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 (금)
(홍) 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 너희는 하느님의 집을 ‘강도들의 소굴’로 만들어 버렸다.

성경자료

[신약] 마르코와 함께 떠나는 복음 여행: 그 돌이 이미 굴려져 있었다(마르 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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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4-11-19 ㅣ No.7571

[마르코와 함께 떠나는 복음 여행] 그 돌이 이미 굴려져 있었다(마르 16,4)

 

 

예수님께서는 숨을 거두셨습니다. 끝까지 그분 곁을 지켰던 사람들은 차마 눈으로 볼 수 없어 고개를 떨구고 가슴을 부여잡고 차가운 눈물을 흘립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하느님 나라를 열심히 기다리던 아리마태아 출신 요셉이 보입니다. 예수님을 향한 존경의 마음이 여전하기에, 그래서 그분의 처참한 시신을 그냥 바라만 볼 수 없기에, 그는 빌라도에게 가서 예수님의 시신을 내 달라고 청합니다. 그분의 시신을 아마포에 싼 다음, 돌무덤에 모십니다. 마리아 막달레나와 요세의 어머니 마리아가 이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그토록 열정적으로, 쉬지 않고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하던 예수님. 그분을 더 이상 뵐 수 없습니다. 해가 저물고 안식일이 시작되었습니다. 예수님에 대한 지극한 사랑 때문에 그분 시신에 향유를 발라 드리기 위해 몇몇 여인들이 분주히 움직입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안식일 다음 날 이른 아침 여인들은 향료를 들고 무덤으로 향합니다. 그러나 걱정이 앞섭니다. 누가 무덤을 막고 있는 큰 돌을 굴려줄 수 있을까? 여인들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어느새 무덤에 다다랐습니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여인들의 눈 앞에 펼쳐집니다. 눈을 들어 바라보니 무덤을 막고 있던 돌이 이미 굴려져 있었습니다. 놀란 가슴을 뒤로 한 채, 황급히 무덤 안으로 들어갑니다. 예수님은 온데간데없고 하얀 긴 옷을 입은 젊은이가 눈에 들어옵니다. 너무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며 쓰러집니다. 서로의 몸에 기대어 무서움에 떨고 있던 여인들에게 그 젊은이가 말합니다.

 

“놀라지 마라. 너희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나자렛 사람 예수님을 찾고 있지만 그분께서는 되살아나셨다. 그래서 여기 계시지 않는다. 보아라, 여기가 그분을 모셨던 곳이다.”(마르 16,6)

 

그렇습니다. 죽음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예전에 말씀하신 것처럼 부활하신 것입니다. 마르코뿐만 아니라 예수님의 부활 사건을 전하는 복음서의 저자들은 그분께서 어떻게 부활하셨는지 마치 신문 기사를 써 내려가듯 정확하게 부활의 장면을 묘사하지 않습니다. 아주 간결하게 그분의 빈 무덤만을 보여줄 뿐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과연 빈 무덤만으로 예수님이 부활하셨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빈 무덤은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요?

 

분명한 것은, 빈 무덤은 십자가 위에서 죽음을 맞이하신 예수님께서 이제 더 이상 죽음의 권세에 묶여 있지 않으시다는 것을 나타낸다는 사실입니다. 천사로 추측할 수 있는 흰옷을 입은 젊은이의 말이 이를 보증합니다. 그분은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셨기에, 더 이상 죽음을 상징하는 무덤에 머물러 계시지 않습니다. 비록 젊은이가 전한 소식을 듣고 여인들은 두려움에 사로잡혀 달아났지만,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이제 그들 앞에 나타나시어 당신이 죽지 않고 부활하셨음을 보여주실 것입니다.

 

[2024년 11월 17일(나해) 연중 제33주일(세계 가난한 이의 날) 서울주보 4면, 이영제 요셉 신부(문화홍보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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