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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발간 한국 천주교회 코로나19 팬데믹 사목 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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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4-02-06 ㅣ No.1349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발간 「한국 천주교회 코로나19 팬데믹 사목 백서」


코로나가 던진 ‘왜 신앙이냐’는 물음에 섬김·나눔·연대로 답하자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가 발간한 「한국 천주교회 코로나19 팬데믹 사목 백서」는 코로나 팬데믹이 가톨릭교회에 남긴 흔적과 영향을 바탕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교회가 나아가야 할 사목 이정표를 제시했다.

 

- 코로나19 팬데믹은 한국 교회 신자들의 신앙과 삶에 크고 작은 흔적을 남겼다. 사진은 2021년 7월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기도를 바치고 있는 신자들 모습. 가톨릭평화신문DB 

 

 

코로나19가 던진 질문, ‘그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한국 가톨릭교회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신자들과 함께하는 미사가 전면 중단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감염병의 확산 여부에 따라 본당에서는 주일 미사와 일상적 사목활동이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고, 가톨릭교회가 운영하는 병원과 학교, 사회복지 시설 역시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남녀 수도회들의 사도직 활동은 수도원 밖을 넘지 못했다. 아동과 청소년, 청년들 역시 온라인 소통에 익숙한 세대였지만 단절과 격리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피할 순 없었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보호’라는 이유로 중장년층 신자들보다 더 오래 교회 공동체와 단절된 상태로 지내야 했다. 노인 세대는 육체적 노화와 기저 질환에 따른 건강 위험으로 활동 자체가 제한됐고, 이들은 고립감과 두려움, 우울감 등을 호소했다.

 

전 세계적 감염병 사태는 한국 교회 신자들의 신앙과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자들의 신앙 의식과 신앙생활 실천 사이의 차이가 심화되고, 친교와 공동체, 봉사, 나눔과 자선이 코로나19 이전보다 덜 중요해졌다. 가장 큰 문제는 세상은 다시 빠르게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교회에는 여전히 많은 신자가 돌아오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코로나19 이전에 매주 주일 미사에 참여했다고 응답한 사람 중 70.5%만이 현재 주일 미사에 매주 참여하고 있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현재 미사에 참여하지 않는 신자들이 한국 교회에서 시급히 변화해야 할 문화로 △ 일부 신자 위주의 본당 운영 △ 권위주의 문화를 꼽았다는 점이다. 20대 청년들의 주일 미사 참여율은 53.2%에서 36.1%로 하락했는데, 청년들은 한국 교회에서 가장 변해야 하는 문화를 △ 권위주의 문화 △ 사제의 독단적 의사결정 구조 △ 환대 부족 순으로 응답했다.

 

「사목 백서」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사목 전망의 ‘전례 분야’를 집필한 김혜종(춘천교구 포천본당 주임) 신부는 “가톨릭 신앙 문화와 분위기에 대한 이러한 부정적 인식은 신자들이 신앙에서 멀어질 수 있는 잠재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사실 이러한 부정적 인식은 코로나19로 새롭게 생긴 인식이라기보다는 코로나19로 다시 확인하게 된 신앙 문화적 문제로 여겨진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가 한국 가톨릭교회 신자들의 삶과 신앙 의식에 변화를 가져다준 것은 사실이지만, 교회 내 많은 전문가들은 한국 교회가 걸어온 길이 복음적이었는지, 교회에 침투한 세속주의, 비복음적 요소들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해온 것은 아닌지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코로나19 기간 주일학교 운영과 활동에 대한 질문에서 ‘이전부터 주일학교는 재미없었고, 자신에게 큰 의미가 되지 않았으므로, 주일학교가 운영되지 않는 상황이 오히려 낫다’고 응답한 청소년들도 있었다. 교회에 의미와 매력을 찾지 못하고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청소년들의 현주소가 드러나는 계기가 됐다.

 

- 코로나19 이후 교회에 돌아오지 않는 신자들은 가톨릭 신앙 문화와 관련된 부정적 인식이 있다. 이는 코로나19로 새롭게 생긴 인식이라기보다는 코로나19로 다시 확인하게 된 문제다. 사진은 2022년 4월 24일, 코로나19 방역 지침 해제 후 첫 주일을 맞은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모습. 가톨릭평화신문DB

 

 

팬데믹 이후의 삶과 신앙, 그리고 한국 교회

 

한국 교회는 변화와 쇄신의 갈림길에 섰다. 「사목 백서」 집필에 참여한 연구자들은 팬데믹 상황은 교회의 삶과 직무 안에서 시노달리타스 실현이 왜 필요한지 절감했다고 진단했다.

 

“교회의 사목 일선에서 ‘수동적이고, 비주체적이며, 사목 대상’으로 외부에 서 있던 신자들이 시노달리타스를 통해 좀 더 자율적이고, 능동적이며, 동등한 사목의 협력자로 나설 수 있기를 희망한다.”(강신숙 수녀, 성가소비녀회 의정부관구장)

 

“우리가 새롭게 정립해야 할 모습이 있다면 공동체의 ‘외적 성장’에서 ‘내적 성숙’으로의 전환이다. 이를 위해 ‘교리 중심의 교육’에서 ‘신앙인 삶 중심의 교육’으로, 많은 수의 사람들이 세례를 받도록 하는 ‘결과 중심의 접근’에서 참된 신앙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출발점으로서 세례를 강조하는 ‘과정 중심의 접근’으로 좀 더 옮겨감이 필요하다.”(김혜종 신부)

 

“오늘날 한국 교회의 신자들이 형식적이고 의무적이며 타성에 젖어 전례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은 점, 곧 ‘전례 안에서의 시노달리타스 체험’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진단하고 있다.”(「사목 백서」‘주일 성찬례와 일상의 삶이 서로 순환하는 교회’ 중에서)

 

사목연구소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를 살아가는 교회를 위한 사목 제안’에서 △(시노달리타스의 실현) 모든 지체의 ‘친교’를 바탕으로 하느님 백성 모두가 ‘복음화 사명’에 ‘참여’하는 교회 △주일 성찬례와 일상의 삶이 서로 순환하는 교회 △청년에게 비전을 주고, 노인을 통합하는 교회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목을 통합하는 교회 △신앙의 공공적 실천을 심화하는 교회 △사회적으로 배제되고 고립된 가난한 사람들을 포용하고 함께하는 교회 △생태적 회심으로 나아가는 교회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교회가 지향해야 할 작은 푯대로 세웠다.

 

사목연구소는 사목 제안에서 교회 안에서 잘못된 중심주의가 해체되고, 그 공백의 장에 섬김과 나눔, 공존의 연대가 밀고 들어와야 함을 제안한다. 가시적이고 외적인 결과만을 중시하기보다 신앙인들의 성숙을 중시하고, 의무로서의 신앙과 더불어 은총으로서의 신앙도 부각되고 강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신앙인들 스스로가 자신을 사목적 돌봄의 대상뿐 아니라 사목적 돌봄의 주체임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도 짚었다. 돌봄을 받은 신앙인들은 공동체 안에서 신앙적 돌봄이 필요한 이들을 도우며 신앙의 증거자와 봉사자로 살아가야 신앙에서 멀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노인을 방치하면 청년이 환상을 잃어버리고, 청년이 가난해지면 노인이 꿈을 잃어버린다”고 설파하면서 청년과 노인 세대의 만남을 촉구한 바 있다. 노인 세대의 신앙이 청소년·청년 세대에게 자연스럽게 전수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던져준 수많은 질문들을 잊어선 안 된다. 그 질문들이 특히 ‘어떻게?’만을 고민하며 살아오던 우리에게 ‘왜’라는 신앙의 근원적 질문을 던져주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세상의 변화와 흐름에 따른 적용과 그에 따른 방법만을 고민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왜’ 신앙을 살아가야 하고, ‘왜’ 신앙이 중요한지 그 목적에 대한 성찰이 항상 선행되어야 함을 스스로 간직해야 한다.”(김혜종 신부)

 

[가톨릭평화신문, 2024년 2월 4일,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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