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26일 (금)
(녹) 연중 제25주간 금요일 예수님은 하느님의 그리스도이십니다. 사람의 아들은 반드시 많은 고난을 겪어야 한다.

전례ㅣ미사

[전례] 전례-기도하는 교회17: 성찬례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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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5-09-24 ㅣ No.2689

전례-기도하는 교회 (17) 성찬례의 기원

 

 

성찬례의 기원은 파스카라는 무교절에 예수님과 제자들이 함께한 최후의 만찬입니다. 성찬 제정문은 마태오(26,26-28), 마르코(14,22-24), 루카(22,15-20) 복음서와 바오로 사도의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편지(11,23-25)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서기 56-7년경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바오로 사도의 서간입니다. 성경 속의 기록들은 초대 교회부터 성찬례가 거행되었음을 증언합니다. 또한 제정문이 조금씩 다르게 기록된 사실은 성찬례를 거행하는 방식이 변화하며 발전하였음을 드러냅니다.

 

바오로 사도는 성찬례를 코린도 공동체에 전해준 사실을 상기시키며, “사실 나는 주님에게서 받은 것을 여러분에게도 전해주었습니다.”(1코린 11, 23)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는 성찬례가 예수님의 말씀과 행동에 기원을 둔 전통이라는 의미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비록 최후의 만찬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사도들의 증언을 받아들였고 성찬례의 기원이 그리스도께 있음을 인정합니다. 그런데 바오로 사도가 전해받아서 전해준다고 표현한 또 다른 진리는 세상을 구원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입니다(1코린 15,3 참조). 이처럼 바오로 사도는 성찬례와 구원 사건의 핵심인 예수님의 부활 사건이 교회의 전통 안에서 전해진 진리라고 밝힙니다.

 

바오로 사도는 명백히 전통에 의지해 주님의 부활 사건과 성찬례의 기억을 전함으로써, 이 두 사건이 하느님 구원 사업의 중심을 이루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 곧 파스카 사건은 역사 안에서 실현되는 구원 활동의 정점을 이룹니다. 성찬례는 구세주의 파스카 신비를 통해 이루어진 구원의 풍요로운 은총을 가져다줍니다. 그래서 성찬례는 부활 사건과 유사한 중요성을 지닙니다. 이처럼 바오로 사도는 주님께 받은 성찬례의 전통을 전함으로써, 단순히 증인들이 전하는 기억만이 아니라 성찬의 신비를 통하여 그 기억을 당신의 죽음과 부활에 결합시키고 교회를 구원으로 이끌고자 하시는 그리스도의 의지도 함께 전하고 있습니다. 이는 성찬례를 제정하신 주님께서 교회의 거행을 통하여 당신의 몸과 피를 계속해서 구원의 희생 제물로 봉헌하고 계심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성찬례는 교회의 행위이기 이전에 구원의 전능하신 힘을 충만히 소유하신 그리스도의 행위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증언에 따르면, 예수님께서는 빵과 포도주를 축성하신 다음,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1코린 11,25)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명령은 빵과 포도주의 축성이 계속되기를, 구원의 희생 제사가 계속 바쳐지기를 바라신 예수님의 바람을 표현합니다. 성찬례 안에서 빵과 포도주는 주님의 살과 피로 변화되어 우리의 영적 양식, 생명의 양식이 됩니다. 따라서 성찬례는 단순히 이집트 탈출을 기념하는 파스카 만찬의 답습이 아니라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새롭게 이루신 구원의 신비를 기억하며 주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리는 교회의 경신례(敬神禮)입니다. 또한 성찬례는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 제사를 기억하는 기념제입니다. 기념제는 기억을 외적으로 또 제도적으로 드러내는 일입니다. 그리고 기념제를 통하여 역사 안에서 결정적으로 이루어진 구원 사건을 영원히 재현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 예식을 행하는” 사제의 중개를 통하여 끊임없이 현존하십니다. 그리고 성찬례를 통해서 당신의 몸과 피를 영원한 생명의 양식으로 내어주십니다(요한 6장 참조). 그러므로 성찬례는 지난 사건의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현존하시며 하느님의 구원을 이루시는 성사(聖事)입니다.

 

사도 요한은 성찬례의 모습이 아닌 세족례의 모습을 전하며, 성찬례의 신비를 살아가는 길이 사랑에 있음을 밝혀줍니다. 성찬례를 통하여 언제나 우리와 함께하시며 모든 어려움에서 구원해 주시는 주님을 만나고 그 사랑을 깨달으면 참 좋겠습니다.

 

[2025년 9월 21일(다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경축 이동) 청주주보 3면, 김형민 안토니오 신부(교구 복음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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