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6일 (화)
(자) 대림 제3주간 화요일 요한이 왔을 때, 죄인들은 그를 믿었다.

가톨릭 교리

가톨릭 신학: 인간 영혼을 죽음으로 이끄는 악마의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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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5-12-15 ㅣ No.6530

[가톨릭 신학] 인간 영혼을 죽음으로 이끄는 ‘악마의 시기(猜忌)’

 

 

창세기에 의하면, 인간이 죽음을 겪게 된 이유는 ‘아담의 죄’ 때문입니다. 아담이 하느님의 명령을 어기고 에덴동산 한가운데 있는 나무의 열매를 따먹었기 때문이지요.(창세 3장 참조)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죽음의 이유’는 중요한 사유의 대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구약의 지혜서에서 다루는 주제 중의 한 가지가 바로 ‘죽음’이기 때문입니다.

 

지혜서는 하느님의 창조물인 인간에게 태초부터 죽음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죽음을 만들지 않으셨고…”(지혜 1,13) 하지만 모든 인간은 죽음을 경험합니다. 따라서 지혜서의 저자들은 인간 세상에 왜 죽음이 들어왔는지 설명해야 했을 것이고, 그중의 한 구절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악마의 시기로 세상에 죽음이 들어와…”(지혜 2,24) 죽음의 원인에 대한 지혜서의 이러한 대답은 흥미롭습니다. 아담의 죄 때문이 아니라 ‘악마의 시기(猜忌)’로 우리가 죽음을 겪게 되었다고 설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인간 존재를 죽음으로 이끈 ‘악마의 시기’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지혜 10,1-4를 통해서 그 의미를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이 구절들에서는 태초의 인류가 지은 죄가 언급됩니다. “세상에서 처음으로 빚어진 조상, 홀로 창조된 그를 지혜가 보호하고 … 그에게 만물을 통치할 힘을 주었다. 그러나 불의한 자가 분노하며 지혜에게 등을 돌리더니 광분하여 제 동기를 살해한 탓에 죽어 없어지고 말았다.”(지혜 10,1-4) 세상에서 처음으로 빚어진 조상들이 죽음을 겪게 되는 상황을 언급하는 이 대목에서 아담의 죄는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습니다. 반면에 죽음의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아벨에 대한 카인의 질투입니다. 카인이 바로 ‘불의한 자’였고, 광분하여 ‘제 동기를 살해’했고 결국 ‘죽어 없어지고’만 존재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지혜서는 ‘카인이 아벨을 시기한 것’을 인간 존재가 죽음을 겪게 된 근본적인 사건 중의 하나로 여기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혜 2,24에서 언급된 ‘악마의 시기’란 카인이 지녔던 질투심이나 시기심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겠습니다.

 

카인의 시기심을 인간이 죽음을 겪게 된 결정적인 사건으로 이해하는 지혜서 저자들의 통찰은 놀랍습니다. 질투와 시기심에 사로잡혀 있다면, 그의 영혼은 현실에 살고 있어도 이미 죽음을 맛보며 살아가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담의 죄’는 원죄이기 때문에 그로 인한 죽음을 우리는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카인의 시기심, 즉 ‘악마의 시기’로 인한 죽음은 충분히 피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영혼이 생명력을 잃는 것을 원치 않으십니다. 생명이신 예수님이 보여주신 사랑으로 무장하여, 우리의 영혼을 죽음으로 이끄는 ‘악마의 시기’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2025년 12월 14일(가해) 대림 제3주일(자선 주일) 서울주보 5면, 박진수 사도요한 신부(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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