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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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다시 만난 신약 성경: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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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신약 성경]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마태오 복음 5장의 산상 설교로 넘어가기 전에, 1장에서 4장까지 여러 번 나타나는 한 가지 특징을 짚어보려고 합니다. 그것은 마태오 복음이 구약 성경을 여러 차례 명시적으로 인용한다는 점입니다.
따옴표로 분명하게 구약을 인용한 첫 예는 마태오 복음 1장 23절입니다. “보아라,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고 하리라.” 이사야서 7장의 말씀을 인용하면서, 예수님의 탄생에 대해 “주님께서 예언자를 통하여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이 모든 일이 일어났다.”(1,22)라고 합니다. 2장에서는 헤로데가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에게 메시아가 태어난 곳을 묻자, 그들은 미카서 5장을 인용하여 “유다 땅 베들레헴아 … 너에게서 통치자가 나와…”(2,6)라는 구절로 응답합니다. 복음은 예수님이 이집트로 피신하신 것도 “내가 내 아들을 이집트에서 불러내었다.”(2,15)라는 호세아서의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그렇게 되었다고 전합니다. 헤로데가 아기들을 학살했을 때도 “예레미야 예언자를 통하여 하신 말씀이 이루어졌다.”(2,17)라고 합니다. 나자렛에 가서 사신 것도, 구약 성경의 어느 부분을 지칭하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그는 나자렛 사람이라고 불릴 것이다.”(2,23)라는 말씀의 성취로 설명합니다. 3장에서 세례자 요한의 등장 역시 이사야가 예고한 것이고(3,3), 예수님의 세례 때 들려온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3,17)라는 말씀도 구약의 인용입니다. 4장에 나오는 광야의 유혹에서 예수님의 대답은(4,4.7.10) 모두 신명기의 인용이며, 그 후 예수님이 갈릴래아로 가신 것은 “이사야 예언자를 통하여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그리된 것”(4,14)이라고 소개합니다.
이러다가 한 페이지를 다 채울 것 같지만, 1장에서 4장까지 나온 명백한 인용문만 모아도 이 정도입니다. 사실, 1장의 족보도 뿌리는 구약에 있지요. “다윗의 자손이시며 아브라함의 자손”(마태 1,1)이시라는 첫 구절에서부터, 마태오 복음은 예수님이 구약의 기다림을 성취하는 분이시라고 선포합니다. 5장으로 가면, 산에서 백성을 가르치시는 예수님은 새로운 모세로서 새 법을 펼치십니다.
그런데 4장에서 특이한 점이 눈에 띕니다. 예수님을 유혹하는 악마도 구약 성경을 인용했다는 점입니다. 시편에 천사들이 손으로 받쳐 주리라고 했으니 성전 꼭대기에서 몸을 던져 보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계실 때도 사람들은 시편을 인용하면서 십자가에서 내려와 보라고 하지요(마태 27,42-43). 이것을 보면, 성경을 인용한다고 늘 옳고 좋은 것도 아닙니다. 동방 박사들은 미카서의 말씀을 듣고 베들레헴으로 예수님을 경배하러 오지만, 헤로데는 같은 말씀을 듣고 베들레헴의 아기들을 죽입니다. 악마가 예수님을 시험할 때, 예수님은 “주 너의 하느님을 시험하지 마라.”(4,7) 그리고 “주 너의 하느님께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4,10) 하고 대답하십니다. 동방의 박사들처럼 포대기에 싸인 아기를 하느님으로 경배하는 마음이 없다면, 헤로데처럼 성경을 들여다보고는 내가 세상 임금이 되기 위해 예수님을 죽이려고 날뛰게 될 것입니다.
* 안소근 실비아 수녀 : 성도미니코 선교수녀회, 저서 「이사야서」 「이사야서 쉽게 읽기」 「예레미야서 쉽게 읽기」 「구약의 역사설화」 등.
[2025년 12월 28일(가해)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가정 성화 주간) 의정부주보 2면, 안소근 실비아 수녀] 0 17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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