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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신도가 만난 평신도: 평신도와 함께 논의하고 함께 결정하는 교회 돼야(의정부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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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신도가 만난 평신도] “평신도와 함께 논의하고 함께 결정하는 교회 돼야”
의정부교구 평협은 전국 평협 가운데 막내다. 2013년 사도직단체 대표들이 모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를 구성했고 지난 6월에 본당의 평신도 봉사자들까지 참여하는 의정부평협으로 확대해 공식 창립했다. 교구 설정 15년 만의 경사였다. 의정부평협은 평협 조직으로는 막내이지만 평신도 활동의 핵심인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을 이어가는 데에는 가장 앞서가고 있는 젊은 평협이다. 의정부평협의 신조인 ‘함께 걸어가는 교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의 핵심가치이기도 하다.
김용무 회장(69)은 본지의 취재 요청에 특별할 것 없는 봉사직을 맡았는데 교회 언론과 방송이 평협 창립에 큰 관심을 가져주어 고맙기도 하고 적잖이 부담이 된다고도 했다. 회장으로서 조직을 강하게 이끌고 나가기보다는 일하는 사람들이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고 성령께서 활동하시도록 장을 마련해 주고자 한다고 했다. 신앙인으로서 봉사자로서 ‘서번트 리더십’이 몸에 밴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쁜 시간을 쪼개어 질문에 성실하게 답해주신 김용무 회장께 감사드린다.
* 늦었지만 평협의 출범을 축하드립니다. 의정부평협은 어떻게 설립하게 됐는지요?
의정부교구 평협은 올해 6월 29일 창립총회를 갖고 출범했습니다. 본래는 10년 전에 출범할 예정이었는데 마침 그때가 전임 교구장님이 떠나고 새 교구장님이 오시면서 잠시 보류한다는 것이 그만 오랜 시간이 흐르고 말았습니다. 당시 평협도 현재와 같이 본당과 교구 사도직 단체를 두루 아우르는 형태였습니다. 이후 10년 동안은 평단협 중심으로 운영해오다 작년에 현 교구장이신 이기헌 주교님의 요청으로 평협 출범 준비를 재개하게 되었습니다.
설립을 준비하면서 10년 전의 경험과 그동안 의정부교구에서 추구해온 사목방향, 보편교회 지향을 반영하기 위해 출범 전 연구 소모임을 만들어 반년 간 운영했습니다. 이때의 연구 결과를 반영해서 우리 교구는 시노달리티(Synodality, 공동합의성)이라고 불리는 ‘함께 걸어가는 교회’를 신조로 내걸었습니다. 공동합의성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의 핵심으로 ‘함께 논의하고 함께 결정하는 교회’를 지향합니다.
그래서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들이 서로 겸손하게 화합하며 따뜻한 공동체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자 합니다. 평신도 사도직 활성화를 위해 특히 평신도 교육에 많은 힘을 보태려고 합니다. 의정부평협은 크고 작은 자체 행사를 치르는데 힘쓰기보다는 교육과 양성에 치중하고, 교구 사목활동에 밀접한 연관을 맺으며 일하자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습니다. 이후 이 방향을 본당사목회장, 교구 사도직 단체장들과 공유한 뒤 교구장님의 재가를 얻어 순조롭게 출범했습니다.
*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들이 서로 겸손하게 화합하며 따뜻한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는데요,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십시오.
‘함께 걸어가는 교회’는 시노달리티의 다른 말입니다. 그런데 ‘함께 걸어가는 교회’는 선언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으로 교회 생활에서 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러자면 우리 평신도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지금까지와 같이 수동적이고 자기 신앙생활에 소극적인 모습으로는 곤란합니다. 사제, 수도자들과 더불어 복음화 사명을 수행하려면 우리 평신도들이 지금보다 기도도, 공부도, 활동도 더 열심히 해야 합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교회 안에서 모든 신원이 함께 걸어가는 것도 신원 간 균형이 맞아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우리 평신도들이 사제들의 말씀에 따르기만 하고 스스로 능동적이지 못하고 결정만 기다리는 자세였다면 이제는 우리 평신도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이렇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하고 제안을 하고 교회 운영의 모든 결정을 사제들과 합의해서 협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의정부평협은 사제단과 평신도 단체를 서로 구분하는 게 아니라, 교회의 일에 대해 함께 협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내서 참여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의정부교구는 내년에 ‘공동합의성’을 주제로 사제 연수와 총회를 가질 예정입니다. 올해도 여러 차례 교육 기회를 가졌습니다. 주교님도 사목방향의 중심을 공동합의성에 두려고 하십니다. 그만큼 교구 사제들이 여기에 관심과 열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내년부터 의정부교구는 교구와 본당의 삶에서 공동합의성을 실현하기 위해 실제적인 노력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방향과 분위기를 고려할 때 우리 교구 평신도들도 그에 상응하는 준비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 이렇게 평협의 방향을 정하는 데에는 교구장님의 이끄심과 도움도 크셨을 텐데요, 의정부교구의 역사와 교구장님 소개도 해주실까요?
의정부교구는 한국천주교회의 제16번째 교구로 2004년 6월 서울대교구에서 분가해 신설됐습니다. 가장 나중에 설립됐기 때문에 다른 교구에 비해 사제들이 젊고 평신도들과도 의사소통이 잘 됩니다. 앞에서 말씀드렸지만 그런 점에서 ‘함께 소통하고 걸어가는 교회’를 만들기에 매우 희망적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의정부교구가 젊고 소통하는 분위기를 갖게 된 것은 초대 교구장 이한택(요셉) 주교님의 이끄심이 컸습니다. 이한택 주교님께서는 6년의 재임 기간에 ‘찾아가는 교회, 함께하는 교회’를 사목 모토로 삼아 신생 교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셨습니다. 이에 따라 의정부교구의 모든 구성원들은 모교구인 서울대교구 시절에 축적된 역량을 이어가면서도 쇄신과 체질 개선을 위한 성찰과 실천을 기울일 수 있었지요. 의정부교구는 이때 ‘민족화해’와 ‘이주사목’을 주력 사목분야로 정했습니다.
그 뒤를 이어 2010년 5월, 제2대 교구장으로 이기헌(베드로) 주교님이 교구장으로 착좌하셨습니다. 이기헌 주교님은 ‘소공동체’를 교구의 비전으로 삼아 교회의 근본사명을 수행해 나가자고 선포하셨지요. 이 주교님이 오신 뒤로는 민족화해와 이주사목에 더하여 공동협력 사목, 직장경찰 사목, 사회복지법인, 수도회와의 연대 등 하느님 나라 구현을 위해 힘을 쏟고 있습니다.
* 의정부교구는 소공동체와 이주사목, 북한 선교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하셨는데, 그 배경과 과정에 대해 더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의정부교구는 2014년 교구 설정 10주년을 의미있게 맞이하기 위해 1년 반에 걸쳐 시노드에 가까운 준비 작업을 했습니다. 전 교구민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신자들, 교구 내 모든 수도자, 전체 사제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해 교구 비전을 재확인하고 일부는 새로 추가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 내용은 2014년 대림 때 발표된 교구장 사목서한 ‘착한 목자’로 수렴되었고요. 이 서한에서 이기헌 주교님은 교구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소공동체, 청소년 사목, 사회사목의 활성화, 복음 선포를 향해 세상으로 달려 나가는 교회’를 사목 방향으로 정하셨습니다. 소공동체, 이주사목, 북한선교(민족의 화해와 일치)는 이 맥락에서 나온 실천 과제들입니다.
특히 ‘민족의 화해와 일치’는 교구의 지리적 여건, 주교님의 특별한 관심, 교구 사제들의 적극적인 태도 등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주사목과 그 연장에서 시작된 ‘난민 센터’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권고를 따르시려는 교구장님의 의지가 많이 반영되었습니다. 소공동체도 현 단계 교회 안팎의 상황을 고려할 때 중요성이 크다고 보신 것이죠. 전체는 아닐지라도 모범적인 공동체가 탄생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반영돼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교구들도 하고 있긴 하지만 의정부교구가 이런 부분에 더 중점을 두게 된 것입니다.
* 현재 의정부평협 임원진과 봉사자들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요.
의정부평협은 그동안 17개 사도직 단체 중심의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였다가 이번에 평신도사도직협의회로 통합했습니다. 이번 개편에 따라 의정부평협은 기존 사도직단체와 함께 본당사목회장단, 여성총구역장 등을 망라하는 실질적인 신자 대표체가 됐지요. 임원진은 회장인 저를 비롯해 부회장단, 감사, 사무국장이 있습니다. 사목회장님들이나 사도직 단체장님들이 담당하기 어려운 일들을 해야 하기에 주로 전문가들을 스태프로 모셨습니다. 연령대도 40~60대를 골고루 섞어 세대 간 경험을 전수하고 협력도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했습니다.
평협 내 분과는 기획, 교육·연구, 여성, 홍보 · 대외협력, 사회 등 5개로 최소화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행사들을 줄이는 대신 연구, 교육, 양성에 집중하기 위해서입니다. 각 분과 봉사자들도 이러한 일에 적합한 능력과 경험을 갖춘 분들로 모시려 애썼습니다. 5개 분과 중에서도 무엇보다 여성분과가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여성분과는 본당과 교회 안에서 여성 리더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 기존 평단협을 평협으로 확대 통합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요?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평단협에서 봉사하시던 많은 분들이 새로 만들어진 평협에 지금 함께 참여해 주고 계십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소통과 의견 나눔을 거쳤습니다. 그래서 조직을 하나로 통합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의정부평협에서는 내년에 어떠한 사업과 교육을 준비하시는지요?
올해 하반기는 기간이 짧아 조직을 정비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벌여 나가는 데 필요한 계획을 수립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평협 출범 직후인 지난 7월 20일에 자체 연수를 겸한 첫 모임을 열었습니다. 그때 나온 얘기 중에, 지금 30~40대 분들이 교회에 나오고 있는데 그분들이 어떤 단체나 모임에 소속되기에 애매모호한 위치에 있다는 그런 의견들이 나왔습니다. 지금 활동하는 사람들이 50~60대가 많은데 자연히 배턴을 이어 받으려면 30~40대 그분들이 활성화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었지요. 우리 의정부교구 뿐만 아니라 어느 교구나 다 겪는 문제이긴 하지만 그런 부분들도 평협에서 대안들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하반기에는 당시에 논의됐던 내용들을 중심으로 각 분과 봉사자들을 초빙하고, 평협 출범 때 나누었던 생각을 공유하고 내년 활동을 구상하는 일들에 집중했습니다. 아울러 내년의 중요한 사목방향이 될 공동합의성에 대한 공부, 교육, 평신도 주일 강론 자료 제공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의정부평협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갖춰지지 않은 것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도 큰 욕심부리지 않고 작은 일부터 차근차근 해나갈 생각입니다. 겸손하고 능력 있는 실무진과 함께 평신도들의 부지런한 심부름꾼이 되겠습니다.
* 회장님께서는 의정부교구 ME(매리지 엔카운터) 활동도 하시고 본당 회장으로 7년 동안 봉사도 하신 것으로 압니다. 봉사자로 일하는 기쁨도 크셨을 텐데요!
저는 교회 안에서 봉사와 활동을 구분하는 제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습니다. 이 기준은 저한테만 적용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내놓고 하는 봉사가 아니라 그저 좋아서 하는 활동을 많이 해 왔습니다. ME 활동이 바로 그런 것이지요. ME 활동을 하면서도 저희 부부가 얻는 기쁨이 더 컸으니 봉사라고 할 수 없겠지요. 본당(양주2동 본당) 사목회장이라는 자리는 본당 신자들의 심부름꾼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끝내고 나니 제가 신자들의 이야기를 잘 들었는지 겸손했는지 의문입니다.
* 회장님께서 신앙을 가지게 된 사연도 궁금합니다.
저는 15세 때 교리를 받았으나 도저히 세례를 받을 용기가 없어서 안 받았습니다. 20년 후인 1985년 35세에 한 번 하느님 말씀대로 살아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에 세례를 받았습니다. 수녀회 입회를 준비하던 막내 여동생의 권유로 온 가족이 함께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회사 일 핑계로 금방 냉담을 하게 되었고 40대 초반에 사업 실패로 거의 폐인이 되다시피 했는데 어머니의 기도와 아내 미카엘라의 기도로 다시 신앙을 찾게 되었고 본당 사목회 일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저는 40대를 넘어서야 진정한 신앙심을 갖게 됐습니다. 그때부터 모든 일의 중심에 하느님을 두고 살아왔습니다. 어려웠을 때 겪었던 일과 그때마다 기적을 일으켜주신 주님의 은총에 대해 항상 감사하게 됩니다. 살면서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은 실패할 수가 없음을 늘 체험하고 있습니다.
* 평협 활동이 회장님께 주는 기쁨이나 보람도 크실 것 같습니다.
평협 회장을 맡은 기쁨이나 보람보다는 제가 우리 의정부평협이 앞으로 공동합의성의 정신으로 기쁘고 활기찬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교구민들과 사제들의 심부름꾼으로서 역할을 어떻게 할까 하는 걱정이 더 많습니다. 제가 앞에 나서서 이끌기보다는 서로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따뜻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제 역할이고 하느님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후에는 성령께서 이끌어 주실 것입니다.
* 평협 활동과 관련해 회장님께서 말씀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해주십시오.
교구마다 평협도 각각의 고유성과 전통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각각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하나의 교회로 모이는 것이 우리 가톨릭의 장점이자 고유한 가치라 생각합니다. 우리 교구도 마찬가지입니다. 모여서 의견을 나눌 때 서로의 ‘다름’을 확인할 때가 많지요. 그럴 때 ‘예수님께서는 어떻게 하실까?’, ‘예수님께서 지금 이 자리에 나와 함께 계신다면 어떻게 하실까?’를 생각한다면 어려운 일도 수월하게 풀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 교구 평협이 가는 방향에 맞게, 평협을 이루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웃으면서 일한다면 모두 기쁘고 즐겁지 않을까요?
[평신도, 2019년 겨울(계간 66호), 김용무 미카엘(의정부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장), 대담 · 정리 나권일 편집위원] 0 2,773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