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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리

가톨릭 신자들을 위한 가톨릭 신학5: 사제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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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1-31 ㅣ No.3026

가톨릭 신자들을 위한 가톨릭 신학 (5) 사제는 누구인가?

 

 

‘가출’과 ‘출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비슷하지만, 다른 말입니다. 공통점은 더 나은 삶을 위해 현재의 거주지를 떠난다는 점입니다. 분명한 차이점도 있습니다. 가출은 지금 머무는 곳이 싫어 떠나지만, 출가는 찾아갈 곳이 좋아 떠나는 경우입니다. 가출과 출가 모두 성공하기 위해서 노력과 절실함이 요구됩니다.

 

엊그제 서울대교구 사제서품식이 있었습니다. 출가한 젊은이들이 사제가 되었습니다. 사제란 누구이고, 사제의 삶과 길은 어떤 것일까요? 한마디로 답하기 쉽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사제는 하느님과 관련된 사람, 하느님 때문에 존재하는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사제는 하느님의 선택과 부르심에 응답한 사람입니다. 하느님이 계시지 않는다면, 사제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사제는 최고의 중재자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중개자가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제란 ‘하느님의 더 큰 영광과 그분 백성을 위해 봉사하는 존재’입니다.

 

사제란 예수 그리스도처럼 살고자 하는 사람 중 가장 앞장서 사는 사람입니다. 예수님 제자 중에는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른 사람들도 있었고, 자기 삶을 유지하면서 예수님을 따른 사람도 있었습니다. 사제는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 즉 복음을 전하기 위해 자기 삶의 자리를 떠나서, 가진 것을 다 버리고, 온전히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입니다. 독신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무소유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예수님 때문에 혼자 살고, 예수님을 소유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것입니다.

 

사제는 하느님 백성을 위해서 그분 말씀을 해석하고 가르치며, 백성을 대표해서 하느님께 기도와 예배를 드리고, 성사를 거행하는 사람입니다. 사제는 자신이 받은 주님의 사랑과 기쁨을 하느님 백성에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서 사제는 어딘가에 한 사람이 따로 떨어져 있으면 그 사람 때문에 그곳에 가고, 한 사람도 없다면 그 한 사람을 만들기 위해서 그곳에 가는 사람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가톨릭교회는 사제를 하느님의 더 큰 영광과 그분 백성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으로 이해합니다.

 

사제는 ‘영원하신 대사제’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대신해 하느님께 제사 드릴 수 있도록 뽑힌 사람, 즉 주교와 신부를 포함합니다. 부르심으로 선택된 모든 사람은 하느님과 그분 백성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의 본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이 소명과 사명은 성직자는 물론, 수도자와 평신도 모두에게 해당됩니다. 수도자를 존경하는 이유, 수도자가 아름다운 이유는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오직 하느님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삶으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평신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성직자와 수도자만 자신의 삶으로 하느님을 증거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하느님의 부름을 받고, 선택된 사람입니다. 소명과 사명을 받은 사람답게 살아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처럼 똑같이 화를 내고, 욕심을 내고, 이기적으로 산다면, 그래서 그리스도의 모습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런 사람을 어떻게 그리스도인이라 부를 수 있겠습니까?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를 닮으려 노력하는 사람,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말씀을 머리와 마음에 간직하며 사는 사람입니다.

 

[2022년 1월 30일 연중 제4주일(해외 원조 주일) 서울주보 4면, 조한규 베네딕토 신부(가톨릭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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