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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ㅣ미사

[미사] 미사의 구성6: 영성체 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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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5-11-18 ㅣ No.2698

[전례와 함께] 미사의 구성 (6) 영성체 예식

 

 

성찬례가 끝나면 주님의 기도로 영성체 예식이 시작됩니다. ‘주님의 기도(Oratio Dominica)’는 성체를 모시기 위해 마음과 정성을 가다듬는 준비의 기도입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Pater noster, qui es in caelis)”라는 첫마디는 단순한 호칭이 아니라, 우리를 한 가족으로 부르는 초대입니다. “우리”라는 말은 신앙의 고백이자 공동체의 기억입니다. 이 기도는 나 혼자의 청원이 아니라, 교회가 함께 드리는 공동의 숨결입니다.

 

이어서 우리는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Adveniat regnum tuum)”라고 청합니다. 여기서 ‘adveniat’는 ‘도래하다’라는 뜻의 동사 advenire에서 왔습니다. 단순히 ‘언젠가 오리라’는 미래적 소망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그분의 다스림이 우리 안에 실현되기를 간청하는 동사입니다. 하느님 나라가 멀리 있지 않다는 믿음, 그것으로 우리는 이미 이 세상에서 하느님 나라를 살아가는 것입니다.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Panem nostrum quotidianum da nobis hodie)”라는 구절에서 panis는 빵이지만, 교회는 오래전부터 이 빵을 성체의 예표로 이해해 왔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단순히 오늘 하루의 먹을 것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성체의 은총으로 살아가게 해달라는 청원을 드리는 것입니다.

 

주님의 기도가 끝날 때, 사제는 “주님, 저희를 모든 악에서 구하시고(Libera nos a malo)”라고 이어서 말합니다. 이는 교회가 고통과 유혹, 죄의 세력으로부터 구원을 청하는 전례적 호소입니다. 그리고 “평화의 인사(Ritus pacis)”로 이어지지요. “평화를 너희에게 남기고 간다(Pacem relinquo vobis)”는 예수님의 말씀을 전하며, 우리는 서로에게 평화를 건넵니다. 이때의 평화는 단순한 인사 이상의 것입니다. 이는 화해(reconciliatio)의 성사적 징표이며, 영성체를 향한 준비입니다. 성체는 사랑의 일치이기에, 미움과 분열의 자리에서는 온전히 받아들여질 수 없습니다.

 

그 다음, 사제는 성체를 높이 들며 “하느님의 어린양(Agnus Dei, qui tollis peccata mundi)”을 노래합니다. Agnus는 ‘어린양’을 뜻하고, tollis는 ‘들어올리다, 없애다’라는 뜻의 동사 tollere에서 왔습니다.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이라는 표현은 단지 죄를 지워버린다는 의미가 아니라, 죄의 무게를 짊어지고 들어올리신 예수님에 대한 신앙 고백입니다. 우리는 이 고백을 통해, 십자가 위의 그리스도를 마주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영성체(Communio)”의 순간이 다가옵니다. ‘communio’는 cum (함께) + munus(선물, 봉헌)에서 나온 말로, ‘함께 나누는 선물’을 뜻합니다. 곧, 하느님이 당신 자신을 선물로 내어주시는 자리입니다.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Domine, non sum dignus…)”라는 고백은 인간의 한계를 드러내지만, 동시에 구원의 은총을 향한 열정을 드러냅니다. 우리는 합당하지 않지만, 그분의 자비가 우리를 합당하게 만듭니다.

 

성체를 모시는 것은 단순히 빵을 먹는 행위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삶을 우리 안에 받아들이는 사건입니다. 그분의 살과 피가 우리 안에서 사랑으로 녹아들어, 우리 삶이 그분의 삶으로 이어지는 신비가 영성체입니다. 그리하여 미사는 우리 안에 지속되는 일상이 됩니다. 미사 후에도 우리는 “주님의 기도”의 사람으로, “영성체”의 사람으로, 세상 속에서 그분의 몸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2025년 11월 16일(다해) 연중 제33주일(세계 가난한 이의 날) 대구주보 4면, 교구 문화홍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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