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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의 단체: 예수살이 공동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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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의 단체 · 6] 예수살이 공동체
탄생 배경과 창립 : 교회사적 맥락에서의 의미
소비가 미덕인 시대라는 말이 있다. 새로 나온 상품을 계속 사야만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느껴지는 시대이다. 이런 시대에 예수님을 믿고 따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가능한 일인가? 신앙인으로 잘 살고 싶다면 이런 질문을 던질 법하다. ‘예수살이 공동체’는 소비 시대에 예수님을 따르는 삶을 살고자 하는 열망을 공동체를 통해 이루려는 신앙인들의 모임이다.
예수살이 공동체는 1990년대 후반 본당 사목을 하면서 청년 신자가 줄어드는 것을 고민하던 서울대교구 박기호(朴基浩, 다미아노) 신부와 동료 사제들이 함께 교회 안에서 새로운 청년운동을 모색하며 창립한 평신도 공동체1)이다. 공동체를 준비하기 위해 1997년 4월부터 7월까지 청년 공동체 운동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청취했고, 이를 토대로 1997년 11월 29일 사당동 성당에서 예수살이 공동체 설명회를 개최함으로써 본격적인 출범 준비를 하였다. 1998년 2월 3~6일에는 처음으로 ‘배동 교육’을 실행하여 6개 교구(서울, 인천, 전주, 마산, 청주, 춘천) 수료자 77명을 배출하였고, 이들을 지원하는 막일꾼2) 16명(사제 7명, 수도자 3명, 신학생 6명)을 중심으로 2월 24일 창립 운영위원회 등을 구성하였다. 1998년 3월 1일 서울 역삼동 성당에서 예수살이 공동체 창립 미사를 봉헌한 것이 공식적인 출발점이다.3)
창립 미사는 함세웅(咸世雄, 아우구스티노) 신부 · 박기호 신부를 비롯한 사제단 공동 집전으로 거행되었고, 사제 · 수도자를 비롯한 전국 6개 교구에서 80여 명의 청년과 신자들이 참석했다. 당시 창립 선언문에 나오는 다음의 글은 이 공동체의 지향을 잘 보여준다.
“우리는 복음적 가치관과 시민윤리, 공동체 의식이 붕괴된 … 시대 상황에서 ‘청년 신앙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질문한다. 이에 참인간이시며 그리스도이신 예수의 참모습을 발견하는 올바른 신학의 예수로 사는 참신앙으로 오직 하느님 나라를 다시 추구해야 함을 결의한다. 지상에서 이미 천국의 삶을 추구하는 종말론적 희망만이 우리 영혼을 마르지 않는 생명의 우물가로 이끈다고 믿는다.”4)
이 선언문은 ‘예수살이 공동체’가 어떤 시대적 배경에서 출발했으며 어떤 지향을 가졌는지를 잘 보여준다. 즉, 다른 모든 것보다 발전, 자본, 소비가 주인이 되면서 복음적 가치관과 더불어 공동체 의식마저 위태로운 시대에 참인간으로 사신 예수님의 참모습을 발견하면서 이 땅에 하느님 나라를 이루어 가는 공동체로 살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선 청년 교육과 체계적 운영에 박차를 가해 6개 교구(서울, 인천, 전주, 마산, 청주, 춘천) 청년으로 구성된 회원들을 점차 전 교구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공동체로 확대하고자 하는 포부를 밝혔다.5)
현재 활동 : 세상과 교회의 상황에 대한 응답
예수살이 공동체는 소비가 미덕인 ‘세상 안에서’ 복음적 가치를 갖고 ‘세상과 다르게’ 사는 삶을 지향하는 공동체이다. 이런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신자들이 복음적 시각을 갖고 살도록 초대하는 교육을 제공한다.
‘배동 교육’은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다. 1998년 1월 처음 시작하여 2022년 제51기까지 교육이 진행되어 1,000명이 넘는 많은 청년이 참여하였다. 초기에는 매해 봄·여름 2회, 3박 4일로 진행되었으나 최근에는 연 1회, 2박 3일로 진행되고 있다. 교육 내용은 ① 복음적 인생관 찾기, ② 소명 의식을 위한 ‘자아 발견’, ③ 좌선 명상 수련, ④ 성사 생활과 기도 생활 틀짜기, ⑤ 소비 사회에서 그리스도 따르기로 구성되어 있다.
배동 교육이 많은 청년에게 호응을 얻으면서 이들의 부모들이 장년들을 위한 교육을 요청해서 만든 것이 ‘제자 교육’이다. 이는 2003년 10월 2일 제1기 남성 제자 교육, 같은 해 11월 13일 여성 제자 교육으로 출발하게 된다. 제자 교육의 핵심적인 내용은 배동 교육과 같지만, 장년에게 특화된 ① 소비 사회에서 예수 제자 되기, ② 좌선 명상, ③ 기도와 성사 생활 틀짜기, ④ 부르심과 직업 윤리, ⑤ 그리스도론, ⑥ 공동체 신학, ⑦ 복음주의 자녀 교육 등의 내용이 추가되었다.
배동 · 제자 교육을 통해 소비 사회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고자 하는 열망이 커진 사람들은 ‘민들레 회원’이 된다. 초기에는 심화 교육 과정 수료생처럼 여겨져서 정체성이 좀 불투명하였지만, 서원을 하기 시작하면서 공동체의 중요한 역할과 재정과 운영에 책임을 지는 회원으로 자리매김하였다. 교육을 받은 지 1년 이상 되었고 공동체 활동에 성실히 참여한 ‘더부네’6) 중에서 새롭게 민들레가 될 사람을 기존 민들레들이 추천하며, 본인이 이를 받아들이면 두 달 동안 준비 모임을 한 후 창립일인 3월 1일 서약을 한다. 1999년 1월에 제1기 민들레 회원이 탄생하여 26기까지 총 77명이 함께하고 있다.
교육이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데 중요한 복음적 시각과 수련법을 제공한다면, 공동체 생활은 서로 섬기는 조화로운 삶을 배우게 한다. 배동 교육을 받은 청년 중 자발적으로 함께 살고자 하는 이들은 ‘밀알의 집’에 모여 각자 사정에 맞는 기간 동안 공동체로 산다. 이 기간은 각자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한 공간에 살면서 공동체로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실제로 깊게 체험하는 것이다.7) 그러나 모든 구성원이 이렇게 함께 사는 체험을 할 수 없기에 예수살이 공동체의 더부네들은 지역별로, 관심사별로 ‘두레’를 결성하여 지속적으로 모임을 한다. 각자 자신의 직장과 가정에서 그리스도인답게 살려고 애쓰면서 동시에 삶의 영성과 힘을 공동체적으로 확인하고 강화해 간다. 이 과정에서 함께하는 공동 수행이 사행(四行)과 오계(五戒)이다.8) 두레 모임은 대부분 월 1회 이루어지며, 2023년 현재 청년들로 이루어진 두레가 1개 있고, 장년 회원들은 소속 본당을 중심으로 9개의 두레를 이루고 있다.
공동체가 함께 ‘금요 미사’를 봉헌하는 것도 중요한 공동체 활동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매주 빠짐없이 봉헌되었는데, 988차까지 이어진 이 미사에는 더부네들뿐 아니라 일반 신자들도 참여할 수 있다. 또한 봉헌금은 어려운 이웃 또는 복음에 부합하는 활동을 하는 소규모 단체나 캠페인에 사용한다.9) 또한 연 2회 다양한 강사를 초빙하여 강연을 듣고 질의 응답하는 강학회 시간을 가지며, 연 1회 ‘지상에서 천국처럼’이라는 여름 캠프를 함께하며 공동체로 사는 기쁨을 누린다.
도시에서 공동체 생활을 체험하는 것과 달리 예수살이 이상의 삶을 실현하는 대안 공동체가 ‘산위의 마을’이다. 2004년 충북 단양군 가곡면 보발리 556번지 해발 500m 소백산 자락에 마련된 산위의 마을10)은 2세대의 가족과 독신자 등 총 9명으로 시작하였다. 이후 여러 사람이 마을에 들고 나고를 거듭하면서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처음 가졌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자급자족의 경제와 공동체적 가치 중심으로 자녀의 교육이 가능한 대안학교를 구상하며 장기적인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11)
예수살이 공동체는 또한 사회적 활동에도 활발히 참여한다. 용산 참사, 세월호 참사 등 국가 폭력과 불의에 고통받고 희생된 이들이 있는 현장과 탈핵과 생태, 환경을 보전 개선하는 활동에 함께하는 연대 활동도 적극적이다.12 이와 더불어 ‘오천원계’로 이름 붙인 해외 빈곤 지역 어린이 장학금 지원 사업도 대표적인 사회 활동이다. 2006년 11월 필리핀 초등학생 4명의 학비 지원을 시작으로 인도 · 캄보디아 · 짐바브웨 · 페루 학생을 후원하였으며, 최근에는 동티모르·방글라데시·한국의 다문화 가정까지 지구촌 곳곳의 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2008년에는 ‘오천원계’ 회원들이 이들과 뜻을 같이한 일본 삿포로(札幌)교구 가톨릭노동청년회(JOC) 회원들과 함께 자신들이 후원한 필리핀 현장을 방문하여 해외 교류의 물꼬를 열었다.13)
2019년 8월 30일부터 2박 3일 동안 일본 나고야(名古屋)교구 청년들과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한·일 청년 순례를 함께한 것이 큰 주목을 끌었다.14) 이 순례에는 나고야교구장 마츠우라 고로(松浦悟郞) 주교가 함께 참여하면서 청년 교류를 넘어 한일 교회의 교류로 확대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15)
예수살이 공동체는 2002년 서울대교구의 단체 설립 인준을 받았으며, 이들과 동반하는 ‘길벗’이라는 사제, 수도자들이 있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교회 안에서 인식되는 ‘지도자’ 역할보다는 문자 그대로 예수살이 공동체가 전체 교회 공동체 안에서 복음의 정신을 잘 살 수 있도록 미사 집전과 영적 도움을 줄 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함께 논의하고 역할을 맡으며 ‘예수살이의 길을 동반’한다. 2023년 3월 현재 13명이 함께하고 있다.
앞으로의 전망 : 하느님의 뜻을 따라 나아갈 방향
2008년 3월 창립 10주년 인터뷰에서 당시 공동체 대표인 박기호 신부는 예수살이 공동체의 원동력으로 ‘자발성’과 ‘나눔’을 꼽았다. 공동체 구성원들이 스스로 함께 결정하고 함께 살아가는 자발성은 공동체의 삶이 복음적이고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른 것이라는 믿음에서 온다는 것이다. 또한 나눌수록 커지는 신비를 체험하기에 나눔이 없이는 공동체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한 바가 있다.16 그동안 살펴본 예수살이 공동체의 역사는 이런 힘을 통해 살아온 여정이다.
2018년 10월 6일에는 설립 20년을 맞아 “예수살이 공동체 살아온 20년, 살아갈 20년”이라는 주제로 지난 시간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전망을 정리하는 심포지엄을 국제가톨릭형제회 전진상 센터(서울 합정동)에서 열었다. 이 자리에서 경동현 박사는 “예수살이 공동체 운동의 영성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서 세상으로의 투신을 강조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의 영성 이해와 긴밀하게 연결되기에 영성의 공공성 회복 차원에서 대안적 모델로 삼기에 적합한 실천 운동”17)이라고 하였다. 또한 향후 전망으로는 현재 한국의 다양한 대안 공동체 운동들과 연대하여 이를 자양분으로 삼고 공동체의 운영, 의사 결정 방식에 있어서 더욱 더부네들에게 많은 권한과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강화해야 함을 제안하였다.18) 이 제안은 그동안 살아온 공동체적 삶을 보다 심화하자는 것으로 보인다. 예수살이 공동체 홈페이지에는 공동체의 목적, 영성, 이상, 정신이 기록되어 있다. 시대가 변하면서 공동체에도 여러 변화가 있었겠지만, ‘예수살이’를 원해 온 이들의 지향은 여전히 공동체 안에 명확하게 자리를 잡고 있고 미래로 초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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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톨릭신문』 2586호(2008년 2월 17일 자). 2) 예수살이 공동체에서는 교육 봉사자를 ‘막일꾼’이라는 고유한 명칭으로 부른다. 3) 「예수살이 공동체의 발자취」(예수살이 공동체 홈페이지[https://cafe.naver.com/jsari98] 155번 글) 참조. 4) 『가톨릭신문』 2586호(2008년 2월 17일 자)에서 재인용. 5) 『가톨릭신문』 2092호(1998년 3월 8일 자), 2면. 6) ‘더부네’는 예수살이 공동체의 교육 과정을 이수한 모든 신자를 지칭하는 고유한 단어이다. 7) 『가톨릭평화신문』 2003년 7월 16일 자 참조. 8) 경동현, 「예수살이 공동체 운동 20년의 의미와 성과」, 『산위의 마을』 35호, 57~58쪽 참조. 경동현은 예수살이 공동체 민들레 회원이자 우리신학연구소 연구실장이다. 58쪽 각주 23에 따르면 사행은 매일 명상 · 매주 섬김 활동 · 매월 성찰 모임 · 매년 공동체 생활이고, 오계는 기도 · 노동 · 공유 · 배려 · 정직이다. 9) 「예수살이 공동체는 어떤 곳인가요」(예수살이 공동체 홈페이지 154번 글) 참조. 10) 『가톨릭평화신문』 2013년 10월 15일. 11) 경동현, 앞의 글, 58~59쪽. 12) 「예수살이 공동체는 어떤 곳인가요」(예수살이 공동체 홈페이지 154번 글) 참조. 13) 『가톨릭신문』 2599호(2008년 5월 18일 자). 14) 『가톨릭신문』 3161호(2019년 9월 8일 자), 1면. 15) 『가톨릭신문』 3161호(2019년 9월 8일 자), 10면. 16) 『가톨릭신문』 2588호(2008년 3월 2일 자). 17) 『가톨릭신문』 3115호(2018년 10월 14일 자), 4면. 18) 경동현, 앞의 글, 61쪽
[교회와 역사, 2023년 4월호, 현재우 에드몬드(한국교회사연구소 특임연구원)] 0 274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