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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영성심리: 혼자서도 잘할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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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심리 칼럼] 혼자서도 잘할 거야!
에릭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8단계 발달 모델’에서 제시하는 둘째 단계(1.5~3세)의 주요 과제는 ‘자율성 대 수치심과 의심’입니다. 이 단계에서 아동은 스스로 먹고 입고 배변 활동을 하면서 자율적으로 활동하는 것을 배웁니다. 자기 의지대로 움직이려는 아이를 균형 잡힌 지지와 관용으로 양육하면 아이가 자립심과 의지를 키우게 되지만, 의지가 꺾이는 경험을 계속하면 아이는 자기 능력을 의심하고 수치심을 느끼는 성격으로 성장하게 된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자율성이 제한 없는 자유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바라는 대로 움직이고 싶어 하지만 그것이 언제나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아이도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단계에서 아이들은 자율성과 의지를 연습하면서 외부 세계와 자신을 통제하는 능력을 키워가게 됩니다.
자율성과 의지, 자립심이 건강하게 형성된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잘 알고 원하는 바에 따라서 무언가를 선택합니다. 그리고 선택에 따른 결과를 책임 있게 받아들입니다. 반면에 자율적인 의지와 자립심이 약하게 형성되면,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수치심을 느끼고 나의 뜻보다 외부 상황에 수동적으로 의존하려는 경향이 많아집니다. 그런다고 마음이 편하지는 않죠. ‘내가 원한 것이 아니야.’라며 다른 사람이나 상황을 탓하다 보니, 매사가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하느님과의 관계에서는 어떨까요? 여러분은 어떤 모습으로 하느님을 만나고 계십니까? 하느님께 내가 원하는 것을 편안하게 말씀드리고 그에 대한 하느님의 뜻이 어떤지를 여쭙고 계시나요? 아니면, ‘하느님께서는 내가 바라는 것을 다 아시기 때문에 굳이 말씀드릴 필요 없어.’라고 하면서, 진짜 속마음은 저 밑에 숨겨 두고 하느님께서 좋아하실 것으로 생각하는 것만 말씀드리시나요?
내가 바라는 것은 감추고 상대방이 좋아하리라고 생각하는 것만 표현한다면, 정말 친한 사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진실한 나 자신으로 만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과 더 친해지기를 원한다면, 용기를 내어 하느님께 솔직한 자신의 마음과 바람을 말씀드려 보세요. 그리고 하느님께서 뭐라고 하시는지 들어보세요. 하느님과 무관하게 내 마음대로 하라는 것이 아니라, 솔직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만나고 그런 나에 대한 하느님의 뜻을 찾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꼭두각시 인형처럼 당신 뜻대로만 움직이기를 바라시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자유라는 큰 선물을 주셨고, 우리가 당신께 받은 여러 능력으로 좋은 열매를 맺으며 살아가기를 바라시죠. 하느님께서 주신 탈렌트를 수치심과 의심으로 꼭꼭 숨겨 두고만 있는 모습을 하느님께서는 좋아하시지 않습니다.(마태 25,14-30 참조)
자녀가 수동적이고 의존적으로만 자라기를 바라는 부모는 없을 겁니다.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마음도 그렇지 않을까요?
“나는 너희를 더 이상 종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 나는 너희를 친구라고 불렀다.”(요한 15,15)
[2025년 5월 18일(다해) 부활 제5주일 서울주보 7면, 민범식 안토니오 신부(대신학교장)] 0 18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