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7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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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자료

[인물] 순간포착! 성경에 이런 일이: 토빗의 아내 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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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5-12-16 ㅣ No.9014

[순간포착! 성경에 이런 일이] 토빗의 아내 안나

 

 

- 토빗과 안나(렘브란트作, 1626) 

 

 

“당신의 그 자선들로 얻은 게 뭐죠? 당신의 그 선행들로 얻은 게 뭐죠? 그것으로 당신이 무엇을 얻었는지 다들 알고 있어요.”(토빗 2,14)

 

유배지에서도 믿음을 지키며 동포들에게 언제나 자선과 선행을 베풀던 토빗은 하찮은 일로 눈이 멀어버립니다. 그의 아내 안나는 가세가 기울자 품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였는데 어느 날은 주인에게서 품삯에 더해 새끼 염소 한 마리를 얹어 받아왔습니다. 아마도 고관대작의 아내로 살던 지난날은 잊고 열심하고 싹싹하게 일한 것을 인정받은 덕분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토빗은 아내가 염소를 훔쳤다고 생각해 그녀를 추궁합니다. 가난한 처지에 행여 하느님께 죄를 지을까 봐 염려한 것인지 아니면 오랜 병고에 아내를 들볶는 신경질적인 사람이 되고만 것인지는 모릅니다. 분명한 것은 멋대로 상황을 넘겨짚어 성급한 해결을 종용하는 것만큼이나 남자가 여자를 화나게 하는 일도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안나는 날 선 말들로 참아왔던 설움을 토해냅니다. 부부가 서로 믿고 의지하며 살아도 고달픈 삶인데 남편이 이제는 보이지 않는 눈으로 하지도 않은 일을 의심하니 얼마나 기가 차고 서러웠을까. 한편으로 안나의 이 말은 이 모든 일을 주관하시는 하느님을 향한 항변이기도 했습니다. 하느님의 정의와 공정이 살아있다면 왜 선한 이들이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를 묻는 그녀의 절규를 단지 어리석은 아내의 불평으로 치부할 수는 없어 보입니다.

 

“당신이나 조용히 하고 나를 속이지 말아요. 내 아이는 죽었어요.”(토빗 10,7)

 

마음이 꺾인 토빗이 신변정리를 결심하고 아들 토비야를 먼 곳으로 심부름을 보냅니다. 길을 떠난 아들이 소식이 없자 처음부터 이 일을 결사반대했던 그녀는 거의 실성한 사람처럼 되어가지만 토빗은 그럴 때마다 아내를 어르고 다독입니다.

 

토빗이 육신의 눈이 멀었을 때 안나가 그의 곁을 지켰다면 이제는 걱정과 근심으로 마음의 눈이 멀어버린 안나의 곁을 토빗이 지키고 있는 듯합니다. 사실 토빗은 아내에게서 그 모진 말을 듣고도 심부름을 떠나는 아들에게 어머니를 공경하고 무슨 일로든 어머니 마음을 슬프게 하지 말라는 당부를 가장 먼저 남길 만큼 여전히 아내를 존중하고 있었습니다.

 

“봐요. 당신 아들이 와요. 함께 갔던 사람도 오네요.”(토빗 11,6)

 

다행히 하느님의 섭리로 토비야가 무사히 돌아옵니다. 안나는 돌아온 아들을 발견한 환희의 순간에도 눈먼 남편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모진 세월의 풍파에 때때로 가시 돋친 말들로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위기의 순간에도 신의를 지키며 살아온 노부부가 마침내 좋은 날을 함께 맞이하는 감격스런 장면입니다. 토비야의 서사가 내용의 주를 이루고 토빗의 믿음이 두드러지는 이 책에서, 안나의 존재는 의인뿐만 아니라 의인의 곁을 지킨 이들 역시 “의인이 받을 상”(마태 10,42)을 받게 될 것이라는 희망의 말씀을 일깨워줍니다.

 

[2025년 12월 14일(가해) 대림 제3주일(자선 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3면, 정현수 도미니코 사비오 신부(교구 청소년사목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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