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토)
(백) 부활 제4주간 토요일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가톨릭 교리

가톨릭교회의 거룩한 표징들5: 판토크라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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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6-13 ㅣ No.3294

[가톨릭교회의 거룩한 표징들] (5) 판토크라토르


니케아 신경으로 태동된 그리스도 형상

 

 

니케아 신경이 태동시킨 판토크라토르 이콘은 예수 그리스도뿐 아니라 주님을 통해 드러나는 아버지 하느님 곧 전능하신 주 하느님을 표현하고 있다. 판토크라토르, 목판 템페라, 모든 성인들의 수도원 스페체스, 한국 정교회 소장.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그린 예수 그리스도의 형상은 언제나 성미술에서 첫 자리였고, 성자 하느님께 대한 교의가 정리되어 가는 과정에서 그 표현 내용도 더욱 성숙해져 갔다고 설명한 바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두 본성 가운데 신성이 강조되던 고대 교회 때에는 예수님의 형상을 건장한 청년의 모습으로 표현했다. 수염 난 흔적조차 없는 매끈한 얼굴에 그 어떤 고통도 느끼지 않을 것 같은 강건한 표정으로 묘사했다. 그러다 325년 제1차 니케아 공의회가 예수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아들이시자 하느님으로서 인간이 되신 후에도 여전히 하느님으로 계신 우리 구세주이시며, 인성과 신성을 한 실체 안에 모두 지니고 계신 분이심을 교의로 선포한 이후부터는 그리스도의 형상을 표현하는 내용이 더욱 풍성해졌다.

 

그 대표적인 이콘이 바로 ‘판토크라토르’(Παντοκρατωρ)이다. 판토크라토르는 성경에 모두 185번 나온다. 그중 구약 성경에 175번이나 언급되며, 예언서에 111번 표현된다. 신약 성경에는 바오로 사도가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둘째 서간(6,18)에 한 번, 요한 묵시록에 9번(1,8; 4,8; 11,17; 15,3; 16,7; 16,14; 19,6; 19,15; 21,22) 등장한다. 한국 가톨릭 주교회의가 펴낸 우리말 「성경」은 판토크라토르를 ‘주 만군의 하느님’(2사무 5,10; 1열왕 19,14; 시편 80,20 등)과 ‘전능하신 주님’(유딧 4,13; 집회 24,24; 2코린 6,18 등), ‘전능하신 주 하느님’(바룩 3,1; 묵시 1,8 등)으로 옮겨 사용하고 있다.

 

니케아 신경이 태동시킨 판토크라토르 이콘은 긴 머리에 수염을 풍성하게 기른 근엄한 표정의 ‘예수 그리스도’를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판토크라토르의 본 형상을 성자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드러나는 아버지 하느님이시다. 예수님께서는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요한 14,9)라고 선포하셨다. 판토크라토르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모상”(콜로 1,15 참조)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주 만군의 하느님, 전능하신 아버지 하느님을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판토크라토르는 예수 그리스도의 형상이며 아버지 하느님의 형상이다.

 

판토크라토르 이콘 형식은 그리스ㆍ로마 신화에 나오는 제우스와 포세이돈의 이미지와 로마 황제들의 초상에서 많이 따왔다고 한다. 그리스도의 얼굴에 신적 권위와 존엄을 드러내기 위해 황제처럼 굳은 표정의 군림하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또 머리카락과 수염이 남성성을 드러낸다는 고대인들의 생각을 반영해 그리스도의 충만한 인간성을 표현하기 위해 주님의 머리카락과 수염을 풍성하게 묘사했다.

 

4세기 이후부터 교회 안에 확산된 판토크라토르 이콘은 시간이 흐르면서 예수 그리스도를 표현하는 여러 상징이 장식됐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왼손으로 ‘복음서’(생명의 책이라고도 함)를 왼 가슴 쪽에 들고 계시고, 오른손으로 우리를 강복하신다. 오른손 손가락 중 굽혀진 세 손가락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펴진 두 손가락은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을 상징한다. 또 어떤 이들은 ‘하늘과 땅의 결합’을 표현한 것이라고도 한다.

 

전능하신 주 하느님의 머리 뒤로 ‘황금빛 후광’을 그렸다. 황금빛은 ‘하느님의 나라’와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낸다. 교회는 성화에 문외한 누구라도 주님의 초상을 알아볼 수 있도록 예수 그리스도의 후광에만 ‘십자가’를 넣고 있다. 그리고 후광의 십자가 세로목 위와 가로목 양쪽에 ‘Ο ΩΝ’ 또는 ‘Ο ωΝ’(오 온)을 새긴다. 이 글은 야훼 하느님께서 당신을 계시하실 때 하신 말씀으로 “나는 있는 나다”(탈출 3,14. 라틴말로는 Ego sum qui sum-에고 숨 퀴 숨)를 헬라어로 옮긴 것이다. 이는 ‘하느님만이 스스로 존재하시는 분이시며 십자가의 죽음으로도 결코 멈출 수 없는 생명의 원천’이심을 드러내고 있다. 아울러 예수 그리스도께서 ‘영원히 존재하시는 하느님이시며 천지 창조 이전부터 하느님이셨고 그분의 십자가를 통해 모든 사람을 하느님께로 들어 올리시는 분’이심을 고백하는 거룩한 상징이다.(묵시 1,8 참조) 한마디로 ‘주님의 신성’을 표현한 것이다. 때로는 후광 좌우에 ‘A’(알파)와 ‘Ω’(오메가)를 새겨 전능하신 주 하느님께서는 영원하신 분이심을 고백한다. 곧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모든 것의 시초이며 완성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후광 바깥 양면에는 헬라어로 ‘IC XC’(ΙΣ ΧΣ- Ιησουs Χριστοs 예수 그리스도)를 적어 넣는다.

 

이처럼 판토크라토르 이콘은 전능하신 주 하느님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느님의 권능이 하늘에서부터 땅끝까지 펼쳐져 세상 모든 민족이 그 은총을 누리고 구원을 받을 것임을 드러내고 고백하는 가톨릭교회의 ‘거룩한 표징’이다.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6월 12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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