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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기후는 공공재입니다13: 기후위기 시대의 그린뉴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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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07-12 ㅣ No.1841

[기후는 공공재입니다] (13) 기후위기 시대의 그린뉴딜


허울좋은 ‘친환경 사업’에 가려진 불평등 구조 바꾸자

 

 

- 정부와 기업은 친환경과 그린뉴딜을 외치면서도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인 화력발전과 각종 토건 개발 사업에 거침이 없다. 가톨릭기후행동 관계자들이 2020년 5월 22일 강원도 삼척 블루파워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현장을 방문해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영화 ‘기생충’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주인집이 캠핑 간 틈을 빌어 송강호네 가족은 그 집에서 술판을 벌인다. 그러나 장대비에 계획을 취소한 주인 가족이 돌아오고 송강호네 가족은 서스펜스 넘치는 탈출극 끝에 원래 살던 집을 향해 걷는다.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터널을 지나고 작은 폭포수를 이룬 계단을 내려간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동네와 집은 물에 잠겨 있다. 그들은 이재민이 되어 동네 체육관에서 밤을 지새워야 하는 신세가 된다. 반면 주인집 아들은 쏟아지는 빗속에도 캠핑 놀이를 하겠다며 마당의 텐트 속에서 놀고 젊은 부부는 전면 유리창을 통해 아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며 사랑을 나눈다.

 

영화의 많은 장면들 중에 유독 이 장면이 기억에 남는 것은 이것이 기후위기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증가로 인해 더 잦아지고 더 심각한 규모로 발생하고 있는 폭우와 태풍, 폭염, 가뭄 등은 세계 곳곳에 비교적 고루 분포된다. 그러나 이러한 이상기후 현상으로 피해는 가난한 나라들이 많은 남반구에 집중된다. 한 나라 안에서도 기후재앙은 가난하고 차별받는 이들에게 집중된다. 폭염 속에서 일해야만 하는 누군가는 픽픽 쓰러지겠지만 누군가는 에어컨 속에서 그 더위를 피해 간다. 폭우가 쏟아져 누군가는 집과 생명을 잃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폭우조차 호사롭게 즐길 여유가 주어진다. 기후재앙의 피해는 이처럼 편파적이다.

 

 

기후재앙의 피해는 편파적이다

 

편파적인 것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유엔환경계획이 작년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기온을 섭씨 1.5도 이내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일인당 평균 탄소 배출량을 2.1톤으로 줄여야 한다. 2015년 현재 일인당 평균 탄소 배출량은 4.5톤인데, 전 세계 소득 하위 50%는 이미 2030년 목표치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0.69톤만을 배출하고 있다. 이 수치는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상위 10%는 23.5톤, 상위 1%는 74톤, 상위 0.1%는 무려 216.7톤을 배출한다. 기후위기에도 별 탈 없이 지낼 수 있는 사람들일수록 기후위기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 배출은 더 많이 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기후위기의 원인 제공자와 그로 인해 피해를 입는 자가 다르다는 기후부정의의 상황은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기후위기 극복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더 많은 부를 가진 개인들이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만, 정작 자신의 풍요로운 생활 방식을 바꾸려 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개인을 넘어 기업들을 보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한 연구에 의하면 세계 100대 기업이 전체 온실가스의 71%를 배출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기업일수록 자신의 치부를 가리기 위한 녹색 치장에 더 적극적이다.

 

한국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12% 가량을 배출하는 포스코는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임을 내세우면서도 삼척에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인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다. 홈페이지에서 “지속가능한 저탄소 녹색미래를 위해 지금 행동합니다”라고 자랑하는 삼성 역시 강릉 안인 해변에 짓고 있는 화력발전소 둘로도 모자라 베트남 석탄발전소 건설에도 투자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선도하는 것처럼 행세하는 SK 역시 해외 가스전 투자는 물론 국내 여러 곳에서 가스발전소도 운영하고 있다.

 

 

기후정의의 법제화

 

이런 상황인데도 정부는 이들이 기후위기를 해결해줄 것처럼 치켜세우면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경제지를 보면 모 재벌 그룹이 그린뉴딜 바람을 타고 22개 회사를 신규 매입했다느니 대기업들이 정부 지원에 힘입어 신재생에너지로의 사업 확장에 나섰다느니 하는 기사들이 넘쳐난다. 지역균형발전을 말하며 나오는 정책들도 온통 기업들에게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것들뿐이다. 가덕도, 제주도, 새만금 신공항 등 토건 개발 사업도 줄을 잇는다. 아무리 친환경 사업이라 딱지를 붙여도 온실가스 배출은 늘어만 간다. 소수에게 부가 집중되는 사이 다수는 더 심각해지는 기후위기 피해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기후부정의의 심화는 이처럼 기후위기의 악화와 쌍을 이룬다.

 

그러나 정부의 탄소중립 계획도,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기후위기 대응 법안들도 기후부정의의 문제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이 제안한 기후정의기본법은 이런 암담한 상황에 대한 응답이다. 기후정의기본법의 요체는 기후부정의가 지속되는 조건에서는 기후위기 극복도 불가능하다는 인식이다. 대기업들이 지금까지 엄청난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기후위기의 원인을 제공했다면 이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하고, 기후재앙으로 피해를 입을 시민들에게는 기후위기 당사자로서 보호받을 권리와 함께 정책 설계에 참여할 지위를 보장해야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생충’인 사회에서는 어떠한 문제도 해결될 수 없다. 그렇기에 기후정의의 법제화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사회적 힘을 모으기 위한 첫걸음이며, 구조화된 불평등을 넘어 공동체성이 회복된 사회로 전환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기후정의의 목소리는 너무나 약하다. 더 많은 이들의 더 큰 목소리가 너무나 필요하다. [가톨릭신문, 2021년 7월 11일, 김선철(기후정의활동가 · 기후위기비상행동 집행위원)]

 

 

‘그린뉴딜’ 원래의 목표는 - 환경과 인간 공존 위한 ‘사회 대전환’

 

 

그린뉴딜은 ‘그린(green)’과 ‘뉴딜(New Deal)’의 합성어로 환경과 사람이 중심이 되는 지속 가능한 발전 정책을 의미한다. 이는 기존의 경제와 산업 체제에 대한 대변혁으로 저탄소 경제구조로 전환해 기후위기와 환경 문제에 대응하려는 것이다. 그린뉴딜은 특히 코로나19로 본격화된 감염병 팬데믹 상황 이후, 즉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팬데믹 상황은 인류의 환경 파괴와 이로 인한 기후 변화와 깊은 관련성이 있다. 감염병 시대 인류는 더 이상의 환경과 생태계 파괴가 결국 자멸의 길로 이어질 것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환경과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삶을 확보해야 하고, 이는 결국 경제와 산업 시스템의 대전환을 요구한다.

 

‘그린뉴딜’이라는 용어는 2007년 미국에서 발간된 토머스 프리드만의 「코드그린(Code Green)」에서 처음 사용됐다. 이후 세계 각국에서 그린뉴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돼 2008년 영국에서 환경과 경제 전문가들이 ‘그린뉴딜’ 보고서를 발표했다. 미국에서는 오바마 정부의 주요한 정책 기조로 신재생 에너지 투자가 적극 이어졌고 2018년에는 민주당 상하원 의원들이 그린뉴딜 결의안을 제출, 2030년까지 탄소 제로 사회로 전환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유엔환경계획에서도 지속가능한 성장 계획을 담아 ‘글로벌 그린뉴딜’ 보고서를 발간했다.

 

유럽은 세계 어느 지역보다 먼저 청정에너지로의 전환과 에너지 효율 향상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은 기후 변화 및 환경 분야의 청사진을 담은 전망으로 2050년까지 유럽에서 탄소 중립을 달성한다는 강력한 목표를 명시했다.

 

한국에서도 2000년대 들어 환경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2008년 녹색성장 아젠다가 제시되면서 환경 문제가 에너지 계획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 2009년에는 ‘녹색 뉴딜 사업 추진 방안’이 발표됐지만 이러한 정책들은 토목 사업에 치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는 2020년 7월 코로나19 이후 경기 회복을 위한 국가 프로젝트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디지털 뉴딜, 안전망 강화와 함께 그린뉴딜이 세 가지 큰 축의 하나로 담겨 있다. 한국의 그린뉴딜은 코로나19를 계기로 기후위기 대응 및 저탄소 사회와 산업으로의 전환이 시급해지면서, 사회적 인프라와 에너지의 녹색 전환 및 녹색산업 혁신 등 탄소 중립 사회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한국의 그린뉴딜 정책은 환경 문제를 경제와 산업 전반과 깊이 연계하고 있다는 점은 원론적으로 의미를 갖지만, 여전히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사실상 외면하고 경제 성장에 방점을 두고 있어 비판을 받고 있다. [가톨릭신문, 2021년 7월 11일, 박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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