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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칼럼: 영화 괴물 -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하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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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칼럼] 영화 ‘괴물’ - 2023년 작,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하리라
하늘의 높이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질문에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요. 하늘이 구름이 떠다니는 곳까지라면 그 높이는 약 10킬로미터라고 할 수 있지만, 푸른 창공을 말한다면 지구 대기까지의 높이인 약 1백 킬로미터라고 답해야 합니다. 만약 별들이 반짝이는 밤하늘을 보고 말하는 것이라면 하늘의 높이는 약 1천 광년이라고 말해야 하고, 온 우주에 퍼져 있는 우주 배경 복사를 말하는 것이라면 높이는 수백억 광년이 됩니다. 하늘의 높이를 10킬로미터라고 답했다 해서 틀렸다고 말할 수 없고, 눈에 보이지 않는 우주 배경 복사를 언급한다 해도 틀렸다 말할 수 없습니다. 서로가 다른 하늘의 높이를 이야기하고 있어도 그 하늘이 모두가 이해하는 하늘로 수렴이 가능합니다. 이를 깨닫게 되는 순간, 비로소 하늘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이전보다 더 자유로워집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괴물>은 하나의 이야기를 향한 세 가지의 다른 시선을 보여줌으로써 세상을 향한 우리의 편협해지기 쉬운 시선을 성찰하도록 이끕니다. 영화가 보여주는 첫 번째 시선은 아들 미나토(쿠로카와 소야 분)가 학교에서 담임 선생님 호리(나가야마 에이타 분)에게 학대를 당한다고 생각하는 엄마 사오리(안도 사쿠라 분)의 시선입니다. 이 시선에서 호리 선생님은 이해할 수 없는 인물로 비칩니다. 두 번째 시선은 학급에서 이상 행동을 보이는 학생 미나토를 대하는 호리 선생님의 시선입니다. 이 대목에서 영화는 관점을 바꿔 호리 선생님의 시선에서 동일한 상황을 복기해 나갑니다. 마지막으로는 영화는 미나토와 미나토의 친구 요리(히이라기 히나타 분)의 시선을 담습니다. 이제 두 어린이의 시선을 바탕으로 그간 쌓여온 오해와 숨겨져 있던 비밀이 조금씩 해소되기 시작합니다.
영화 속 세 가지의 시선을 모두 마주하고 나면 동일한 상황이 각자의 시선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해석되고 단정되는가를 알게 됩니다. 바로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괴물’이란 선입견과 편견에 휩싸여 상대방을 괴물로 만들려고 하는 세태 그 자체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하나의 시선만으로 선과 악을 일방적으로 규정하고 단정 짓는 일이, 그렇게 하늘의 높이를 단 하나의 답으로만 규정지으려는 태도가 얼마나 위험천만한가를 보여주고, 이 같은 태도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희망을 종국에는 관객과 나누고 싶어 합니다.
선입견과 편견에 기반한 편협한 태도와 혐오의 시선이 만연한 이 시대에 신앙이 제시할 수 있는 참된 진리는 ‘너희와 많은 이를 위하여 흘릴 피’를 약속하셨던 예수님의 마음을 바탕으로 지금보다 더 많은 이들을 ‘주님의 시선’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노력에 달려있습니다. 이처럼 주님의 시선을 염두에 둔 삶의 자세를 진리로 나아가기 위한 기반으로 삼고 이를 부정하려 드는 흐름에는 열렬히 저항하는 것이 진리 안에서 자유롭기 위한 신앙인의 과제이자 숙명일 것입니다.
[2024년 6월 16일(나해) 연중 제11주일 서울주보 7면, 구본석 사도요한 신부(행당동성당 부주임)] 0 42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