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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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교리: 마리아는 누구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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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교리] 마리아는 누구인가?
1. 마리아의 중재. 최근 교황청 신앙교리부는 레오 14세 교황의 승인 아래 공지 『충실한 백성의 어머니』(Mater Populi Fidelis, 2025.11.4)를 발표하며, 성경과 교회 전통 그리고 현대 교황들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성모 신심에 관한 교리 문헌을 발표했다. 이 문헌의 핵심 중 하나는 교회 안에서 사용되어 온 몇몇 성모 호칭을 재검토하고 그 사용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제시한 것이다. 특히 ‘공동 구속자’라는 호칭은 그리스도만이 유일한 구원자이며 “하느님과 사람 사이의 [유일한] 중개자”(1티모 2,5)라는 진리를 혼동시킬 수 있기에 ‘부적절’하다고 명시한다.
마리아는 승천 후에도 도움을 청하는 이들을 위해 “부단하고 효과적인 전구”를 계속하며 “우리의 구원과 중재를 위한 당신의 사명을 결코 포기하지 않으신다”(『마리아 공경』 56, 18). 그러나 이러한 중재는 어디까지나 그리스도의 유일한 중개자적 역할에 전적으로 의존하며, 그 역할을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것이 아니다(『교회헌장』 60). 따라서 마리아의 중재는 그리스도 구원 사업에 대한 “특별하고 예외적인”(『구세주의 어머니』 39) 협력이면서, 그리스도의 유일한 중개에 참여하는 ‘종속된 중재’이다. 곧 마리아는 결코 그리스도의 자리를 대신하는 이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은총이 자신 안에서 어떻게 효과를 발휘하고 열매를 맺는지 보여”(발터 카스퍼)주는 존재이다.
2. 엄마, 어머니. “자식의 배가 불러야 비로소 배고픈 사람이 어머니”라는 말처럼, 어머니는 늘 자녀의 뒤편에서 침묵과 인내로 버티어 서 있는 큰 나무와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도 그러한 모습과 멀지 않다. 요한복음은 마리아를 예수님의 공생활이 시작되는 카나의 혼인잔치(2,1-12)와, 지상 생애가 마무리되는 십자가 아래(19,25-27)라는 두 결정적 순간에 제시한다. 이는 마리아가 어머니로서 예수님의 처음과 끝을 함께 동반한 분임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더불어 교회 전통에서 전해오는 성모칠락(七樂)과 성모칠고(七苦)가 모두 예수님의 삶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아들의 기쁨과 고통이 곧 어머니의 기쁨과 고통이 되었음을 잘 보여준다. 곧 마리아는 아들과 깊은 일치를 이루며 그분의 길을 함께 걸어간 어머니다. 그러나 마리아의 ‘모성’은 여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마리아는 예수님 승천 이후 제자들과 함께 “한 마음으로 기도에 전념”(사도 1,14)하셨고, 지금도 하느님 앞에서 교회 공동체를 위하여 빌어주시는 영적 어머니, 믿는 이들의 어머니로서 우리 신앙 여정에 늘 동행하시는 분이다.
3. 여정 중에 있는 신앙. 우리는 종종 마리아의 믿음을 처음부터 완전하고 흔들림 없는 신앙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성경이 전하는 마리아의 삶은 빛과 어둠, 기쁨과 고통이 교차하는 여정이었다. 이는 마리아의 신앙이 “여정 중에 있는 신앙” 곧 “어둠 속에 있으면서도 그 어둠을 통과하며 성장해야 하는 신앙”(베네딕토 16세)이었음을 보여준다. 신앙은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돌을 하나씩 쌓고 한 계단씩 오르듯 천천히 그러나 끊임없이 걸어가는 여정 안에서 성숙하고 깊어지며 마침내 완성에 이른다. 마리아가 먼저 걸은 그 복된 길, 이제 우리의 발걸음으로 이어질 때 우리의 신앙은 다시 꽃피우고, 다시 살아 움직이지 않을까!
[2025년 12월 14일(가해) 대림 제3주일(자선 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8면, 윤태종 토마스 신부(전주가톨릭신학원)] 0 47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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