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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학교를 찾아서36: 마산교구 성지여중·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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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9-19 ㅣ No.197

[가톨릭학교를 찾아서] (36) 마산교구 성지여중·고등학교


교구 성장과 함께 발전해 온 지역 명문… ‘더불어 살아가는’ 인재 키운다

 

 

성지여중고 전경. 성지여고 제공

 

 

‘올바른 인성을 갖추어 더불어 성장하는 인간 육성’

 

마산교구 학교법인 성지학원(이사장 배기현 콘스탄틴 주교)의 교육 목표다. 성지학원 소속 성지여중·고와 해성중·고 4개의 학교는 모두 동일한 교육 목표 아래, 각 학교만의 교훈과 경영 방침을 가지고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가톨릭학교를 찾아서’는 이번 성지여중·고에 이어 다음 주에는 해성중·고를 찾아간다.

 

 

교구 성장과 함께 발전해 온 역사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완월남로 20. 복잡한 주택가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성지여중·고의 역사는 19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파리외방전교회 에밀 타케(Emile Taquet) 신부가 1900년 초가집 성당(당시 마산포본당, 현 완월동본당)을 지은 것이 현재 성지여중·고 자리였다. 이 성당은 마산교구 본당 중 역사가 가장 오래된 곳으로 꼽힌다.

 

이어 2대 주임으로 부임한 제르만 무세 신부(Germain Mousset, 한국명 문제만)가 1910년 빈민 자녀 교육을 위해 성당 옆 부지에 초등교육기관 ‘성지학교’를 설립했고 이 학교가 성지여중·고의 시초가 됐다. 이후 일제강점기를 거쳐 1945년 광복 후 1949년 성지여자중학교, 1952년 성지여자고등학교가 설립됐다.

 

성지여중·고는 오랜 역사만큼 초창기 마산교구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소이기도 하다. 마산교구가 설립된 것은 1966년이었고, 교구는 설립 후 8년간 성지여중·고 건물 일부를 교구청(현 체육관 부지)으로 사용했다. 바로 옆에 위치한 완월동성당은 교구 활동의 중심지였다. 초가로 지어졌던 완월동성당은 늘어나는 신자를 수용하지 못했기에 1928년 화강암과 목조로 재건축했고, 당시 재건축된 모습의 성당이 지금도 남아 있다.

 

이 건물을 사용하던 완월동본당은 1975년 다른 장소로 이전했지만, 성당 건물은 ‘성요셉성당’이라는 이름으로 교내에 남아 각종 행사와 학생들의 세례식 등에 사용되고 있다. 2000년 경상남도 지정문화재 제283호로 지정되면서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은 성요셉성당은 옛 자리를 묵묵히 지키면서 학교의 오랜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요즘 아이들 위한 눈높이 교육’ 성지여중

 

성지여중·고가 지역 명문으로 굳건히 자리 잡게 된 것은 오랜 역사를 발판으로 시대의 흐름에 맞춰 끊임없이 성장하고 변화해 왔기 때문이다.

 

성지여중은 교육부 ‘그린스마트스쿨’ 사업에 선정됐다. 그린스마트스쿨은 건립 후 40년이 지난 노후 학교 중 우수학교를 우선 선발해 친환경, 디지털 기반의 첨단 미래형 학교로 전환하는 사업으로, 성지여중은 창원지역 사립학교 최초로 완전 개축되는 첫 학교로 뽑혔다.

 

올 3월 교장으로 취임한 성지여중 민성기(프란치스코 하비에르) 교장은 “2025년에 공사가 시작되는데, 이후 변화될 성지여중의 모습에 대해 벌써부터 지역사회의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

 

변화를 추구하는 건 외형뿐만이 아니다. 성지여중은 자유학년제 도입 초기인 2018년 ‘우수 선도학교’로 선정, 현재까지 학생들의 호평을 받는 자유학년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자유학년제가 학업 성취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와 달리, 학생들에게 다양하고 깊이 있는 진로 체험을 제공해줌으로써 학력도 함께 증진될 수 있음을 성지여중은 보여주고 있다.

 

학년부장 정시우(비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직업 체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 지역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 방송국·신문사·경찰서·도서관 등을 방문했다”면서 “학교에서의 배움과 현장에서의 체험이 함께 어울릴 때 아이들이 더 성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성기 교장은 향후 학생들의 교육 방향을 세 가지로 설명했다. “가톨릭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성교육이죠. 우선 인성이 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이끈 다음, 아이들 개개인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깨닫도록 꿈과 끼를 찾아주고, 그 다음 주변 환경을 보살필 수 있게 가르쳐야죠. 본인을 알고 환경까지 바라볼 수 있으면 학업 성취도는 자연히 따라오더라고요.”

 

성지여중은 이밖에도 ▲ 월요일 아침 명상의 시간 ▲ 행복한 아침 등교맞이(매월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아침 등교 인사 나눔) ▲ 행복한 생일 행사(매월 생일 맞은 1학년 학생들을 교장실로 초대해 함께 파티하며 부모님께 감사) ▲ 독서 토론회 및 독서 골든벨 ▲ 반별 텃밭 가꾸기 ▲ 업사이클링 및 플로킹 등의 활동과 함께 32개 동아리를 운영 중이다.

 

 

성지여중 '행복한 아침 등교맞이' 모습. 성지여중 제공

 

 

 

매주 월요일 아침 명상의 시간 모습. 성지여중 제공

 

 

‘더불어 살아가는 인재 육성’ 성지여고

 

고등 교육현장에서 대학 입시가 중요한 것은 외면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올 3월 취임한 성지여고 김정환(그레고리오) 교장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대입을 최우선에 놓고 분위기를 이끌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면서도 “우수한 학업 성적과 함께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잘 살아가는 사회인’으로 아이들을 키워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성지여고는 학생들을 ‘더불어 잘 살아가는 사회인’으로 교육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우선 눈길을 끄는 것은 ‘사랑의 학습 멘토-멘티 프로그램’. 선-후배가 정기적으로 만나 학습 정보를 공유하면서 친분을 쌓고 학교 분위기에도 긍정적 효과를 주고 있다. 친구들의 고민을 듣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보는 또래 상담 동아리 ‘피어랑’도 인기가 높다. 2021년부터 피어랑 회원으로 활동해 온 박연진(19) 학생은 “동아리 부원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위로와 공감의 의미를 폭넓게 알 수 있어 뿌듯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더 나은 교육환경을 조성하려는 고민은 성지여고에서도 이어지고 있었다. 성지여고는 미래 교육을 대비한 ‘공간혁신사업’을 추진, 교육부가 진행하는 ‘공간혁신공모사업’에 2020년 최종 선정됐다. 2025년 5월 준공을 목표로 현재 설계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을 통해 근대 건축물 문화재 A등급을 받은 본관 석조 건물과 1998년 준공한 백합관을 제외한 나머지 건물 3개 동을 허물고 그 자리에 첨단 시설을 갖춘 새 교사(校舍)를 개축할 예정이다.

 

교육환경 조성과 함께 ‘오고 싶은 학교’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도 노력 중이다. 문병훈(프란치스코) 교감은 “학생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교문에 들어설 수 있도록 ‘아침맞이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고 전했다. 교문에서 임원 학생과 선생님이 등교하는 학생들을 맞이하고, 학생들이 좋아하는 가요를 틀거나 특정한 날을 정해 이벤트를 펼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 중이다. 점심시간에는 교내 마리아 광장에서 ‘동아리 나눔 행사’를 상시 진행해 ‘신나는’ 학교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한편 성지여고에서는 ▲ 독도 지키미 활동을 하고 실제 탐방도 가는 ‘또바기’ ▲ K-POP을 응용한 수화 공연을 펼치는 ‘혜옴’ ▲ 친환경 제품을 제작하고 알리는 환경동아리 ‘EM’ 등 학생 중심으로 운영되는 34개 동아리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마산교구의 자매교구인 오스트리아 그라츠교구의 싱아카데미 합창단이 올 7월 방한했을 때의 모습. 성지여고 학생들은 이들을 맞아 전통문화 체험 등을 함께했다. 성지여고 제공

 

 

 

성지여고 학생들의 모습.

 

[가톨릭신문, 2023년 9월 17일, 이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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