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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 너희는 하느님의 집을 ‘강도들의 소굴’로 만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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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 초대 교구장 브뤼기에르 소(蘇) 주교 시복 추진에 관한 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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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4-09-18 ㅣ No.1264

서울대교구 초대 교구장 브뤼기에르 소(蘇) 주교 시복 추진에 관한 담화


‘하느님의 종’

“바르톨로메오 브뤼기에르 소(蘇) 주교”의 

시복 예비 심사에 즈음하여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서울대교구는 지난 2022년 이후 초대 교구장 “바르톨로메오 브뤼기에르 소(蘇) 주교”의 시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교황청 시복 절차법에 따른 행정 사무와 시복 심사의 본 내용인 브뤼기에르 주교의 생애와 영웅적 덕행과 성덕의 명성에 관한 연구를 차분히 진행해 왔습니다. 이제 그 결과를 바탕으로 교구 단계의 시복 재판(예비 심사)을 개정할 준비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브뤼기에르 주교(1792-1835)는 공식 한국천주교회 역사의 첫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1784년 이승훈 베드로의 세례로 시작된 신앙 공동체는 당시 조선왕조 치하에서 극심한 박해로 고통을 받습니다. 목자 없는 교회로 10년을 보낸 후 첫 중국인 선교사 주문모 신부가 입국하여 활동했으나 7년 만인 1801년 신유박해로 순교합니다. 이후 교회 지도자들은 30년 동안 목자 없는 교회를 이끌어가며 로마 교황청에까지 선교사 파견을 요청합니다. 그러나 박해 상황 등 여러 어려움을 이유로 모두가 교황청의 제안을 주저하는데 당시 시암 (현 태국 방콕)에서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던 브뤼기에르 신부만이 이 소식을 듣고는 주저없이 “제가 가겠습니다.”하고 자원합니다. 이후 선교사 파견 문제가 급물살을 타게 되어 마침내 1831년 9월 9일, 교황 그레고리오 16세는 신생 조선 대목구 (교황 직할 교구)를 설정하면서 초대 대목구장으로 당시 시암의 부주교였던 브뤼기에르 주교를 임명합니다. 이듬해야 이 소식을 들은 브뤼기에르 주교는 곧바로 조선 입국을 위해 출발하지만, 당시 선교활동이 엄격히 금지되었던 중국 대륙을 비밀리에 관통하는 데는 3년이나 소요됩니다. 마침내 극적으로 조선 국경 근처인 내몽골 마가자(馬架子) 교우촌에까지 이르렀으나 안타깝게도 그동안 누적된 피로와 병고를 이기지 못하고 1835년 10월 20일 저녁 갑작스럽게 선종합니다.

 

이처럼 한국교회는 목자 없는 양들을 찾아 죽기까지 십자가의 길을 걸었던 브뤼기에르 주교의 숭고한 사랑과 희생의 기초위에 세워졌기에 그의 죽음을 결코 잊을 수 없었습니다. 초기 한국교회에서는 일만여 명에 이르는 순교자들의 기록 정리와 시복 시성 추진이 중심이 되었기에 브뤼기에르 주교에 대한 공경은 마음속으로만 간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1931년 조선교구 설정 100주년을 기념해 서울대교구 성직자들은 잊지 않고 브뤼기에르 주교의 유해 송환을 추진하였고, 마침내 중국 마가자에서 서울 용산 성당 성직자 묘지로 유해를 이장함으로써 비록 사후이지만 브뤼기에르 주교의 조선 입국을 실현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70여 년 세월이 지난 2005년부터는 우연한 기회에 브뤼기에르 주교의 삶과 영성에 깊이 감화된 개포동 성당 공동체가 염수의 신부를 중심으로 브뤼기에르 주교 현양 사업을 시작하였습니다. 이를 계기로 20여 년 가까이 브뤼기에르 주교의 영웅적 덕행에 대한 명성이 지속적으로 확산되면서 시복 시성에 대한 염원에까지 이르게 되었으며, 마침내 조선 대목구를 계승하는 서울대교구장인 제가 이를 받아들여 2022년부터 브뤼기에르 주교 시복을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저는 시복 절차법에 따른 행정 사무를 순차적으로 진행하였습니다. 2022년 10월 21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서울대교구 주체의 시복 추진에 만장일치로 동의하였습니다. 2023년 1월 12일, 교황청도 시복 재판 관할권을 서울대교구로 이전해 달라는 요청에 승인해 주었습니다. 2023년 3월 23일, 저는 직무상 청구인(Actor)으로서 법정 대리인 역할을 맡는 청원인(Postulator)으로 박선용 신부를 임명했습니다. 2023년 6월 5일, 청원인은 그동안의 기초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브뤼기에르 주교의 생애와 영웅적 덕행과 성덕의 명성에 대한 시복 안건 착수를 요청하는 청원서(Libellus)>를 저에게 제출하였습니다. 2023년 10월 12일, 교황청 편에서의 조사에서도 이 시복 추진에 아무런 ‘장애가 없다’(Nihil Obstat)는 사실을 확인해 줌으로써 브뤼기에르 주교에게 ‘하느님의 종’(Servus Dei) 호칭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24년 7월 6일, 저는 교구 단계의 예비 심사를 앞두고 재판 관할권을 서울대교구 총대리이며 시복시성위원회 위원장인 구요비 욥 주교에게 위임하였습니다.

 

이러한 행정 사무와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역사와 고문서 전문가를 중심으로 시복 심사의 본 내용인 하느님의 종의 생애와 영웅적 덕행과 성덕의 명성에 관한 증거 수집과 연구 작업을 해왔습니다. 또한 서적 검열 신학자를 중심으로 하느님의 종의 저술에 대한 검증을 통해 신앙과 건전한 윤리에 어긋나는 내용이 없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이제 그 결과를 바탕으로 교구 단계의 시복 재판(예비 심사)을 개정할 준비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법정 개정은 교구의 여러 일정을 고려하여 11월경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상의 시복 추진 경과에 대한 설명과 함께 이 담화문으로 예비 심사에 앞서 모든 신자의 의견을 듣는 공시 절차도 병행합니다. 교황청 시복 절차법 “주교들이 행할 예비 심사에서 지킬 규칙” 제11조 나항에 따르면, “주교는 청원인의 청원을 자기 교구에서 공표하고, 모든 신자에게 그 안건에 관련된 유익한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 그것을 자기에게 제출하도록 권유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합니다. 따라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관련 정보를 가지고 있는 신자는 서울대교구 시복시성위원회를 통하여 제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브뤼기에르 소(蘇) 주교는 특별한 연민으로 박해 중의 조선교회 선교를 자원한 서양의 첫 번째 선교사였고, 선교지 조선을 향해 죽기까지 걸어간 길 위의 선교사였으며, 자신의 운명을 하느님의 섭리에 온전히 내맡긴 믿음과 겸손의 목자였습니다. 이 영웅적 덕행을 영원한 모범으로 삼고자 하는 노력이 곧 브뤼기에르 주교의 시복을 향한 우리의 여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브뤼기에르 주교의 삶과 영성을 심화시키는 기도와 현양 활동에 적극적으로 함께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특히 『브뤼기에르 주교 서한집』과 『브뤼기에르 주교 여행기』 등의 저술과 『브뤼기에르 주교 바로 알기』와 『브뤼기에르 주교 바로 살기』 등의 현양 자료들을 통해 도움을 받으시기를 바랍니다.

 

하느님의 종 브뤼기에르 소(蘇) 주교의 시복 여정에 교회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과 한국교회의 103위 순교 성인 및 124위 순교 복자와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의 전구를 청합니다.

 

2024년 9월 9일

조선 대목구 설정 및 초대 대목구장 임명 193주년 기념일에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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