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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칼럼: 여러분은 어떤 어른인가요? 어떤 어른이 되고 싶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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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칼럼] 여러분은 어떤 어른인가요? 어떤 어른이 되고 싶나요?
지난 2015년, 초등학교 4학년 어린이가 쓴 동시집으로 세간이 떠들썩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이 동시집 안에 실린 한 편의 시가 문제가 되었는데, 학원에 가기 싫은 어린이의 심경을 매우 직설적이면서도 기이하게 표현했기 때문입니다. 이 시는 기성 언론들에서 일명 ‘잔혹 동시’라고 불리게 됩니다. 이로 인하여 인터넷상에서는 동시집을 낸 어린이와 어린이의 부모에게 온갖 나쁜 말들이 쏟아지게 됩니다. 심지어 일부 종교 단체에서는 동시집를 향해 ‘사탄의 영이 지배하는 책’이라고 말하기까지 합니다. 이 같은 부정적인 여론으로 결국 동시집은 전량 수거되어 폐기되고 맙니다.
얼마 후, 한 일간지의 논설 위원이 쓴 기고문에 이 시를 두둔하는 내용이 실립니다. “처음엔 섬뜩했고. 제정신인가 싶기도 했지만… 30년도 더 지난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니 소녀의 마음이 궁금해졌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논설 위원은 시를 쓴 어린이의 마음을 헤아려보니, 어른들을 끔찍이도 싫어했던 자신의 소녀 시절이 떠올랐다고 고백합니다. 또 학원에 가는 것이 너무나도 싫은 어린이의 마음이 느껴져 끔찍해 보였던 시가 슬프게 다가왔고, 시를 쓴 어린이를 향한 미안한 마음이 밀려왔다고도 말합니다.
지난 2021년에 출간되어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책 《어린이라는 세계》를 쓴 김소영 작가의 신간 《어떤 어른》은, 어린이와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는 어른의 자리를 살피고 어린이가 또 한 사람의 어른으로 성장하기까지 필요한 어른의 역할을 탐색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작가는 우리가 보통 어린이와 어른의 관계를 생각할 때 흔히 미성숙한 어린이를 지켜보는 어른의 모습을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어린이 역시 어른을 보고 있음을 상기합니다. 그렇게 어른을 보면서 세상이 어떤 곳인지 배우고,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궁리하며 성장해 가는 것이 어린이가 하는 일임을 알려줍니다. 이러한 과정을 기억하고 짐작하며 기다려주고 존중해줄 수 있는 어른이라면 ‘어떤 어른’이어도 좋다고 작가는 말하며, 어린이에게 필요한 다양한 어른들의 모습을 책을 읽는 독자들이 떠올려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이처럼 《어떤 어른》은 우리 사회의 어른들이 ‘민식이법’을 악용하여 장난을 치는 극히 일부의 어린이들을 두고 민식이법을 부당한 법으로 여기는 어른이기보다 어른들의 부주의함으로 교통사고를 당하는 어린이들을 향한 안타까운 마음을 지닐 줄 아는 어른, 지금 당장의 편리함에 집착하는 어른이 아닌 미래 세대인 어린이들을 현재의 동료 시민으로 여기며 그들이 누리게 될 미래를 위해 기꺼이 일상 속 불편함을 감수할 줄 아는 어른, 어른의 마음으로 쉽게 이해되지 않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긴 호흡으로 헤아려볼 줄 아는 어른, 일상 안에서 자신을 향한 어린이들의 시선에 신경을 쓰는 어른, 어린이들의 모습 안에 숨겨진 자신의 어린 시절 모습을 포착해 낼 줄 아는 어른으로 거듭날 것을 요청합니다.
[2025년 1월 12일(다해) 주님 세례 축일 서울주보 7면, 구본석 사도요한 신부(국내수학)] 0 2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