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 (금)
(홍) 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 너희는 하느님의 집을 ‘강도들의 소굴’로 만들어 버렸다.

영성ㅣ기도ㅣ신앙

[영성] 영성심리: 뭣이 중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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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4-08-28 ㅣ No.2044

[영성심리 칼럼] 뭣이 중헌디?

 

 

강의 때 ‘욕구’ 이야기를 하면, 많은 분이 처음에는 흥미롭게 듣다가 얼굴이 점점 어두워집니다. 욕구 자체도 불편하거니와 욕구에 따라 행동했다가 낭패한 경험이 적지 않으니, 욕구와 연결된 나쁜 기억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나쁜 기억들이 많은 나 자신이 좋아보이지 않죠. 이 나쁜 기억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최근에 <인사이드 아웃 2>라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을 위해 내용은 말씀드리지 않겠지만, 제가 느낀 영화의 메시지를 나누고 싶습니다.

 

살면서 여러 경험을 하게 되고 그에 따른 감정과 기억이 우리 안에 생겨납니다. 그 감정과 기억이 모여 ‘나’라는 자기 이미지, 곧 ‘자아상’을 만들게 되죠. 이 자아상은 사람의 수만큼이나 다양하지만, 가장 근원적인 자아상은 ‘나는 좋은 사람이야.’와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야.’라는 두 가지입니다. 이 두 가지 근원적인 자아상에 오늘날 자주 이야기하는 ‘자존감’이 연결되고, 자신과 세상에 대한 신뢰, 방어기제, 욕구와 가치관 등 삶을 대하는 전반적인 태도가 이어집니다.

 

이 두 자아상 중에 ‘나는 좋은 사람이야.’라는 자아상이 튼튼하게 자리 잡고 있을 때 더 건강하고 자유롭고 성숙한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하느님을 따라서 거침없이, 씩씩하게 나아갈 수 있게 되죠. 여기까지는 많은 분이 동의하실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긍정적인 자아상을 어떻게 형성하는가입니다.

 

긍정적인 자아상을 만들기 위해 과연 좋은 기억만 필요할까요? 실패했던 경험, 당혹스럽고 부끄러웠던 기억과 감정은 하나도 없이 늘 성공하고 인정받았던 기억들만 있어야 자신을 좋은 사람으로 인식하게 될까요? 그럴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살면서 좋은 경험과 기억만 있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긍정적인 자아상은 내 안의 나쁜 것을 지우고 좋은 것만 기억한다고 생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부족함과 약함, 실수와 죄스러움까지도 나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끌어안을 때 생겨납니다. 좋은 면이라는 한 ‘부분’이 아니라, 좋은 면과 나쁜 면을 모두 포함하는 ‘전체’로서 나를 받아들일 때 생겨나는 자아상입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할까요? 다른 이라면 몰라도 우리에게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하느님께서 이미 나를 그렇게 바라보시기 때문입니다. 나의 부분이 아닌 전체를 보시고, 나의 ‘부분’들의 수많은 약함을 아시면서도 ‘전체’로서 나를 좋은 사람으로 긍정하십니다. 그렇게 우리를 지어내셨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흠과 결점으로 불안해하는, 그래서 스스로 긍정하지 못하는 나에게 하느님께서는 뭐라고 말씀하실까요? ‘무엇이 중요하냐? 그 어떤 죄도 너를 향한 나의 사랑을 막을 수 없단다.’라고 하시지 않을까요?

 

“무엇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갈라놓을 수 있겠습니까?”(로마 8,35)

 

[2024년 8월 25일(나해) 연중 제21주일 서울주보 5면, 민범식 안토니오 신부(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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