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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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영신적 질서 안의 원리(투명 망토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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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8-05 ㅣ No.887

[레지오와 마음읽기] 영신적 질서 안의 원리(투명 망토 착각)

 

 

미국 한 빈민가의 쓰레기로 가득 찬 공터에 베트남 소녀가 땅을 파고 무언가를 묻는다. 이를 창가에서 우연히 목격하게 된 한 할머니는 그것이 무엇인지 이웃을 시켜 알아본다. 땅에 묻힌 것은 다름 아닌 강낭콩. 돌아가신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9살 아이가 심은 것이었다. 이후 강낭콩은 그 할머니의 도움으로 자라게 되고 주위 사람들의 공터에 대한 관심도 같이 커진다. 급기야 한 이웃의 노력으로 쓰레기는 말끔히 치워지고 사람들은 그곳에 각자의 밭을 만들어 간다. 그들은 서로 식물에 대한 정보를 나누기도 하고 부족한 물을 공급하기 위한 아이디어 대회를 열기도 하면서 가까워진다. 마침내 다 함께 조촐한 파티로 서로의 수확물을 나누며 대화와 웃음으로 정겨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작은 시작의 힘을 보여준 이 이야기는 각기 다양한 상처를 안은 채 자기만 알고 살아가기 바빴던 사람들이 서로를 보듬는 변화가 아름답다. 미국 작가 폴 플라이쉬만의 ‘작은 씨앗을 심은 사람들’의 내용이다.

 

코넬대학교 심리학자인 버네사 본스는 저서 ‘당신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강하다’에서 사람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자주 우리를 보고, 우리의 말을 듣고, 우리의 부탁을 들어주려 한다고 주장한다. 그만큼 우리의 영향력은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이라며 다음 실험을 소개한다.

 

펜실베니아 대학의 에리카 부스비는 동료 연구자들과 함께 대학교 학생식당을 이용하고 나오는 학생들을 무작위로 선별하여 두 그룹으로 나눈다. 한 그룹에게는 자신이 식당 내에서 주위에 있던 사람들을 얼마나 인지하고 관찰했으며 그들에게 호기심을 느꼈는지 물었다. 그리고 다른 한 그룹에게는 반대로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얼마나 인지하고 지켜보며 호기심을 느꼈을 지 물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사람들은 남들이 자신에게 갖는 관심의 정도를 제대로 추정할 수 있었을까?

 

재미있게도 실험 참가자들이 남들을 관찰하며 관심을 가진 점수가, 남들이 그들을 얼마나 관찰했다고 생각하는지를 나타내는 점수보다 67%나 높았다. 우리가 남들에게 관심받는 정도를 스스로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이런 성향을 부스비와 그 동료들은 ‘투명 망토 착각’이라고 명명했다. 마치 자신이 투명 망토를 걸치고 있어 남들이 나를 알아보지 못할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남들에게 관심받는 정도는 생각보다 커

 

바네사 본스는 이 실험의 결과야말로 우리가 가진 타인에 대한 영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관심이 크다는 것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사람은 본능적으로 남을 의식하도록 되어 있어, 다른 사람들과의 적응을 위해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조율한다고 말한다. 그러니 우리는 옆 사람에 의해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느낄 뿐만 아니라, 내 옆에 있는 사람 또한 마찬가지로 나의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우리가 어떤 자리에 말없이 머물기만 해도 주위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그녀는 주장한다. 결론적으로 그녀는 우리의 사소한 행위나 결정들이 결코 사소하지 않고 큰 변화를 위한 시작일 수 있기에, 우리의 선택은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고 한다.

 

유아세례를 받았지만 세 아이 양육을 핑계로 냉담을 하던 B자매는 성당에 나오자마자 레지오에 입단하여 활동하게 되었다. 하지만 코로나 상황인데다 수줍음이 많은 성격 탓에 레지오 활동이 부담으로 느껴지던 참이었다. 그때 지시로 지구를 위한 활동이 내려오자, 그는 일상에서 환경을 위한 일에 힘쓰기 시작했다. 장 볼 때 비닐봉투와 장바구니 들고 가기, 난방기와 에어컨 사용 절제하기, 더불어 단원이 되기 전에는 의식 없이 했던 홈쇼핑이나 대량 구매 등도 절제하며 다방면으로 노력하였다. 특히 재활용 쓰레기 배출을 제대로 하기 위해 꽤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였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뜬금없이 이웃 아주머니가 찾아와 자신도 성당을 다니고 싶다고 하였다. 그 이유인즉 B자매가 한결같이 재활용 쓰레기를 깨끗하게 분리 배출할 뿐만 아니라 청소부를 위한 듯 잘 묶어서 내놓은 것 등을 보고 관심을 가졌는데, 거기에 B자매가 매주 성실하게 성당을 다니는 것을 보고 함께하고 싶었다는 것이었다.

 

B자매는 말한다. “처음 그분의 입교 이유를 들었을 때 솔직히 깜짝 놀랐습니다. 제 사소한 행동을 남들이 보고 있었다는 것 때문이었지요. 사실 그동안 물자와 에너지를 아끼는 활동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편리를 위한 소비를 선택하고 있는데, 저 혼자 아등바등한다고 바뀔까 싶은 생각에 회의가 들 때도 많았거든요. 그런 저의 흔들림을 성모님께서 아시고 격려해주시듯 입교자를 보내주시니 감사했습니다.”

 

 

내가 레지오에 몸담은 한 어떤 형태로든 레지오에 영향 미쳐

 

교본에 ‘큰 것은 작은 것 없이 존재할 수 없으며, 작은 것은 큰 것 없이 존재할 수 없다’(29쪽)라고 하니, 단원인 나의 존재는 레지오라는 조직에 비해 미소하지만 중요하다. 이는 내가 레지오에 몸담고 있는 한, 어떤 형태로든 레지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으로 출석은 특별히 중요하다. 교본에 ‘단원들이 여러 회합에 참석하는 것’이 레지오의 목적 달성을 위한 방법이라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115쪽 참조) 그래서 단원들에게 회합 참석은 ‘으뜸가는 의무’이며, 상훈에서도 ‘주회합에 규칙적으로 정각에 출석’하기를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결석 단원이 있으면 주회 시간에 힘이 빠지는 경험을 지금도 하고 있지 않은가! 또한 결석이 잦은 단원은 머지않아 단원 생활을 못 하게 되는 경우도 자주 보고 있으며, 결석 단원이 많다는 점이 쁘레시디움 해체의 주요 전조 증상이라는 것은 상식이기도 하다. 그뿐만 아니다. 출석은 그 자체로도 모임에 힘을 주는 일이라고 바네스 본스는 말하고 있으니, 나의 영향력은 결코 작지 않다.

 

‘한 번 빠진다고 문제가 될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가? 혹은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말 한마디에 상처받았다는 사람이 있었는가? 또는 나의 제안이 받아들여질까 의심되어 발언을 삼가한 적이 있었는가? 만약 그렇다면 나는 나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는 나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과연 레지오에 어느 정도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출석만으로도 영향력이 있다면 나의 말과 행동, 나아가 조직을 대하는 태도 등은 얼마나 큰 영향을 주고 있을까? 그리고 그 영향은 긍정적일까 부정적일까?

 

만약 낮은 출석률과 규율을 지키지 못하는 모습이 자주 있었다면 비록 긴 시간 동안 근속했다 해도, 아니 오히려 그 시간이 길수록 나는 성모님 군대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는 개인 성화라는 레지오의 목적도 성취하지 못한 것이니 단원 생활은 나 자신에게도 치명적인 결과를 안겨줄 뿐이다. 바로 여기에 내가 단원생활을 제대로 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은 우리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하나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영신적 질서 안의 원리이다.’(교본 361쪽)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3년 8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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