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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하느님 계획 안에 있는 인간사랑 - 몸 신학 교리40: 상호 순종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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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5-10-29 ㅣ No.2100

[하느님 계획 안에 있는 인간사랑 - 몸 신학 교리] (40) 상호 순종의 의미

 

 

에페소 5장은 현시대에선 공감하기 쉽지 않지만, 매우 중요한 순종을 점진적으로 전개한다. “그리스도를 경외하는 마음으로 서로 순종하십시오.”(21절) “아내는 주님께 순종하듯이 남편에게 순종해야 합니다.”(22절) “남편은 아내의 머리입니다.”(23절) 

 

남편과 아내의 관계에서 동등한 권리와 책임을 설정한 사도 바오로의 21절 말씀은 그 시대의 사회적 통념과는 달라 분명 논쟁거리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사도 바오로의 가르침은 그리스도의 신비에 대한 깊은 자각에서 비롯됐다. 그리스도께서 인간에게 사랑이라는 선물을 먼저 주셨고, 남자와 여자는 선재한 이 선물에 의해 상호 순종을 받아들이고, 그 순종의 형태로 드러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두 사람이 받아들인 순종의 근원은 그리스도이고, 타자를 그분의 인격 안에서 대하는 것을 말한다.

 

교리서는 순종을 존경의 차원에서 열었다(교리서 89과). 존경은 부부 관계의 바탕을 구성하는 골격이고, ‘선물’에 대한 믿음과 몸이 지닌 성사적 의미 안에서 남성성과 여성성의 진리를 이해할 때 더욱 깊은 인식이 일어난다.

 

‘그리스도를 경외하는 마음’에는 두 가지 방향의 중요한 교차점이 나타난다. 하나는 그리스도의 신비로, 인간 구원을 위한 신적 계획의 표현으로 교회 안에서 실현되는 부분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 구원을 위한 그리스도인의 소명으로, 세례 받은 사람과 공동체들이 신적 계획에 동참하는 삶을 말한다(교리서 88과).

 

순종은 개인성이 무시된 무조건적 따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을 내어줌으로써 완전히 하나를 이룬 삼위일체 하느님의 본질과 사랑의 완전한 형상을 드러내는 것이다. 발타사르는 순종을 내어줌의 힘(능력)이라 표현했다.

 

이렇듯 순종의 내적 의미는 그리스도의 신비가 부부 상호 관계 안에 영적으로 현존하는 것으로, 두 사람이 그리스도라는 한 나무에서 뻗어 나온 두 가지이고, 가지가 원천을 경외하듯이 서로에게 순종함을 말한다. 이는 세상의 부부들이 서로 배려하고 받아들임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들 삶의 모습에 그리스도 현존의 향기가 있고, 이 현존은 그들에게 선물 된 사랑을 보존하는 질서가 된다.

 

선물을 살아가는 본래적인 방법은 남성과 여성의 상호 균형적 사랑 안에서 가능하다. 원죄는 이 균형적 사랑을 파괴했고, 욕정에 사로잡혀 선물의 삶이 아닌 지배 구조로 타자를 바라보게 했다. 상호 순종은, 서로 지배하고 소유하려는 유혹과 자신에게 기울어져 닫혀 버린 이기적인 사랑에서 벗어나, 최종선을 바라볼 줄 아는 더 높은 호의적 사랑에 이르게 한다.

 

그리고 상호 순종의 소명은 남성성 여성성의 서로 다름에서 상호 보완성을 드러낸다. 주님께서 나의 자유를 존중하시고, 자유의지가 동화되어 일어날 때까지 사랑과 은총으로 감싸고 기다리시듯, 상대에 대한 사랑이 수용성과 감수성으로 넓어질 때, 상호 순종의 빛은 우리를 더 높은 곳으로 인도한다.

 

혼인은 사랑하겠다는 의지로 출발하지만, 그 출발 안에는 그들의 과거도 함께 들어온 크나큰 사건이다. 남성성 여성성만 다른 것이 아니라 성장 과정이 달라, 사고하는 것과 그 외 많은 것이 다르다. 때론 이방인처럼 느껴지는 그대 앞에서 느껴지는 외로움, 일치되지 않는 크고 작은 아픔들, 미움도 거리도 생긴다. 이때 있는 그대로 보아 주고 기다려 주는 것은 순종의 덕이고, 이 덕은 더 나은 변화를 위한 기폭제가 된다.

 

그래서 상호 순종은 복음적이며, 부부에 대한 하느님의 숨겨진 계획은 두 사람의 완성을 희망하게 된다. 만약 혼인이라는 배가 출항할 때, ‘상호 순종’의 의미를 알고 있다면 거센 파도가 있을 수 있는 바다에서도 떠내려가지 않는 지혜를 모을 수 있을 것이다.

 

[가톨릭신문, 2025년 10월 26일, 김혜숙 막시마(그리스도 왕직 재속 선교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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