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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우리 공동의 집 보전하기: 탄소발자국을 생각하는 여름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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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08-14 ㅣ No.1845

[우리 공동의 집 보전하기] 탄소발자국을 생각하는 여름나기

 

 

“와~ 여름이다!!” 신나는 노랫말처럼 지루한 장마가 지나고 나면 뜨거운 햇살 아래 산과 바다를 찾는 휴가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설렙니다. 작년에는 휴가를 취소한 사람들이 많았고 여전히 코로나 19에 대한 경계를 늦출 수는 없지만 그래도 백신 효과와 모임 기준 완화로 사람들의 마음은 한결 느긋해져 여행에 대한 욕구는 폭발할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휴가라는 말보다는 더위를 피한다는 피서(避暑)라는 표현을 훨씬 많이 사용했던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나무 그늘에 쉬거나, 계곡물에 발을 담그며 자연 안에서 더위를 피했지만, 요즘에는 전기를 이용해서 시원한 환경을 만들 수도 있고, 각종 레저와 여름 스포츠 덕분에 굳이 더위를 피하기보다 쉬고 즐기는 의미가 큰 것 같습니다.

 

한편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여름은 더 길어지고 더 더워졌습니다. 6월 말에 시작하여 약 한 달간 지속하던 장마는 작년에는 54일간이나 지속하였고, 이 때문에 일조량 부족으로 농작물 피해도 컸습니다. 도시 인구의 반 이상이 콘크리트로 지어진 공동주택에 살고 있고, 조밀하게 지어진 공동주택, 원룸 등에 사는 사람들은 더위를 견디기가 더욱더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제 많은 곳에서 에어컨과 제습기는 필수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열악한 주거환경에 있는 가난한 이웃들은 찌는 더위 때문에 집 안에 머물 수조차 없습니다. 아스팔트로 덮인 대지는 대기 온도를 더 높입니다. 산업 문명으로 인한 에너지 소비로 온난화가 발생했고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를 견디기 위해 또 에너지를 써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한국의 1인당 전력소비량은 2018년 기준 아이슬란드와 미국 다음으로 많습니다. 한국의 가정 부문 전력 소비는 OECD 평균보다 적지만 산업 부문의 전력 소비가 많습니다. 전기의 가격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저렴하기 때문에 많이 사용할 수 있기도 합니다. 파리기후협약은 산업화 이전 대비 대기온도 1.5도씨 상승을 제한하기로 결의했습니다. 이를 위해 제안된 탄소제로 달성을 위해 탈탄소를 지향하면서 동시에 위험한 핵에너지를 벗어나는 탈핵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의 생산을 늘려 전력 소비를 감당해야 합니다. 그래서 재생에너지의 생산량이 증가하는 시간 동안에는 전기 사용량을 줄여 수급을 맞추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여름휴가 즐기며 다른 피조물이 고통당하지 않도록 힘써야

 

여름은 전력 소비가 가장 큰 계절입니다. 에어컨 사용이 급증하는 시간인 만큼 정부에서도 전력을 비축하고 블랙아웃을 막기 위해 여러 방안을 제안합니다.

 

▲ 가정에서는 실내 온도를 26℃ 이상으로 유지하고 에어컨 사용을 자제하기 ▲ 사용하지 않는 전자제품의 플러그를 빼놓기 ▲ 셋톱박스의 전원 끄기 ▲ 냉장고의 음식물은 60%만 넣기 ▲ 전기밥솥의 보온 기능 사용하지 않기 ▲ 세탁물 모아서 세탁하기 ▲ 여름철 전력 피크 시간대(2시~5시) 전기 사용 자제하기 등을 권장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전력 소비는 가정보다 제조업에서 사용하는 양이 크기 때문에 제조업과 서비스업에서 절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여름철 휴가 계획을 세울 때 에너지를 덜 쓰고 탄소발자국을 덜 남기는 휴가 계획을 세워보면 좋겠습니다. 탄소발자국을 가장 크게 남기는 것은 비행기입니다. 장거리 해외여행보다는 국내 가까운 곳에서, 비행기보다는 육상 교통, 대중교통이면 더욱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습니다. 휴가지에서 별미로 먹는 육류 음식도 좋지만, 육식을 조금 줄이고 가까운 지역의 제철 농산물과 해산물, 해초류를 먹습니다. 물을 오염시키지 말고 아껴서 사용하고, 여행 시 사용하는 일회용품, 특히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자제하도록 미리 생각하고 준비한다면 휴가 지역에 발생하는 엄청난 쓰레기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흙과 물과 산, 이 모든 것으로 하느님께서 우리를 어루만지십니다”(‘찬미받으소서’ 84항). 그래서 그리스도인들에게 휴가는 단순히 심신을 쉬고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연을 통해 드러나는 하느님의 사랑을 확인하는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작은 풀 한 포기, 지저귀는 새, 물가의 작은 물고기조차 하느님이 창조하시고 기뻐하신 생명체입니다. 산과 바다를 보시고 좋아하신 마음을 되새기다 보면 하느님의 마음에 젖어 들고, 이 모든 피조물을 형제자매로 부른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의 마음을 헤아리게 됩니다.(‘피조물의 찬가’, ‘찬미받으소서’ 87항)

 

세상에 주신 아름다운 자연과 생명체를 보면서 감탄하고, 이를 창조하신 그분의 사랑으로 위로받고 회복되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더불어 이런 감사한 시간이 탄소발자국을 더해 이웃의 고통을 증가시키는 시간이 되지 않도록 애쓰며, 더위 때문에 더욱 고통받는 이웃을 위해 기도하고 도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여름휴가를 즐기며 다른 피조물이 고통당하지 않도록, 이 공동의 집을 더욱더 괴롭게 하지 않고 회복시키는데 마음을 모으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1년 8월호, 하유경 아나스타시아(서울대교구 하늘땅물벗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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