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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ㅣ미사

[전례] 전례 일반과 미사의 Q&A50-52: 미사 중 침묵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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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5-10-08 ㅣ No.2690

[전례 일반과 미사의 Q&A] (50) 미사 중 침묵의 중요성 I

 

 

보편교회가 중시하는 미사의 요소 중에서, 미사 중 “침묵”에 대해서 나눠보고자 합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전례헌장 30항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30. 신자들의 능동적 참여. 능동적 참여를 증진하도록, 백성의 환호, 응답, 시편 기도, 따름 노래, 성가와 함께 행동이나 동작과 자세를 중시하여야 한다. 또한 거룩한 침묵도 제때에 지켜야 한다.

 

앞서 미사 해설을 하며 설명했었지만, 미사의 중요한 요소로 공동체의 행위와 능동적인 참여, 거룩한 침묵을 제시합니다. 그런데 전례헌장에 담긴 내용을 보면, <신자들의 능동적 참여>라는 제목 안에 “거룩한 침묵도 제때에 지켜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미사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 결코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자세가 “침묵”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45항 “거룩한 침묵”에 대한 부분은 침묵과 능동적인 전례 참여가 왜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거룩한 침묵은 거행의 한 부분이므로 제때에 지켜야 한다. 침묵은 각각의 거행에서 이루어지는 순간마다 그 성격이 다르다. 참회 행위와 기도의 초대 다음에 하는 침묵은 저마다 자기 내면을 성찰하도록 도와주고, 독서와 강론 다음에 하는 침묵은 들은 것을 잠깐 묵상하게 하며, 영성체 후에 하는 침묵은 마음속으로 하느님께 찬미를 드리고 기도를 바치도록 이끌어준다.

 

미사의 각 요소에서 거룩한 침묵은 드러나며, 동시에 이 침묵은 선택적인 요소가 아닌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의무로 설명됩니다. 거룩한 침묵은 마음속으로 하느님께 찬미를 드리고, 기도를 드리는 데 중요합니다. 그래서 공동체가 함께 기도하는 시간 속에서 나의 찬미, 나의 기도를 올리는 데에 거룩한 침묵은 하나의 통로가 됩니다.

 

분명 거룩한 침묵은 미사 안에 중요한 요소이지만, 우리들이 봉헌하는 전례에서 그 중요성은 점차 쇠퇴해져 가는 것도 사실입니다. 어느 영성가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 속에서 신앙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침묵의 중요성이 퇴색되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전례 안에서 참된 진리와 은총을 찾고자 원한다면, 반드시 침묵을 통해 다가서야만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미사 안에 거룩한 침묵에 대해서 올바로 이해하며 접근해야 합니다. 자칫 침묵에 대해서 잘못 이해할 경우, 미사에 참석한 이들을 수동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보편교회가 제시하는 “거룩한 침묵”의 목적은 그리스도인들이 신비에 더욱 깊이 몰입하게 하고, 하느님의 말씀과 공동체가 함께 바치는 성가와 기도, 그리고 하느님 백성의 영적 일치를 이루는 데 있습니다. 즉, 단순히 말을 하지 않는 침묵이 아니라, 침묵을 통해서 하느님과의 일치를 이루려 함이 미사 안의 침묵의 분명한 목적입니다.

 

다음 시간부터는 미사 중에 우리가 인지해야 하는 침묵의 때에 대해서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2025년 10월 5일(다해) 연중 제27주일 대전주보 4면, 윤진우 세례자요한 신부(세종도원 주임)]

 

 

[전례 일반과 미사의 Q&A] (51) 미사 중 침묵의 중요성 II

 

 

지난주에 미사 중 거룩한 침묵의 중요성을 알아 보았습니다. 오늘부터 2주간에 걸쳐서, 미사 중 구체적인 거룩한 침묵의 때를 조금 더 자세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참회 예절 중 이루어지는 거룩한 침묵입니다.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51항에서는 “참회”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사제는 신자들에게 참회하도록 권고한다. 이 참회 예식은 짧은 침묵 시간을 가진 뒤 공동체 전체가 고백 기도를 바친 다음, 사제가 하는 사죄경으로 끝난다.”

 

이 지침에 따르면, 참회 예절 중에 잠깐의 침묵은 자신을 되돌아보아 보기 위한 시간입니다. 미사를 봉헌하는 교우들은 침묵 시간을 통해서 자신이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해서 되돌아보게 됩니다. 실제로 초대 교회부터 참회 예식은 자신의 죄를 깨닫고, 하느님과 반대되는 모든 행위에 대해 성찰하며, 성찰된 부족함을 고백하고 하느님께 용서를 청하도록 인도하였습니다. 즉, 참회의 목적은 하느님에게 죄를 고백하고 용서와 자비를 청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모습에 따라 시작 예식 중 참회 예식은 공동체에 소속된 나를 하느님께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고, 나의 부족함을 바탕으로 하느님께 자비와 은총을 청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본기도 때의 거룩한 침묵입니다.

 

로마 미사 경본에서 “모두 사제와 함께 잠깐 침묵하며 기도한다.”라고 인도합니다. 이는 거룩한 침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부분입니다. “본기도”라는 단어는 라틴어 “Colletta”를 번역한 것으로써 “모으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모으는 것일까요? 그것은 우리들이 하느님 앞에 있음을 깨닫고, 주님께 올리는 우리의 기도를 모으는 시간 입니다. 곧, 마음을 “모으고”, 우리의 기도를 “모으는” 시간이 바로 본기도 시간입니다. 이러한 의미로 본기도에서의 침묵은 마음을 가다듬고, 우리들의 기도를 모으는 데 매우 중요한 시간입니다.

 

세 번째는 말씀 전례 때의 거룩한 침묵입니다.

 

성경 묵상 방법 중 하나인 렉시오 디비나에서 “준비독서-침묵-묵상-기도-관상”으로 제시됩니다. 이 모든 단계는 모두 중요하지만, 그중에서도 침묵은 자신을 비우고 말씀을 통해 하느님을 채우는 필수적인 과정이기에 더욱 중요합니다. 그런데 꼭 단계의 측면으로 강조되는 것은 아닙니다. 성경 말씀을 읽기 전 침묵으로 하느님의 현존을 느끼고, 독서 중에도 잠깐의 침묵을 통해 들은 말씀을 내면으로 받아들입니다. 묵상 또한 침묵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기도와 관상 역시 침묵이 기본이 되지 않으면 결코 이룰 수 없는 단계이기도 합니다. 갑자기 렉시오 디비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이유는 바로 말씀 전례 중 이루어지는 모든 침묵은 이와 같은 의미에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말씀을 묵상하고, 받아들이기 위해 필요한 우리들의 자세는 “침묵”입니다. 그래서 말씀을 받아 우리의 삶과 신앙에 스며들기 위한 시간이 바로 “침묵”의 시간임을 명심하며 다가섰으면 합니다. [2025년 10월 12일(다해) 연중 제28주일(군인 주일) 대전주보 4면, 윤진우 세례자요한 신부(세종도원 주임)]

 


[전례 일반과 미사의 Q&A] (52) 미사 중 침묵의 중요성 III

 

 

오늘은 미사 중 영성체 때의 거룩한 침묵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다음은 로마미사경본에 나온 영성체 후 예식에 대한 부분입니다.

 

137. 성체 분배가 끝나면 사제나 부제나 시종은 성작 위에서 성반을 깨끗이 닦고 성작도 그렇게 한다. 그동안 사제는 속으로 기도한다.

 

╋ 주님, 저희가 모신 성체를 깨끗한 마음으로 받들게 하시고 현세의 이 선물이 영원한 생명의 약이 되게 하소서.

 

감사 침묵 기도

138. 영성체 후에 사제는 자리에 가 앉는다. 경우에 따라 모두 잠깐 거룩한 침묵을 지키며 기도할 수 있다. 또한 시편이나 다른 찬양 노래나 찬미가를 부를 수 있다.

 

사제가 성작을 닦고, 정리하는 동안 미사에 참여한 교우들은 침묵 속에 기도 하게 됩니다. 이를 미사경본에서는 “감사 침묵 기도”라고 소개합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 시간의 침묵을 강조합니다. 성체를 모시고 나서 침묵의 역할은 분명합니다. 바로 성체를 모신 나 자신이 침묵 속에 주님과 긴밀한 일치를 이루고, 주님과의 만남을 위해서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성체를 모시고 이루어지는 침묵이 생략되거나 지나치게 짧다면 공동체가 주님과의 일치의 시간을 공적으로 방해하게 되는 오류에 빠지게 됩니다.

 

실제로 이 “감사 침묵 기도”는 본래 미사가 끝난 다음에 자발적으로 남아서 하는 것으로 인도하였으나, 이러한 부분이 잘 실천되지 않아 하나의 예식으로 들어왔습니다. 이러한 의미를 되새긴다면, 왜 성체를 모시고 잠시 침묵 중에 주님과의 일치를 의식해야 하는지 그 거룩한 목적성을 되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종종 본당에서 이 시간에 침묵 대신 해설자가 묵상글이라는 의미로 별도의 해설을 하거나, 성가대가 영성체 묵상곡을 부르는 행위에 시간을 할애하곤 합니다. “감사 침묵 기도”라는 미사 경본의 표현과는 분명히 다른 목적을 지닌 모습이기도 합니다. 아울러 본질적으로 이 거룩한 침묵을 방해하는 요소입니다.

 

특히 성가대가 묵상곡이라는 이름으로 또는 특송을 노래하는 곳이 있습니다. 우선 “특송”이라는 말 자체도 전례의 정신에는 어긋납니다. 이 단어에는 “특별한 음악”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데, 성체보다 더 특별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묵상곡”이라는 말이 맞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더 생각해 볼 문제는 성체를 모신 교우들이 묵상글이나, 묵상곡을 통해 주님을 만나는데 도움이 된다면 상관이 없지만, 만일 주님과의 일치될 시간을 방해한다면, 이는 지양하는 편이 전례의 정신에는 더욱 옳습니다. 아울러, 성가대가 묵상곡을 노래할 때, 절대 박수를 치거나 환호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영성체 후 “감사 침묵 기도” 시간에 노래를 부르는 것은 공연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성가대의 역할은 특별한 성가를 부르기 위함이 아니라 전례 안에서 봉헌되어야 할 성가를 돕는 역할로서 존재합니다. 곧 많은 교우들이 이 성가로 주님과 일치되고, 주님을 묵상하는데 도움을 주는 봉사자임을 의식해야 합니다. 성체를 모시고 나서의 침묵은 선택이 아닌 성체를 모신 이들이 주님과 일치되기 위한 필연적인 시간임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2025년 10월 19일(다해) 연중 제29주일 ·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전교 주일) 대전주보 4면, 윤진우 세례자요한 신부(세종도원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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