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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칼럼: 결여의 지위, 도서 사이보그가 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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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칼럼] 결여의 지위, 도서 사이보그가 되다
지난 2021년 4월 20일, 제 41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서울시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무료 콜택시를 운행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한 서울시장 후보는 장애인들의 버스 요금 무료 공약을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공약의 대상자인 장애인들은 오히려 무료 콜택시 운행과 무료 버스 공약에 우려와 유감을 표했습니다. 장애인을 위한 저상버스 도입율이 낮아 설령 버스 요금을 내지 않더라도 장애인이 탈 수 있는 버스가 몇 대 없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고, 또 무료 콜택시 운행은 흡사 놀이 공원 무료입장처럼 지극히 시혜적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비단 행정상의 문제만이 아닌, 비장애인과 장애인을 엄격하게 구분 짓는 우리 사회의 병폐 어린 시선과 맞닿아 있어 보입니다.
김초엽 작가와 김원영 변호사가 함께 쓴 《사이보그가 되다》는 장애인을 비롯한, 우리 사회가 씌운 소수자라는 굴레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심도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후천적 청각장애인으로 살아온 김초엽 작가와 골형성부전증을 앓아 휠체어를 타고 지내야 하는 김원형 변호사가 장애인으로서 우리 사회에서 겪은 여러 경험과 체험을 골자로 삼기에 《사이보그가 되다》에 등장하는 여러 사례와 예시, 인용과 주장은 밀도와 신뢰가 높아집니다.
무엇보다 장애인에게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는 과학 기술을 향한 작가들의 중립적인 태도와, 보청기와 휠체어에 의지하는 저자 자신들의 모습이 로봇팔이나 인공눈 등에 의지하게 될 미래의 사이보그와 진배없다는 진단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더불어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미래의 과학 기술과 의료 기술이 철저히 비장애인의 시선으로 그려지고 있는 현실과 장애인을 향한 보통의 사회적 편견이 일맥상통한다는 점을 알려줌으로써, 비장애인으로 별다른 부딪힘 없이 일상을 매끄럽게 살아가는 이들이 자신들이 누리는 매끄러움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도록 이끕니다. 장애인들의 장애를 극복과 치료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세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사이보그가 되다》의 두 저자는 평생을 안고 살아온 장애가 단순히 비극과 절망으로 점철되지 않음을 알리며, 장애가 결여와 결핍의 영역이 아닌 키와 몸무게와 같은 일상적인 신체적 차이와 다르지 않을 수 있음을 일깨웁니다.
김원영 변호사는 책의 서두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예수님이 ‘일어나 걸어라.’라고 말하지 않고, ‘걷지 않아도 좋으니(네 방식대로) 당당히 일어나라.’라고 말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이처럼 《사이보그가 되다》는 장애인들을 비롯한 우리 시대의 소수자들이 자신의 방식대로 당당히 일어설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모든 사람이 유능해 보이는 세계’보다 ‘취약한 존재가 자신의 모습대로 살아가도 무방한 사회’와, ‘어떠한 손상도 존재하지 않게 만드는 미래’보다는 ‘고통받고 손상된 몸도 동등하게 환대받을 수 있는 현재’가 더 해방적임을 일깨우고자 합니다.
[2025년 4월 13일(다해)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서울주보 5면, 구본석 사도요한 신부(국내수학)] 0 5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