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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목] 영화 문신을 한 신부님의 불편한 시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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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와 함께 – 영화] ‘문신을 한 신부님’의 불편한 시선
소년원 가석방을 앞둔 다니엘은 사제직을 동경합니다. 그러나 교정 사목자인 토마시 신부는 신학교는 전과자를 받지 않는다, 신부가 아니더라도 선행을 할 쉬운 방법은 많다며 선을 긋습니다. 출소하는 길에 그의 사제복을 훔쳐 나온 다니엘은, 원래 목적지였던 시골 마을의 목공소 대신 근처의 성당에 들렀다가 순간의 치기로 토마시 신부 행세를 시작합니다.
가짜 신부는 요양차 본당을 비운 주임신부를 대신해 성사와 강론을 하고, 불의의 사고로 비탄에 빠진 마을 사람들을 치유합니다. 그가 사람들의 비탄 속에 은폐된 반목과 증오까지 해소시키며 영화의 감동이 증폭되려는 순간, 진짜 토마시 신부의 등장으로 진실은 밝혀지고 다니엘은 응분의 벌을 받습니다.
가짜 신부의 신앙고백과 훈화에도 새겨들을 구절은 간간이 있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영화는 그의 활약을 미화하지 않습니다. 다니엘은 소년원에서 시골 성당으로 향하는 길에서도, 신부 행세를 하면서도 악습을 끊지 못합니다. 꾸밈없고 솔직한 강론으로 박수를 받는 모습은 얼핏 자아도취의 기운을 풍깁니다. 많은 이를 용서와 속죄로 이끌었건만, 소년원으로 되돌아간 그는 앙갚음의 유혹에 금세 굴복합니다.
카메라의 시선을 따르다 보면, 다니엘의 눈길이 속죄와 정화를 간청하듯 ‘그리스도의 몸’에 매달리는 장면들을 발견합니다. 그는 제단에 걸린 십자고상, 성찬례 때 들어 올린 성체, 성체 행렬 중에 멈추어 경배한 예수님의 성화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진실을 고백하려 사제복을 벗은 순간, 저속한 무늬와 성화 문신이 공존하는 그의 맨몸은 거룩함을 갈망하면서도 무지와 악습을 끊지 못한 처지를 보여줍니다. “우리는 모두 주님의 사제”라는 토마시 신부의 말을 흘려들은 채 사제의 겉모습만을 탐내고, 사제복을 벗은 뒤에도 남아 있는 주변인들의 축복과 호의를 보지 못한 채 자신을 놓아 버린 주인공의 어리석음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2020년 5월 17일 부활 제6주일 수원주보 5면, 김은영 크리스티나(한국천주교주교회의 미디어부)] 0 1,452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