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2일 (수)
(녹) 연중 제13주간 수요일 예수님께서는 때가 되기도 전에 마귀들을 괴롭히시려고 여기에 오셨습니다.

교의신학ㅣ교부학

[교부] 교부들의 삶과 신앙: 두개의 길 - 생명과 죽음 그리고 의로움과 불의함의 길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5-06-17 ㅣ No.939

[교부들의 삶과 신앙] 두개의 길 - 생명과 죽음 그리고 의로움과 불의함의 길

 

 

지난달에 살펴본 사도행전 15장은 예루살렘 사도회의를 통해, 유대계 출신 그리스도인들과 이방인 출신 그리스도인들을 모두 배려하는 구체적인 실천사항을 제시하였습니다. 이는 공동체가 확장됨에 따라 발생한 다양한 충돌들이 결국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질문, 곧 정체성에 대한 고민으로 나아갔음을 보여줍니다.

 

초기 그리스도교 문헌 가운데 하나인 작자 미상의 『디다케』와, 바르나바 사도의 이름을 빌려 쓰여진 『바르나바의 편지』는 모두 유대교 배경을 지닌 그리스도인들을 염두에 두고 작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유대인으로 태어나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유대교적 정체성은, 그리스도인이 되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새로운 가르침과 실천 사항들과 충돌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사도행전 15장에 드러난 것처럼 공동체 분란의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초세기의 교부들은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유대인들에게 익숙한 교육 형식을 활용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두 가지 삶의 방식에 대한 가르침, 곧 두 길 이론입니다. 『디다케』는 이 두 길을 생명의 길과 죽음의 길로 명시하면서, 세례를 준비하는 예비신자들에게 생명의 길을 선택하여 그리스도께서 알려주신 가장 큰 계명(루카 10,27)을 지키며 살아가라고 권고합니다. 이를 위해 겸손과 자비, 선행, 그리고 기도에 전념하는 삶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바르나바의 편지』는 두 길을 의로움의 길과 불의함의 길로 구분하며, 주님께서 주신 황금률(루카 6,31)을 강조합니다. 하느님의 계명을 준수하고 자비로운 마음으로 이웃을 섬기도록 권고하면서, 그리스도인들이 지녀야 할 참된 정체성을 부각시킵니다. 특히 이 문헌은 율법주의에 머무는 유대교적 사고에서 벗어날 것을 요청하며, 율법이 지니는 본래의 의미를 드러내주시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르기를 권합니다.

 

이 두 문헌은 공통적으로 초세기 교회가 신앙과 삶의 일치를 실현하려는 열망 속에서 신자들의 정체성 문제를 고민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줍니다. 단순한 이론적 명제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실천 지침을 제시하며 그리스도인의 신앙은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선택, 곧 선의 가치를 따르는 삶임을 강조합니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교부 문헌을 읽는다는 것은 단지 과거의 기록을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전해주는 신앙의 지혜를 통해 오늘날 공동체 안에서 겪는 여러 어려움과 이를 극복하려는 우리의 노력이 얼마나 깊이 있고 가치 있는 것인지를 자각하는 과정입니다. 더불어 교부 문헌을 통해 그리스도교적 가치를 배우고 내면화하는 것은, 신앙의 두 원천 중 하나인 ‘전승’을 오늘날 우리의 삶 속에서 새롭게 해석하고 실현해 가는 일입니다. 

 

[2025년 6월 15일(다해)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 가톨릭마산 8면, 이승언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 



18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