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토)
(백) 부활 제4주간 토요일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종교철학ㅣ사상

과학칼럼: 언젠가 죽는 우주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7-03 ㅣ No.454

[과학칼럼] 언젠가 죽는 우주

 

 

지금부터 138억 년 전에 하느님께서 빛과 물질을 창조하셨다. 하느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빅뱅! 빛과 물질이 생겨라!!” 하시자 빛과 물질이 생겼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그 빛과 물질이 좋았다.

 

2022년 현재의 물리학적 관점에 따라 창세기 1장 1-4절을 살짝 수정하면 위의 문장처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제부터 빅뱅 우주론에 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빅뱅 우주론은 우리 우주의 기원과 현재까지의 팽창을 설명하는 물리 우주론으로, 간단하게 말하면 초기에 매우 높은 에너지로 응축된 작은 점이 대폭발(Big Bang)을 통해서 팽창하여 현재의 우주가 되었다고 보는 이론입니다.

 

벨기에의 가톨릭 교구사제이자 루뱅 가톨릭대학교에서 활동하던 이론천문학자인 조르주 르메트르(Georges Lemaitre, 1894-1966)는 1927년 아인슈타인의 중력장 방정식의 수학적 해(解)를 구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의 우주는 반드시 팽창해야 된다는 점을 이론적으로 밝혀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르메트르 신부님은 빅뱅 이론의 창시자로 현재 모든 물리학 교과서에 이름이 실려 있습니다. 그런데 중력장 방정식을 만든 장본인이면서 ‘우주는 영원불멸한 존재로서 그 상태를 유지한다.’는 개념을 당연하게 받아들인 아인슈타인은 르메트르 신부님의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1927년 브뤼셀에서 열린 학회에서 팽창하는 우주를 이론적으로 주장한 르메트르 신부님의 발표를 들은 아인슈타인은 다음과 같이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신의 계산은 정확하지만, 당신의 물리는 터무니없군요!”

 

하지만 그로부터 2년 뒤인 1929년부터 천문 관측을 통해 우주가 실제로 팽창하고 있다는 여러 증거들이 쌓이기 시작하면서 빅뱅 우주론은 우리 우주를 설명하는 가장 올바른 이론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특히 미국 항공 우주국(NASA)의 과학자들이 2001년에 우주에 쏘아 올린 관측 위성인 WMAP이 지구로 전송해 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우주의 나이가 약 138억 년임이 밝혀지게 되었습니다.

 

현재 물리학자들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우리의 우주는 팽창을 계속하다가 우주 전체의 밀도가 ‘0’이 되는 순간 혹은 우주의 절대 온도가 ‘0’이 되는 순간 우주는 종말을 맞게 된다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언젠가 머나먼 미래에 우리 우주는 죽는다는 말입니다. 138억년 전에 태어난 우리의 우주는 언젠가 수명을 다하고 죽게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 우주는 시작과 끝이 있으며, 유한한 수명을 갖고 있다는 과학자들의 주장은 우리에게 큰 충격을 줍니다. 다른 생명체는 몰라도 우주만큼은 영원불멸할 줄 알았던 우리는 이제 다음과 같은 심각한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 세상에 영원불멸한 존재는 대체 무엇이 있는가?

 

[2022년 7월 3일(다해) 연중 제14주일 서울주보 7면, 김도현 바오로 신부(예수회, 서강대학교 교수)]



871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