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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부] 교부들의 삶과 신앙: 사도직 수행의 정신을 담고 있는 디오그네투스에게 보낸 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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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부들의 삶과 신앙] 사도직 수행의 정신을 담고 있는 「디오그네투스에게 보낸 편지」
지난 시간에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에 의해 일치의 교부라는 칭호를 얻은 교부 리옹의 이레네우스에 대해서 함께 알아보았습니다. 이방인들 사이에 머무르면서 외국어로 선교를 해야 했기에 화려한 웅변이나 말솜씨가 투박하다며 스스로를 겸손되이 낮추었던 그의 모습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이성을 뛰어넘는 사랑의 언어였습니다. 자신의 이름처럼 주님께로부터 오는 평화를 추구했던 그의 겸손한 언어는 동방과 서방을 연결하는 다리가 되어주었습니다. 오늘은 익명의 저자가 쓴 디오그네투스의 편지에 대해서 함께 다루고자 합니다.
오늘날 해당 편지가 왜 익명으로 우리에게 전해지는가에 대해서 완벽한 답을 찾을 수 없으나, 고대 교회의 전통 속에서 익명의 저자들이 자신들의 글 속에서 일관되게 추구했던 것은 바로 사도적 전승과 공통의 신앙의 전달이었습니다. 이는 가명으로 작품을 남긴 저자들이 유명인들의 이름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그리스도교 가르침의 권위를 뚜렷하게 하고자 의도와는 구분되는 것이며, 개인의 독창성보다는 우리 신앙의 내용을 전면에 부각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디오그네투스 편지의 저자는 후대에 첨가되었거나 편집의 흔적이 남아있는 11장에 스스로를 사도들의 제자(ἀποστόλων μαθητὴς)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확실한 해당 부분을 제외하고서라도 편지의 초반부 1장(새로운 종교와 생활방식, καινὸν τοῦτο γένος ἐπιτήδευμα)과 2장(새로운 가르침, λόγον καινοῦ)에 걸쳐 그리스도교를 세상에 새롭게 등장한 종교이자 생활방식 그리고 새로운 가르침으로 여러 번 언급한다는 점에서 볼 때, 해당 편지는 사도 시대에 작성되었거나 바로 후세대에 이어서 쓰여진 작품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주목할만한 점은 그리스도교가 처음 세상에 등장하면서 마주해야 했던 어려움들을 해당 편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며, 저자는 그리스도교가 어떤 종교인지를 알려주기 위해 편지의 수신자인 디오그네투스를 위해 먼저 기도한다는 점입니다.
“친애하는 디오그네투스여, 내가 보기에 당신은 그리스도인들의 종교를 알고자 하는 비범한 열의를 지니고 있으며, 그들에 관해 매우 면밀하고 세심하게 묻고 있습니다. 당신은 그들이 신뢰하고 섬기는 하느님께서 어떤 분이시기에 그들 모두가 세상을 하찮게 여기고 죽음을 업신여기는지 먼저 묻습니다. 더불어 그리스인들이 인정하는 신들을 참된 신으로 여기지 않고, 유대인들의 미신에도 가담하지 않으면서, 이웃을 사랑하며 사는 모습 속에서 그들은 도대체 어떤 사랑을 추구하며 살아가는지에 대해서도 묻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새로운 삶의 방식과 하느님에 대한 경건한 예배가 왜 이전이 아니라 바로 지금에서야 세상에 나타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묻습니다.
나는 당신의 물음 속에 담긴 선한 뜻을 기쁘게 여기며, 우리에게 말씀을 통해 그리고 들음의 행위를 통해 부여해 주시는 하느님의 은총 청합니다. ‘주님, 들음의 행위가 그 사람을 더 나아지게 해주시기를 빕니다. 그리고 저의 말을 듣는이가 전하는 바를 그대로 듣게 하시어 말하는 이가 듣는 이를 혼란스럽게 하지 않게 해주십시오.’” 「디오그네투스에게 보낸 편지」, 1장.
저자가 글의 서두에 해당되는 1장에 남겨놓은 이 겸손한 기도는 사도직을 수행하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가 배워야 할 기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하느님으로부터 “파견된” 존재이기에 먼저 “들음의 행위”를 통해 하느님의 뜻을 찾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다른 이들에게 전하는 과정 안에서 발견하게 되는 위험에 대해서 인지하는 가운데 나의 사도직 수행이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이어지기를 청합니다. 익명의 저자를 통해 남겨진 사도직 수행의 본질은 어쩌면 서로의 말로 가득 찬 세상 속에서 참 하느님의 목소리를 찾는 신앙인의 모범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닐까요?
[2025년 11월 23일(다해)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성서 주간) 가톨릭마산 8면, 이승언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 0 4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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