 이 벽화는 우리 수도원 성모상 뒤에 있던 로사리오 기도화의 시험작이라고 한다. 수도생활 쇄신의 동력인 영성 수도원의 자랑, 피델리스 신부 뮌스터슈바르작 수도원 형제들은 프랑켄이라는(절대 자기네들은 바바리아가 아니라고 함) 지역적 특색도 있지만, 수도생활의 본질을 찾는 삶을 살아서인지 처음엔 무척이나 날카롭고 냉정하게도 느껴진다.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 형제들이 순수한 신심과 순박한 성정을 가졌다면, 이들은 아주 세련된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 느낌이 난다고나 할까. 하지만 가까워지면 어느 순간부터 그 따뜻한 마음속을 계속 내보여주고, 이들과도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다. 작년 5개월간 배운 것은 아직도 머릿속에서 정리가 안 된 채로 엉켜 있긴 하지만, 수도승다운 삶(Conversatio morum-회심의 삶)을 기본으로 하여 나날이 삶을 가꾸어 나가는 것이 바로 우리 수도원이, 우리 교회가 나아가야 할 길이 아닌가 한다. Ecclesia semper reformanda(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 참고할 만한 누리집 뮌스터슈바르작 수도원 http://www.abtei-muensterschwarzach.de 뮌스터슈바르작 수도원 페이스북 페이지 http://www.facebook.com/Muensterschwarzach (글 이 아타나시오 신부, 사진제공 이 아타나시오 신부, 토마스 모루스Thomas Morus Bertrm 수사) [출처 : 분도, 2011년 겨울호,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홈페이지] 0 2,743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