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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ㅣ 봉헌생활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스승 예수의 제자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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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12-26 ㅣ No.698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스승 예수의 제자 수녀회 (상)


숨은 희생과 침묵으로 주님께 봉사

 

 

- 초대 총장 마드레 스콜라스티카. 스승 예수의 제자 수녀회 제공.

 

 

스승 예수의 제자 수녀회(이하 제자 수녀회)는 복자 야고보 알베리오네 신부(1884~1971)가 창립한 세 번째 바오로 가족 수도회다.

 

알베리오네 신부는 현대 문명이 제공하는 새로운 매체를 활용해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통한 복음 선포를 사도직으로 수행하는 성 바오로 수도회(1914년)와 성 바오로 딸 수도회(1915년)를 창립했다.

 

알베리오네 신부는 열정적인 활동가이자 탁월한 영성가였다. 시대의 징표를 헤아릴 줄 알았던 그는 복음화 활동에 전념하는 바오로 가족을 기도로 지탱할 협력자가 필요하다고 여겼다. “나는 성체조배와 사제적, 전례적 사도직에 전념하며 관상 생활을 하는 수도 가족, 곧 성체의 신비 안에 현존하시는 천상 스승 예수께 온전히 속한 수도회가 탄생하도록 기도하기 시작했고, 또 기도하라고 부탁했습니다.”

 

제자 수녀회는 바로 이러한 기도의 열매로 탄생했다. 알베리오네 신부는 1924년, 성녀 스콜라스티카 동정 기념일인 2월 10일에 이탈리아 알바에서 스승 예수의 제자 수녀회를 창립하고, 성 바오로 수도원에 있던 젊은 여성 그룹 중 오르솔라 리바타(1897~1987)와 메틸데 제를로토(1899~1965) 두 명을 뽑아 새 가족 공동체를 시작했다. 그는 리바타에게 ‘제자’라는 뜻을 가진 ‘스콜라스티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자매들의 첫 공동체를 맡겼다. 마드레 스콜라스티카는 다른 7명의 자매들과 함께 예수님의 첫 제자이신 성모님께서 예수님과 사도들에게 협력하신 것처럼 바오로 가족의 활동에 은총을 길어 올리는 역할에 전념했다.

 

제자 수녀회는 창립 초기 성 바오로 딸 수도회와의 독립적인 분리를 위해 고통의 시간도 겪었다. 바오로 가족의 뿌리 역할을 해야 하는 제자 수녀회 고유 영성과 사도직이 소멸될 위기에 처하자 창립자 알베리오네 신부는 성령의 역사하심에 모든 것을 맡기며 순명으로 하느님의 때를 준비했다.

 

특히 마드레 스콜라스티카는 수난의 시기에 깊은 침묵으로 교회 안에 제자 수녀들의 성소가 뿌리내리고 자라도록 자신의 전 존재를 봉헌했다. 고통의 시간은 제자 수녀들이 더욱 견고한 하느님의 사람으로 태어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자 제자 수녀회가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수도회라는 사실을 선포하기 위한 귀한 시간이 됐다. 마침내 제자 수녀회는 1960년 8월 30일, 성 요한 23세 교황에게서 성좌 최종 승인을 받았다.

 

제자 수녀들의 삶의 중심은 성체조배이며, 삶의 규칙은 숨은 희생과 침묵이다. 성체의 여사도라고 불리는 제자 수녀들은 감실 앞에서 밤 새워 기도하며 “인류가 구원자요 스승이신 예수님을 맞이하여 경청하고 사랑하기를 기도하고, 그에 봉사함으로써 창립자의 카리스마적 체험을 상기시키는 표지가 된다.”(생명의 규칙 3조) [가톨릭신문 수원교구판, 2022년 12월 25일, 염지유 기자]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스승 예수의 제자 수녀회 (중)


사도 바오로 따라 세상에 복음 전파

 

 

- 길 · 진리 · 생명이신 스승 예수님. 스승 예수의 제자 수녀회 제공.

 

 

스승 예수의 제자 수녀회는 바오로 가족이다. 여러 단체(수도회 5개·재속회 4개·협력자회)로 구성된 바오로 가족은 각자 고유한 특성을 가지면서도 하나의 정신으로 교회에 봉사한다.

 

제자 수녀회는 바오로 가족이라는 나무에 은총을 길어 올리는 은총의 샘 역할을 하기 위해 창립됐다. 뿌리와 같이 드러나지 않지만 줄기, 가지, 꽃, 잎사귀, 열매를 키우는 근본적인 생명력을 길러내는 것이 제자 수녀회의 사명이다.

 

제자 수녀들은 인류가 구세주요 스승이신 예수를 맞아들이고 사랑하는 은총을 얻도록 사도적 관상 생활 안에서 기도하고 일한다. 무엇보다도 수녀들은 24시간 교대로 이어가는 성체조배를 통해 ‘예수님 앞에 살아있는 등불’이 되어 하루하루 살아갈 양분을 얻고, 교회와 바오로 가족이라는 나무에 수액을 길어 올려주는 뿌리 역할을 하는데 온 힘을 기울인다.

 

‘스승 예수의 제자’라는 명칭은 수도회 이름이기 전에, 예수님과 그를 따르는 이들 사이의 복음적 관계를 일컫는다. 이 관계는 하늘나라의 기쁜 소식을 세상에 선포하는 사랑과 봉사로 표현할 수 있다. 제자 수녀회 영성의 중심은 “길이요 진리요 생명”(요한 14,6)이신 스승 예수 그리스도이다. 복자 야고보 알베리오네 신부는 “스승 예수는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진리이고, 하느님께로 가기 위해 반드시 통해야 할 길이며, 행복하기 위하여 반드시 내 안에 계셔야 할 생명”이라고 말했다. 제자 수녀들에게 스승 예수는 참으로 살아계신 분이시며 세상에 생명을 주는 분으로, “스승 그리스도를 살고 인류의 발전을 가져오는 신속하고 효과적인 수단들을 통하여 오늘의 인류에게 그분을 전한다”는 바오로 가족의 사명에 동참한다.

 

스승 예수를 따르는 길에서 제자 수녀들은 사도의 모후 마리아의 동반을 받고 사도 바오로에게서 영감을 받는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라고 응답했던 마리아, 십자가 아래서 인류의 어머니가 되신 따름과 봉사의 스승, 사도들의 모후를 공경한다.(생명의 규칙 14) 제자 수녀들은 마리아처럼 사제들을 동반하고 사제직에 봉사하며, 애덕, 자애로움, 측은지심으로 겸손하게 마리아적 직무를 수행한다.

 

또 제자 수녀들은 천상 스승의 신비를 충만히 살고 전한 제자, 사도 바오로를 통해 이룩하신 하느님의 놀라운 업적을 관상하며 살아간다. 사도 바오로는 제자 수녀들에게 끊임없는 기도와 사도적 열정, 하느님께서 기쁘게 받아주실 거룩한 산 제물로서 삶을 바치도록 이끄는 모델이다. 이처럼 사도의 모후 눈길 아래 사도 바오로의 정신으로 스승 예수를 살고 전하는 제자 수녀회는 현재 총 30개국에 진출해 자신의 소명을 다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판, 2023년 1월 1일, 염지유 기자]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스승 예수의 제자 수녀회 (하)


매일 성체 앞 지키며 세상 위해 기도

 

 

- 제자 수녀들이 푸른 망토를 입고 성체조배를 하고 있다. 스승 예수의 제자 수녀회 제공.

 

 

스승 예수의 제자 수녀회 수녀들은 성체·사제직·전례 안에 살아 계신 예수님께 대한 사랑으로 세 가지 사도직을 수행한다. 제자 수녀들의 중심이자 첫 번째 사도직은 성체 사도직이다. 성체의 사도, 감실의 등불이라 불리는 이들은 순번제로 24시간 매일 성체 앞을 지킨다. 인류를 위한 중재자이신 성모님의 마음으로 푸른 망토를 입고 매일 성체조배를 하며 교회와 세상을 위해 기도한다.

 

둘째, 전례 사도직이다. 제자 수녀들은 전례와 예술을 통해 복음화에 봉사한다. 전례 안에 살아계신 예수님을 향한 사랑으로 미사 전례가 아름답게 거행되도록 전례 교육, 전례 예복, 전례 음악, 전례 용품을 제작한다. 이콘이나 조각 등 성미술품도 만든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 있는 본원과 명동 가톨릭회관, 대구·광주·부산에 있는 전례사도직센터를 방문하면 제자 수녀들의 정성이 깃든 전례용품을 만날 수 있다. 성당 건축 설계 디자인 등 성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제자 수녀회는 서울대교구 건축사사무소도 맡아 봉사하고 있다.

 

셋째, 사제직에 봉사하는 사도직이다. 이는 성모님의 삶처럼 교회 안에 감춰진 제자 수녀의 사명이다. 지극히 거룩한 마리아의 정신으로 직무 사제들의 사명에 참여하는 제자 수녀들은 첫 서원을 할 때 ‘마리아’라는 이름을 받고, 수도명 앞에 붙인다. 성모님과 같은 정신과 마음으로 사제들을 동반하며 살겠다는 의미다. 이 정신으로 제자 수녀들은 매주 금요일마다 사제성소와 사제들이 항구하고 충실하게 살도록 온종일 기도한다. 또 원로 사제와 병에 걸린 사제들이 주님의 영원한 부르심을 받기까지 사제의 품위를 지키며 살도록 동반하며, 도움이 필요한 모든 사제를 직간접으로 돕고 함께 기도한다. 현재 서울대교구 원로 사제 숙소 최양업관에서 봉사하며, 여주 피정의 집에 사제들을 위한 집을 마련해 휴식처를 제공하고 있다.

 

제자 수녀들은 특히 예수님의 옷을 직접 준비하셨던 성모님의 마음으로 사제들의 옷을 제작한다. 한 땀 한 땀 수를 놓고, 바느질하며 만드는 옷이 모든 악의 유혹을 막아주는 갑옷이 되고, 죽을 때 입는 수의가 될 수 있기를 기도하며 숨은 희생을 바친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기간에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 미사,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전례를 위해 신부·주교·추기경·교황용 제의와 영대를 각 2206벌 제작하며 봉사했다.

 

1965년 한국에 진출해 60주년을 바라보는 제자 수녀회는 서울, 대구, 광주, 부산, 여주 등에 분원이 있고, 133명이 수도가족을 이루고 있다. 제자 수녀회는 창립 100주년을 맞아 지난해 11월 21일부터 2024년 2월 10일까지 특별 희년 기간을 보내며 전 회원 내적 고무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판, 2023년 1월 8일, 염지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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