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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칼럼: 영화 원더랜드 - 죽으며 살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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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칼럼] 영화 ‘원더랜드’ - 2024년 작, 감독 ‘김태용’ 죽으며 살리라
김태용 감독의 영화 <원더랜드>는 사랑하는 이의 죽음 혹은 그에 준하는 이별을 성사적 사고를 통해 마주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는 죽은 사람 혹은 의식이 없는 식물인간 상태의 사람을 인공지능 기술로 복원하여 가상의 세계에서 살게 하며 살아있는 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인 ‘원더랜드’ 서비스가 일상이 된 근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삼습니다. 원더랜드 서비스를 통해서 사람들은 휴대전화처럼 주어진 기기의 화면 너머의 복원된 사람과 직접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로 복원된 이들은 자신이 복원된 존재인지를 알지 못합니다.
영화는 딸 바이지아(여가원 분)에게 자신의 죽음을 숨기기 위해서 죽기 전에 원더랜드 서비스를 신청하여 고고학자의 모습으로 복원된 바이리(탕웨이 분)와, 사고로 의식을 잃은 남자친구 태주(박보검 분)를 우주인으로 복원해 전과 다르지 않은 일상을 살아가는 정인(수지 분)의 이야기를 중심축으로 삼습니다. 이와 더불어 원더랜드 서비스의 수석 플래너 해리(정유미 분)와 신입 플래너 현수(최우식 분)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손주 진구(탕준상 분)를 잃은 할머니 정란(성병숙 분)이 원더랜드 서비스를 통해서 진구를 복원하는 이야기, 죽음을 앞두고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원더랜드 서비스를 신청하는 용식(최무성 분)의 이야기들도 함께 펼쳐집니다.
영화 <원더랜드> 속 SF적 요소는 죽음을 극복하려는 인간의 욕망을 위한 도구로 활용되지 않습니다. 극복을 전제로, 욕망 해소를 위해 원더랜드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종국에는 상실감과 무력감에 휩싸이고 맙니다. 오히려 영화는 우리가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두고 필연적으로 성사적 사고를 떠올릴 수밖에 없음을 일깨워줍니다. 그렇게 영화 속 원더랜드 서비스는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과학기술의 산물이 아닌 ‘돌아가신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남긴 담배꽁초’와 같은 의미로 다가오게 됩니다.
[2024년 7월 28일(나해) 연중 제17주일(조부모와 노인의 날) 서울주보 5면, 구본석 사도요한 신부(행당동성당 부주임)] 0 57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