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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학교를 찾아서46: 충주성모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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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12-13 ㅣ No.207

[가톨릭학교를 찾아서] (46) 충주성모학교


내면의 건강함 갖춘 사회 구성원으로 당당히 자립하도록 지원

 

 

- 충주성모학교에서 열린 성탄제에서 시각장애 학생들이 난타공연을 하고 있다. 충주성모학교 제공

 

 

시각장애 특수학교인 충주성모학교(교장 이민경 크리스티나 수녀) 학생들은 학교 안에서 늘 둘씩 짝지어 다닌다. 옆에 선 교사가 손을 잡아 주거나 뒤에서 지켜보며 학생들 곁에 함께한다. 교사가 학생들의 눈이 되어 준 덕분에 아이들은 마음의 눈으로 본 세상을 사진으로, 그림으로, 공예작품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됐다. 보이지 않는 학생들이 완성한 결과물에는 보이는 것 너머에 있는 깊은 아름다움이 담겼다. 그리고 그 작품들은 누군가에게 기적이나 희망과 같은 볼 수 없는 가치를 깨닫게 했다. 작은 사랑들이 모여 희망을 만들고 있는 현장. 충주성모학교에서는 매일 기적과 같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기적의 시작

 

6·25전쟁이 끝나고 가난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고자 충청북도 지역에 자리를 잡은 메리놀 외방 전교회 선교사 옥보을 신부는 가난과 장애로 희망을 잃은 아이들을 만났다. 옥 신부는 시각, 청각장애 아이들을 돌보고자 1955년 청주교구 야현성당(현 교현동성당) 옆에 충주성심맹아학원을 설립했다. 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는 1987년 충주성모학교라는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고 사랑의 씨튼 수녀회가 운영하고 있다.

 

교현동성당 옆에 있던 학교는 1997년 충주시 호암동의 산언덕으로 자리를 옮겨 꽃과 나무가 푸르른 풍경 속에서 학생들과 희망을 키워나가고 있다. 충주성모학교는 아름다운 성모언덕 위에서 밝은 미래를 개척하는 학생, 바르게 행동하는 학생, 서로 돕고 사랑하며 함께 살아가는 학생들을 양성하고 있다.

 

묵주기도 모임 ‘샛별성모’에 참여하고 있는 충주성모학교 학생들. 충주성모학교 제공

 

 

바르게 행동하는 학생

 

충주성모학교는 가톨릭교회에서 운영하는 유일한 시각장애 특수학교다. 따라서 교육 안에서 그리스도교 영성을 구현한다는 점이 다른 특수학교와의 차이다.

 

교장 이민경 수녀는 “시각장애인은 대상 파악이 안 되기 때문에 다른 장애인보다 불안도가 높다”며 “따라서 충주성모학교는 기능, 지식교육과 함께 내면을 건강하게 지킬 수 있는 인성교육에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구들에게 칭찬을 전하는 ‘칭찬합시다’와 대림 시기 각자 천사가 돼 격려와 사랑을 나누는 ‘천사와 어린양’을 비롯해, 생태교육 중 하나인 ‘토종씨앗학교’에서는 소중한 토종 씨앗을 가꾸며 자연의 일부인 자신도 소중한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기억할 수 있게 지도한다. 또한 십자가의 길, 부활달걀 그리기, 성탄제 등 종교행사를 통해 학생들이 공동체 생활을 배우고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게 돕는다.

 

특히 예체능 교육은 시각장애 학생들의 자아존중감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활동 중 하나다. 충주성모학교에는 어린이중창단과 핸드벨동아리 등 음악활동을 비롯해 육상과 투포환, 창던지기, 시각장애인을 위한 구기 스포츠인 골볼 등 다양한 체육활동을 운영하고 있다.

 

이 수녀는 “음악, 체육, 미술 활동 안에서 목표를 이뤄나가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고취시키고, 음악을 듣고 표현하며 정서적인 순화에도 큰 도움이 됐다”며 “골볼 국가대표에 선발되거나 미술대학에 진학한 학생 등 예체능을 통해 자신의 길을 찾는 아이들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10년 동안 충주성모학교를 다니고 있는 윤석현(16)군은 “항상 저와 함께하고 존중해주는 선생님과 친구들이 있어서 학교를 오면 마음이 너무 편하다”며 “학교는 내 마음의 안식처”라고 밝혔다.

 

전공과 학생이 이료(안마) 실기를 실습하고 있다. 충주성모학교 제공

 

 

밝은 미래를 개척하는 학생

 

장애를 가진 학생들에게 꿈을 찾아주는 것도 학교의 몫이다. 충주성모학교에는 선천적으로 앞을 보지 못해 어렸을 때 학교에 온 학생들도 있지만 병이나 사고로 시력을 잃고 성인이 되고서 학교를 찾은 이들도 있다. 갑자기 부서진 삶에 생을 포기하려던 이들은 충주성모학교를 만나 다시 살 수 있게 됐다. ‘꿈’이란 나이에 상관없이 생을 이어갈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충주성모학교에서 직업교육은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수단이 아닌 누군가의 삶을 죽음에서 생명으로 바꾸는 중요한 여정이다.

 

안마를 배우는 이료 교육도 그 중 하나다. 충주성모학교는 시각장애 학생들이 사회에 적응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자아실현을 돕기 위해 이료재활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해부생리, 병리교육을 비롯해 지압, 전기치료, 한방, 침구 등 이론수업과 실습을 통해 전문성을 갖춘 안마기술자를 양성하고 있다.

 

학교 한켠에 있는 카페, 보을마루는 학생들의 꿈을 실현시키는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보을마루 학교 협동조합을 만든 충주성모학교는 보을마루 안에서 직업재활 훈련과 보건안마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카페에서 서빙과 배달을 하며 대인관계 기술과 사회성을 배우고 학생들이 만든 비즈제품과 유기농산물, 공산품 등을 판매해 학생들의 자립생활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보을마루 한켠에 안마실을 두고 지역 주민들에게 보건 안마를 제공, 이료전문인으로서 갖춰야 할 심화능력을 교육한다.

 

4년 전 병으로 시력을 잃고 현재 충주성모학교 전공과에서 안마기술을 배우고 있는 김주석(59)씨는 “60세가 다 돼서 앞을 못 보게 되자 가족들에게 짐만 되는 게 싫어 더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라며 “힘든 시기에 충주성모학교를 만났고, 이곳에서 꿈을 찾으면서 미래를 생각할 수 있게 됐고 내 자신이 짐이 아닌 가치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충주성모학교는 꿈을 찾아주고 나를 살린 소중한 곳”이라고 덧붙였다.

 

충주성모학교에서 함께하고 있는 학생들은 눈으로는 빛을 볼 수 없지만, 장애를 딛고 당당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스스로를 밝게 빛나게 하고 있었다. 교장 이민경 수녀는 “우리 학생들을 보고 있으면 너무 예쁘고 빛이 난다”며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함께하며 자신을 이해하고 수용해 타인을 돕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돕고 싶다”고 전했다.

 

 

충주성모학교에 마련된 성모의 정원. 충주성모학교 제공




충주성모학교에는 시각장애 학생들이 만든 공예작품이 곳곳에 전시돼 있다.

 

[가톨릭신문, 2023년 12월 10일, 민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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