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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손길: 새빛공동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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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손길] 새빛공동체 ‘거부된 사람들’이 사는 집
우리는 종종 무언가에 ‘거부’ 당합니다. 그때마다 불쾌감에 언짢기도 하지만 그 순간이 지나면 잊고 지나가지요. 하지만 우리 사회 안에는 한 인간으로서 존재 자체가 거부되어 가족, 친구, 사회로부터 평생 외면당하고 그림자처럼 살아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존재가 거부된 사람들! ‘에이즈(HIV/AIDS) 환자(이하 감염인)’들입니다.
감염인 명숙(가명) 씨가 입소하던 날, 병색이 완연한 그녀의 퀭한 눈과 깡마른 몸에서 오랜 시간의 거리 생활이 눈에 보였습니다. 길 위에서 많은 것에 시달렸을 그녀에게 저는 “명숙 씨, ‘이곳이 내 집이다.’ 생각하고 편하게 지내세요!”라고 말을 건넸고, 그제야 무표정하던 명숙 씨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습니다. 그녀가 쓸 방을 보여주고 노숙의 여독을 씻어낼 목욕을 도울 때였습니다. 얼마 동안 길 위에서 살았는지 그 긴 세월만큼 씻김이 필요할 듯했습니다. 때가 빠지지 않는 머리를 반복해 감기며 이 나이 든 여성 감염인이 노숙에 들어간 이유가 짐작돼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에이즈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된 이해는 외면과 차별을 낳으며 누군가의 딸이자 형제, 아내이자 엄마였던 병든 한 여성을 풍찬노숙의 길로 내몰았던 것입니다.
저녁 식사 시간, 명숙 씨 자리를 화장실이 가까운 쪽으로 정했습니다. 식사가 시작되자 예상대로 그녀는 음식을 씹지 않고 삼키며 폭풍 흡입을 했고, 사레가 걸려 화장실로 뛰어가 서너 차례 토를 했습니다. 이렇게 식사 중 화장실로 뛰어가는 일이 며칠 더 이어지고 나니 명숙 씨 얼굴에도 혈색이 돌고 편안함이 찾아들었습니다. 가족, 사회적 관계에서 거부되었던 명숙 씨는 새빛공동체가 살만한지 자연인 최명숙으로 서서히 회복되어 갔습니다.
에이즈는 확진과 동시에 주변인들로부터 병세를 위로하는 그 흔한 걱정의 인사조차 소거시킵니다. 대신 거부와 외면, 차별이 그 자리를 차지합니다. 감염인들은 이렇게 거부된 삶을 살며 일찍 스스로 생을 마감하거나, 머리 누일 곳을 찾아 생면부지 사람들 속의 노숙, 쪽방, 고시원 등으로 들어갑니다. 이런 감염인들이 인연이 되어 머리를 누이는 곳이 생활 쉼터인 저희 새빛공동체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성골롬반외방선교회의 수녀이자 새빛공동체의 책임자입니다. HIV 감염인과 AIDS(에이즈) 환자들만을 돌보는 새빛공동체는 1997년 본 수녀회에서 시작했습니다. 에이즈 특성상 비공개로 운영하다 보니 정부는 물론 여타 기관의 도움이 어려워 수녀회의 지원과 소수 후원자의 후원만으로 꾸려갑니다. 에이즈를 앓고 있는 사람들은 어느 질환보다 건강 회복과 독한 약의 순응도를 높이기 위해 균형 있는 음식, 따뜻한 거주가 중요합니다. 섭생을 위한 식비, 의료비, 청년 감염인의 사회 복귀를 위한 교육비 그리고 쉼터로 이용하는 오래된 주택도 매년 공사비를 요구합니다. 이 상황이 언제쯤 나아질까 매일 인간적 걱정이 들곤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 역시 평생 편하고 좋았던 순간이 없으셨던 일을 생각해 보면 오늘만 살아보자는 마음으로 새빛 쉼터를 꾸려갑니다. 단순하게 ‘짠하다!’라는 말조차 못 듣는 에이즈를 지닌 이들이 사는 새빛에, 사랑의 손길을 건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후원 계좌 : 우리은행 1005-004-429455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2024년 3월 2일~4월 5일까지 위의 계좌로 후원해 주시는 후원금은 ‘새빛공동체’를 위해 씁니다.
[2024년 3월 3일(나해) 사순 제3주일 서울주보 4면] 0 100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