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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제62차 성소주일 교황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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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11:57 ㅣ No.1328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제62차 성소 주일 담화

(2025년 5월 11일)


희망의 순례자: 생명의 선물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이번 제62차 성소 주일을 맞이하여 저는 여러분에게 자신의 삶을 선물로 아낌없이 내어 줌으로써 희망의 순례자가 되어 달라는 격려의 초대를 기쁜 마음으로 전하고 싶습니다.

 

성소는 하느님께서 우리 마음에 씨를 뿌려 주신 귀중한 선물이며 자기 밖으로 나가 사랑과 봉사의 여정에 나서라는 부르심입니다. 평신도로, 수품 직무자로, 또는 축성 생활자로 부름받는 교회의 모든 성소는 하느님께서 이 세상과 당신 자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주시는 희망의 징표입니다.

 

요즈음 많은 젊은이가 미래를 생각할 때 좌절감을 느낍니다. 젊은이들은 고용 불안과 심각한 정체성 위기, 곧 의미와 가치의 위기를 경험하곤 하는데, 디지털 세상의 혼란스러운 메시지들은 이를 더욱 악화시킬 뿐입니다. 가난하고 취약한 이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 현실에 안주하고 자기중심적인 사회의 무관심, 그리고 전쟁의 잔혹함은 젊은이들이 마음속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충만한 삶에 대한 희망을 위태롭게 합니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을 아시는 주님께서는 우리를 불확실함 안에 버려두지 않으십니다. 그분께서는 우리가 사랑받고 있으며, 희망의 순례자로 부름받으며 파견된다는 사실을 깨닫기를 바라십니다.

 

교회의 우리 어른 구성원들과 특히 사제들은 젊은이들의 성소 여정을 인정하고 식별하며 동반하도록 부름받았습니다. 젊은이 여러분, 여러분은 삶을 사랑의 선물로 만들고자 하는 열망을 여러분 안에 일깨우시는 성령과 함께 그 성소 여정을 시작하도록 부름받았습니다.

 

 

특정 성소를 받아들이기

 

사랑하는 젊은이 여러분, “여러분의 젊음은 ‘과도기’가 아닙니다. 여러분은 하느님의 지금입니다”(「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 178항). 삶을 선물로 내어 주는 데에는 너그럽고 충실한 응답이 요구된다는 사실을 깨달으십시오. 주님의 부르심에 기쁘게 응답한 젊은 성인들과 복자들을 바라보십시오. 리마의 로사 성녀, 도미니코 사비오 성인, 아기 예수의 데레사 성녀, 성모 통고의 가브리엘 성인, 곧 성인이 될 카를로 아쿠티스 복자와 피에르 조르조 프라사티 복자 그리고 다른 많은 이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성소를 부활하신 주님과 나누는 우정을 통하여 참행복으로 나아가는 길로 경험하였습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일 때마다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고(루카 24,32 참조), 우리 삶을 하느님께 봉헌하고자 하는 열망을 느끼게 됩니다. 자연스레 우리는 우리를 먼저 사랑하신 분께 그 사랑을 가장 잘 되돌려 드릴 수 있는 삶의 방식을 찾고자 합니다.

 

마음속 깊이 깨달은 모든 성소는 자기 과시의 수단이 아니라 희망과 애덕의 표현으로서 사랑하고 봉사하려는 마음을 불러일으킵니다. 모든 이의 행복을 위한 하느님 계획 안에서 성소와 희망은 하나로 어우러집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시어 타인을 위하여 삶을 내어 주게 하십니다(「복음의 기쁨」, 268항 참조). 많은 젊은이가 하느님께서 어떤 길로 자신을 부르시는지 알고자 노력합니다. 어떤 이들은 자신이 사제직이나 축성 생활로 부름받았다는 것을 놀라워하며 깨닫곤 합니다. 또 어떤 이들은 혼인과 가정생활, 공동선의 추구, 친구들과 친지들에게 신앙을 증언하는 삶으로의 부르심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깨닫습니다.

 

하느님 섭리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특징으로 하는 희망이 모든 성소에 생기를 불어넣습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희망은 단순히 인간의 낙관적인 마음을 넘어서는 것입니다. 희망은 우리 저마다의 삶 안에서 활동하시는 하느님을 향한 믿음에 기반한 확신입니다. 성소는 복음에 충실하고자 하는 일상의 노력과 기도, 식별, 봉사를 통하여 무르익습니다.

 

사랑하는 벗인 젊은이 여러분, 하느님께 둔 희망은 결코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께 자기 삶을 맡겨 드린 이들이 내딛는 걸음걸음마다 함께하시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는 희망의 순례자, 용기 있게 자기 삶을 그리스도께 바쳐 그분의 제자요 선교사가 되는 기쁨으로 가득 찬 젊은이들이 필요합니다.

 

 

성소 여정을 식별하기

 

우리는 식별 여정의 결과로 우리의 성소를 발견하게 됩니다. 식별의 여정은 결코 고독한 길이 아니라 그리스도인 공동체 안에서 공동체와 함께 나아가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벗 여러분, 세상은 여러분에게 서둘러 결정하라고 다그치는 한편 마음에 말씀하시는 하느님께 열려 있게 하는 침묵의 경험을 방해하는 줄기찬 소음을 끊임없이 퍼붓습니다. 용기를 내십시오. 잠시 멈추어 여러분의 마음이 말하는 소리를 경청하고 하느님께 여러분을 위한 하느님 꿈이 무엇인지 여쭈어보십시오. 여러분이 삶의 특정 상황에서 하느님의 부르심을 듣고 의식적이고도 자유롭게 그 부르심에 응답하는 법을 알고자 한다면 기도의 침묵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기도 안의 묵상은, 무엇보다 우리가 물질적으로도 실존적으로도 세상의 주변부에서 살고 있는 이들에게 봉사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선물이 되게 할 때 우리 모두 희망의 순례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도와줍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에 귀 기울이는 이들은 배척받고 상처입었으며 버림받았다고 느끼는 수많은 형제자매의 부르짖음을 결코 못 들은 척할 수 없습니다. 모든 성소는 빛과 위안이 절실히 필요한 자리 그 어디든 그리스도의 현존이 되어야 하는 우리의 사명을 확인시켜 줍니다. 특히 평신도들은 사회적 직업적 헌신을 통하여 하느님 나라를 위한 ‘소금과 빛과 누룩’이 되라는 부르심을 받습니다.

 

 

성소 여정에 동반하기

 

그러므로 사목자와 성소 지도자, 특히 영성 지도자는 하느님의 ‘교육 방법’을 반영하는 희망과 인내와 신뢰로 젊은이들을 기꺼이 동반하여야 합니다. 그들은 존중하고 공감하는 자세로 젊은이들에게 귀 기울일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젊은이들의 여정에서 하느님 현존의 표징을 식별하고자 언제나 주의를 기울이면서, 신뢰할 수 있고 현명하며 도울 준비가 되어 있는 안내자가 되어야 합니다.

 

저는 인간의 삶과 활동의 다양한 영역에서 성소를 증진하고 저마다 주님 목소리에 영적으로 열려 있도록 돕는 데에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을 권고합니다. 이를 위하여, 교육과 사목 계획에서 성소 동반을 위한 적절한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회에는 신뢰와 희망을 가지고 주님께 “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목자, 수도자, 선교사, 부부가 필요합니다. 성소는 결코 마음속에만 간직하고 마는 보물이 아니라, 오히려 믿음과 사랑과 희망의 공동체 안에서 자라나고 굳건해지는 것입니다. 그 누구도 혼자서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형제자매들의 기도와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사랑하는 여러분, 교회는 새로운 성소들을 낳을 때 살아 있고 열매를 맺습니다. 이 세상은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이 참기쁨의 원천임을 자기 삶으로 선포하는 희망의 증인들을 찾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주님께서 크신 사랑으로 계속 부르신다는 확신을 가지고 끊임없이 주님께 추수할 새 일꾼들을 청합시다. 사랑하는 젊은이 여러분, 저는 주님을 따르려는 여러분의 노력을 교회의 어머니시며 성소의 어머니이신 마리아의 전구에 맡겨 드립니다. 희망의 순례자로 복음의 길을 계속 걸어가십시오! 저의 축복으로 여러분을 동반합니다. 여러분도 저를 위하여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로마 제멜리 병원에서

2025년 3월 19일

프란치스코

 

<원문: Message of His Holiness Pope Francis for the 62nd World Day of Prayer for Vocations 2025, Pilgrims of Hope: the Gift of Life, 2025.3.19., 이탈리아어도 참조>

 

영어: https://www.vatican.va/content/francesco/en/messages/vocations/documents/20250319-messaggio-62-gm-vocazioni.html

 

이탈리아어: https://www.vatican.va/content/francesco/it/messages/vocations/documents/20250319-messaggio-62-gm-vocazioni.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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