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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 한국 천주교회 코로나19 팬데믹 사목 백서 무엇을 담았나3-4: 포스트 코로나 시대 사목 제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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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한국 천주교회 코로나19 팬데믹 사목 백서」 무엇을 담았나 (3) 포스트 코로나 시대 사목 제안 (상) 신앙의 참뜻 바로 알고, 하나 되어 실천하는 교회 공동체 만들자
「한국 천주교회 코로나19 팬데믹 사목 백서」(이하 사목 백서) 제4편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교회를 위한 사목 제안을 담았다. 각종 통계와 연구 결과, 분야별 전문가들의 사목 전망을 7개 관점에서 종합하고 팬데믹 체험을 바탕으로 한 미래 교회 사목 비전을 제안했다. 사목 백서는 4편 서문에서 “서로가 서로를 비추는 비전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교회의 함께 걸어가는 여정에 작은 푯대가 되기를 염원한다”고 밝혔다. 사목 백서가 천명한 7개 사목 제안을 두 차례에 걸쳐 요약, 소개한다.
- 「한국 천주교회 코로나19 팬데믹 사목 백서」는 팬데믹 이후 교회가 새로운 공동체성을 갖추고 친교 중심의 사목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안한다.
1. 시노달리타스의 실현, 모든 지체의 ‘친교’를 바탕으로 하느님 백성 모두가 ‘복음화 사명’에 ‘참여’하는 교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동체가 함께하는 미사를 비롯해 교회의 많은 활동이 중단되는 사태를 겪었고, 팬데믹 기간 성사·전례 거행과 사목 활동을 원활히 수행할 수 없었던 사제들은 강력한 전염병의 위력 앞에서 자신의 신원과 직무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주일 미사 전례를 중심으로 신앙생활을 영위해 왔던 신자들 역시 성사가 중지되고 기존 신앙생활 양식이 흔들리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처럼 팬데믹은 하느님 백성의 일상적 삶이 시작되는 ‘본당’과 ‘본당 사목’의 중요성을 재발견하게 해줬다. 관료적이고 과도한 행사 조직, 성직자 중심으로 모든 것이 이뤄지는 기존 사목 관행으로는 보건 위기 상황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음이 명백히 드러났다. 기존 사목 관행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던 점을 철저히 성찰하고 쇄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교회를 새로운 공동체성과 친교 중심의 모델로 변화시키며, 신자들이 더 많이 참여하는 본당 운영 구조로 쇄신하고 창의적 사목 접근 방법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제도적 차원에서는 본당과 교구의 ‘사목 평의회’를 실질화해 다양한 목소리가 경청, 식별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더욱 자주, 깊은 소통이 이뤄져야 하며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가 교회의 여러 현안에 대한 논의와 방향 정립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이를 위해 모든 신자가 교회의 삶과 사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시노달리타스 양성과 교육을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
2. 주일 성찬례와 일상의 삶이 서로 순환하는 교회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한국 교회 종합 의견서」(이하 종합 의견서)는 오늘날 신자들이 형식적이고 의무적이며 타성에 젖어 전례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은 점, 곧 전례 안에서의 시노달리타스 체험이 부족한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결국 전례 문제는 내적인 이유만이 아니라 본당 공동체의 친교나 사목 활동과 긴밀히 연관된 것이라는 자각 아래 더욱 깊이 있는 성찰과 동반이 필요하다.
팬데믹은 여러 면에서 우리 신앙에 흔적을 남겼다. 근본적으로는 주일과 미사 전례의 의미, 일상적 삶이 주일 미사 전례와 갖는 관계에 대해 새로운 이해를 요청했다. 이를 위해 주일의 미사 전례와 일상의 삶을 연결하는 신자들의 보편 사제직 수행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강조돼야 한다.
곧 ‘일상에서’ 신자들은 기도와 사도직 활동, 부부 생활, 가정생활, 일상의 노동 등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느님 마음에 드는 영적 제물이 되고, ‘성찬례 거행 때’에 주님의 몸과 함께 하느님 아버지께 봉헌된다.(「교회 헌장」 34항 참조) 또한 성찬례에서 사제의 손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사제와 하나 되어 흠 없는 제물을 봉헌하면서 자기 자신을 봉헌하는 것이다.(「전례 헌장」 48항 참조) 곧 신자들의 보편 사제직은 사제와 함께 주일 미사 전례를 거행하면서, 또 한편으로 자신의 가정과 일터에서 삶을 통해 수행됨으로써 이뤄진다.
현재 한국교회는 회복 국면에서 신자들에게 주일 미사 참례를 강조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 제사는 복음 선포를 위한 그분의 지상 생애와 분리될 수 없다는 점이다. 교회 역시 성찬례 안에서만이 아니라 일상 안에서 신자들의 보편 사제직 수행을 위해 어떤 혁신을 이뤄야 할지 모색해야 한다. 의무적 주일 미사 참례는 미사의 진정한 의미 실현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는 ‘전례’와 ‘삶’이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성찰하는 사목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3. 청년에게 비전을 주고, 노인을 통합하는 교회
종합 의견서는 청년들의 사회적 환경 자체가 젊은이를 교회로부터 멀어지게 만들고 있지만, 그 이전에 그들의 삶에 무관심하고 부족한 신앙 교육을 방관하며 목소리를 듣는 것에 소홀했던 교회가 먼저 청년들을 떠나보낸 것은 아닌지 반성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모든 교구가 65세 이상 신자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 교구로 진입했음을 밝히고, 독거노인이 많고 노인 빈곤율이 높은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특별히 노인이 교회 안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자리를 찾아 주고 노인을 위한 프로그램을 더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으며, 위기 가정과 이혼 증가로 신앙생활에 제한을 받는 조손 가정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핵가족에서 1인 가구 중심으로 변해 가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교회는 청년 세대와 노인 세대를 만나게 하고 통합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노인들은 오늘의 한국 사회와 교회를 있게 한 주역들이다. 급속한 사회적 변화를 겪고 있는 한국 사회지만 이제 이들을 교회 공동체가 통합하고 끌어안는 모습이 필요하다. 그들은 여전히 사회와 교회에 자신의 말을 건넬 수 있고 젊은 세대는 그들의 풍요로운 경험과 지식을 더 배워야 한다. 노인 세대의 신앙이 청소년·청년 세대들에게 자연스럽게 전수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팬데믹 국면에서는 무엇보다 가정의 중요성이 다시 환기됐다. 오늘날 한국의 가족 구성이나 결합 방식은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 그렇지만 가정을 둘러싼 교회의 사목적 대응은 여전히 미흡하다. 가정, 본당, 학교, 청소년 사목은 어떻게 연결되는가? 오늘날 가정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가정 교회를 이뤄 가고자 노력할 책무가 교회에 있다. [가톨릭신문, 2024년 2월 25일, 이승환 기자]
[특집] 「한국 천주교회 코로나19 팬데믹 사목 백서」 무엇을 담았나 (4·끝) 포스트 코로나 시대 사목 제안 (하) 사회 변화에 발맞춘 사목, 장벽 없앤 공동체로 새 미래 활짝 열자
「한국 천주교회 코로나19 팬데믹 사목 백서」(이하 사목 백서) 제4편은 각종 통계와 설문 결과, 전문가들의 사목 전망을 7개 관점에서 종합하고 팬데믹 체험을 바탕으로 한 미래 교회 사목 비전을 제안하고 있다. 온오프라인 사목의 통합, 신앙에 바탕을 둔 공공성 실천과 주변부 사람들을 환대하는 교회 구현, 생태적 회심의 시대적 필요성 등 팬데믹 이후 교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백서의 내용을 토대로 소개한다.
- 한국교회는 팬데믹을 거치며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사목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팬데믹 이후 ‘대면과 접촉’, ‘비대면과 접속’의 신앙생활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는 과제로 남아 있다.
4.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목을 통합하는 교회
온라인을 이용한 성사 전례와 사목 활동이 대면 사목을 약화시킨다는 우려도 있지만 앞으로의 기술 수준이나 사회 변화 양상으로 볼 때 온라인 영역을 무시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특별히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기술적으로 더 발전하고 영역이 넓어진 비대면 정보 기술을 활용하는 신앙생활 영역, 방송 미사와 온라인 미사 등에 대한 신학적 사목적 정립이 필요하다. ‘대면과 접촉’, ‘비대면과 접속’의 신앙생활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도 과제로 남아 있다. 단지 도구적 차원만이 아니라 속지적 교회를 넘어서는 교회의 존재 이유에 대한 질문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실천적 차원에서는 온라인 신앙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개발, 보급할 필요가 있다. 신자들은 온라인에서 더 강화됐으면 하는 콘텐츠에 대해 ‘가톨릭 교리’(27.2%), ‘성지 순례 프로그램’(26.9%), ‘기도와 영성 강좌’(24.5%) 순으로 답한 바 있다. 이런 면에서 팬데믹 기간 내내 신자들의 신앙 교육에 일조한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의 ‘가톨릭 영상 교리’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5. 신앙의 공공적 실천을 심화하는 교회
팬데믹은 신앙이 개인의 사적인 영역만이 아니라 더욱 공적인 성격을 갖는다는 점을 일깨워 줬다. 종교와 신앙을 개인적 신념이나 취향으로, 그리고 교회의 활동을 비정치적인 부분으로 한정하려는 세속화의 물결을 넘어 사회적 논의에 참여하고 그 책무를 다하는 교회로 나아가야 한다. 설문 조사에서 나타난 것처럼, 팬데믹 이후 교회는 지역 사회에 더 깊이 투신하고 육화하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 특별히 본당을 중심으로 속지적 사목 방식을 채택하는 교회는 지역 사회 속에서 하나의 ‘섬’이 아니라 ‘목마른 이들을 위한 지성소’이며 ‘사람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서 살아 있는 친교와 참여의 장소’(「복음의 기쁨」, 28항)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목 백서를 위한 설문 조사에서 비신자 일반 국민이 교회에 바라는 종교의 사회적 역할로 가장 먼저 거론한 것은 ‘사회적 갈등의 해소와 사회 통합 노력’이었다. 교회는 이 세상 안에서 하느님 나라를 향한 여정에 시민을 동참시키고 사회 공동선 실현에 이바지해야 할 사명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시민의 일상적 삶의 자리에서부터 일상의 문화를 어떻게 복음화할 것인지 생각하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 자신을 동일시하신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도움과 보호 등을 통해 좀 더 근본적 차원에서 사회 통합의 길로 나서야 할 것이다. 본당을 중심으로 한 매일의 일상에서 신앙의 공공적 성격을 살아내려 노력할 때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은 더 큰 설득력을 얻을 것이고, 한국 사회의 극심한 정치적 양극화 아래서도 그 고유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6. 사회적으로 배제되고 고립된 가난한 사람들을 포용하고 함께하는 교회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조한 것처럼 팬데믹 이후에도 그리스도인은 착한 사마리아인의 역할을 ‘지금 당장 여기서’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특별히 팬데믹 기간 물질적으로 가난하고 사회 변두리에서 신음하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배려와 지원이 부족했던 것을 생각하면 교회가 먼저 나서 무관심과 각자도생의 일상을 떨치고 나가도록 해야 한다.
교회 안에서도 교리나 기타 사유로 발생하는 배제의 문제들에 대해 사랑과 자비의 관점에서 포용하고 받아들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열린 교회의 모습을 지향하고, 주변부 사람을 환대하는 교회로 나아가야 한다. 특히나 전 세계적으로 팬데믹은 혐오와 배제의 정서를 다시 불러오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이유로 사회에서 차별받는 이들이 교회에서도 차별받고 배제되는 현실을 직시하며, 교회는 그들의 소리를 경청하고 그들을 복음의 정신으로 환대해야 한다. 한국 사회 안에서 주변부에 해당하는 사람을 본당에서 적극적으로 환대하고 본당 가족으로 자리 잡도록 노력해야 한다.
교회는 무관심의 바이러스와 개인주의적 자기 집착을 버리고 주변부 사람들과 연대하는 교회로 나아가야 한다. 모든 사람이 잠재적 감염자인 세상에서 역설적으로 공동체와 연대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킨 것이야말로 코로나의 역설이다.
7. 생태적 회심으로 나아가는 교회
프란치스코 교황이 팬데믹 한가운데 발표한 회칙 「모든 형제들」은 팬데믹과 포스트 코로나 세계에 대한 사목적 성찰을 담았다. 코로나19가 만들어 낸 배제와 격리의 시기를 통해 우리는 세상의 모든 것과 더 긴밀히 연결돼 있으며, 온 우주를 창조하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일구고 돌보는’(창세 2,15)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함을 깨닫고 있다.
또한 교황은 회칙에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류가 깊이 절감하고 있는 위기들 앞에서 모든 종류의 ‘장벽 없애기’와 ‘연대의 공동체’ 건설에 대한 인식 제고와 실천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이를 위해 더 깊은 생태적 회심이 필요하며 교회의 전례와 일상적 사목 활동에서 이를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임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말씀을 인용해 전한 미래 교회의 비전은 팬데믹 이후 교회의 생태적 회심과 관련해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미래 교회는 더 작아지고, 많은 특권을 잃고, 더 겸손하고 진실하며, 본질적인 일에 에너지를 쏟을 것입니다. 그 교회는 더 영적이고, 더 가난하고, 덜 정치적인 교회, 곧 작은 자들의 교회가 될 것입니다. 그 작은 교회가 되기 위해 스스로를 준비합시다.’ [가톨릭신문, 2024년 3월 3일, 이승환 기자] 0 14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