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ㅣ 봉헌생활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사랑의 선교 수녀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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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사랑의 선교 수녀회 (상) 세상에 사랑의 열매 맺은 ‘빈민들의 종’
- 콜카타의 성 데레사 수녀.
사랑의 선교 수녀회 설립자는 아녜스 곤히아 브약스히야, 대중에게 ‘마더 데레사’라 불리는 콜카타의 성 데레사 수녀다. 1910년 8월 26일 유고슬라비아의 스코페에서 태어난 성 데레사 수녀는 신심 깊은 알바니아계 부모님으로부터 신앙심을 배우며 자랐다.
어려서부터 수도자의 꿈을 키우던 그는 인도에서 선교 활동을 하고 있던 한 예수회 신부의 말에 감화를 받아 1928년 9월 25일 로레또 성모 수녀회에 입회했다. 이듬해 1월 6일 인도 콜카타에 도착해 수련기를 보내고 1931년 5월 24일 첫 서원을 한 뒤, 1937년 종신서원을 했다. 성 데레사 수녀는 성 마리아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지리와 역사를 가르쳤던 그는 1944년부터는 교장직을 맡는 등 18년 동안 교편생활을 했다.
성 데레사 수녀가 살았던 시대, 인도 콜카타 거리에는 사회의 무관심과 가난으로 수많은 빈민들이 굶주리거나 죽어가고 있었다. 성 데레사 수녀는 자신이 재직 중이던 학교생활과 너무나 다른 빈민들의 삶을 목격하고 가슴 아파했다. 소외되고 버려진 이들을 향한 관심과 사랑은 성 데레사 수녀의 삶에 변화를 가져왔다.
1946년 9월 10일 피정 차 히말라야 산기슭의 다르질링으로 향하던 열차 안에서 가난한 이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가난한 이들 안에 계신 주님을 섬기고 그분을 따르라는 ‘부르심 안에서의 부르심’(Call within a call)’을 받은 성 데레사 수녀.
특별한 은총을 경험한 그는 사랑과 영혼들에 대한 예수님의 목마름을 풀어 드리고자 하는 열망으로 가득 찼고 1948년 8월 16일, 오랫동안 누렸던 편안하고 안락한 생활을 버리고 ‘빈민들의 종’이 되길 결심했다. 무관심과 가난,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 곁으로 간 성 데레사 수녀는 주님과의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다.
빈손으로 시작된 그의 여정은 온갖 어려움과 역경에 부딪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좌절하지 않고 더욱 강인한 의지를 북돋울 수 있었던 것은 십자가 위에서 ‘목 마르다’라고 하신 예수 그리스도와의 친밀한 관계 때문이다. 성 데레사 수녀에게 하느님은 모든 것에 영감을 주고 자신의 소명이 세상에서 열매를 맺을 수 있게 도와주신 분이었다. 그분과의 일치는 성 데레사 수녀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됐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그의 헌신은 세상에 빛을 전하는 도구가 됐다. 그 빛은 세상 곳곳을 밝혔고 1979년 노벨 평화상이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1997년 9월 5일 데레사 수녀는 ‘와서 나의 빛이 되어 다오’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간청에 응답하며 아름다운 생을 마무리했다. 거칠고 주름진 손으로 가장 절박하고 비참한 순간에 놓인 이들을 어루만졌던 성 데레사 수녀. 그는 우리 시대 진정한 사랑의 어머니였다. 그가 선종한 지 6년 만인 2003년 10월 19일,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데레사 수녀를 시복했으며 2016년 9월 4일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시성됐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판, 2022년 11월 13일, 민경화 기자]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사랑의 선교 수녀회 (중) 보속과 희생으로 구원의 목마름 채우다
- 1981년 한국을 방문한 성 데레사 수녀(왼쪽)가 김수환 추기경을 만나 환담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목마르다.”(요한 19,28)
콜카타의 성 데레사 수녀가 만든 수많은 수도 공동체를 연결하는 것은 그녀가 제시한 공동의 목적, 즉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님이 가지고 있는 영혼 사랑에 대한 끝없는 열망을 충족시킨다는 것’이다. 사랑의 선교 수녀회 모든 공동체의 성당에는 공통적인 문구가 걸려있다. ‘목마르다’이다. 사랑의 선교 수녀회가 이 말씀을 따르는 이유는 2000년 전, 인류 영혼의 구원만을 위해 십자가를 받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신 마지막 호소이기 때문이다.
이 말씀은 사랑의 선교 수녀회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성 데레사 수녀에게 가난한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봉헌할 수도 공동체인 ‘사랑의 선교 수녀회’를 세우도록 당부했다. 그 말씀을 따라 사랑의 선교 수녀회는 1950년 10월 7일 인도 캘커타대교구의 승인을 받고 설립됐다. 회원들은 가난한 이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가난한 이들의 모습 안에 살아 숨 쉬고 계시는 예수님의 현존을 믿고 그들을 사랑하며 대가 없는 희생적 봉사로 섬기면서 “목마르다”는 그리스도의 부르심에 응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목마름은 회원들이 수행하는 이웃 사랑의 사업을 통해 해소된다. 또한 속죄를 위한 각종 수단과 기도를 포함하는 보속과 희생 사업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갈증을 채울 수 있다고 믿는다. 사랑의 선교 수녀회 회원들은 이러한 활동을 통해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라고 말씀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와 만나게 된다.
가장 가난한 사람에게 겸손하게 봉사하고자 했던 성 데레사 수녀의 선택은 사랑의 복음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성 데레사 수녀는 자신의 말과 행동을 통해 계급이나 종교, 문화, 국적에 상관없이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들 모두의 마음을 감동시켰다. 성 데레사 수녀의 삶은 ‘오늘날에도 하느님은 여전히 세상을 사랑하신다’라는 말의 표상이 됐다.
2022년 현재, 사랑의 선교 수녀회는 108개국에 5125명의 다국적 수녀들이 세계 각국의 빈민가, 시립병원, 요양소, 갱생원, 교도소, 재활원 등을 방문하면서 소외된 이웃들이 삶의 희망과 용기 그리고 참생명의 의미를 찾도록 돕고 있다. 또한 결핵환자, 에이즈, 나병환자, 행려자, 정신지체 장애인, 알코올 중독자를 위한 요양원, 재활원, 보호시설, 임종의 집 그리고 무료 양로원도 운영하고 있다. 수도회의 정신과 영성에 따른 빈민을 위한 사도직이 주요 활동 분야이다.
사랑의 선교 수도회 가족으로는 사랑의 선교활동 수녀회, 관상 수녀회, 활동 수사회, 관상 수사회, 사제회, 협력자회, 고통의 협력자회 그리고 평신도회가 있다. 모두 가난한 이들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이들에 대한 구원과 성화를 위한 일을 통해 하느님의 목마름을 채워 드리고자 하는 성 데레사 수녀의 영성을 공유한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판, 2022년 11월 20일, 민경화 기자]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사랑의 선교 수녀회 (하) 안산 · 인천 · 광주서 노인복지시설 운영
- 사랑의 선교 수녀회 활동 모습.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1981년 고(故)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의 초청으로 한국에 진출한 사랑의 선교 수녀회는 안산시 고잔동 ‘평화의 집’과 인천시 오류동 ‘온정의 집’, 광주광역시 신촌동 ‘성심의 집’을 운영하고 있다.
이 세 곳은 노인복지시설로, 사랑의 선교 수녀회 수도자들은 소외되고 가난한 무의탁 중증 노인 환자를 돌보며 임종의 집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수도자들의 하루일과는 ‘하느님에 대한 봉사’와 ‘인간에 대한 봉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매일미사와 성체현시, 성체조배는 엄격히 지키는 활동 중 하나다. 수도자들은 자신들이 가난한 자를 돌보는 동안에도 그 일이 하느님과 관련이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묵상하며 “우리는 24시간 내내 관상 수도자임을 잊지 말라”는 창설자의 말씀을 살아간다.
또한 사랑의 선교 수녀회는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기부나 정부나 각종 기구에서 제공하는 재정 보조를 받지 않는다. 하느님의 섭리에 대한 완전한 신뢰는 그들과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넓은 사람들을 통해 필요한 것들이 이뤄진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수도자들은 사랑의 신뢰, 완전한 포기 그리고 기쁨이란 수도회 정신을 살아가게 된다.
지역 사회 안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는데도 주력하고 있다. 가정과 병원 방문, 도시락 나눔, 묵주기도 모임, 이주민 여성 성체조배 및 말씀나누기 등 다양한 영적, 물적 도움을 주는 사도직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회원들은 더럽고 어두운 거리의 노숙자들, 홀로 남겨진 외로운 어르신들, 절망 속에 갇혀버린 어린 영혼들을 찾아 그들 곁에 계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고자 한다. 매일 두 명씩 짝을 지은 수도자들은 그렇게 세상 속으로 들어간다. 그들의 한걸음 한걸음은 사랑의 선교 수녀회의 창설자 콜카타의 성 데레사 수녀를 떠오르게 만든다. 그들은 슬리퍼에 발을 넣으며 조건 없이 예수 그리스도가 가는 곳을 따라가겠다는 자신들의 약속을 기억하고 묵주를 손에 쥔 채 길거리로 나선다.
예수 그리스도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가난한 사람들 곁에서 그들만큼 가난해지는 삶을 선택한 회원들은 보잘 것 없는 일에 충실하고, 소박한 것들을 따르며 수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느라 전 생애를 바쳐 구부러져 버린, 그렇지만 언제나 지칠 줄 모르는 내적 에너지 즉 예수님 사랑의 에너지로 가득 차 있던 작은 체구의 마더 데레사”라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말처럼 가장 가난한 사람을 돌보느라 구부러져 버린 작은 체구, 하지만 사랑의 에너지로 누구보다 빛났던 성 데레사 수녀를 따르며 사랑의 선교 수녀회 수도자들은 오늘도 낮은 곳으로 향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판, 2022년 11월 27일, 민경화 기자] 1 463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