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1일 (목)
(백)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세계 평화의 날) 목자들은 마리아와 요셉과 아기를 찾아냈다. 여드레 뒤 그 아기는 이름을 예수라고 하였다.

레지오ㅣ성모신심

허영엽 신부의 나눔: 하느님께서 내 마음속에 새롭게 탄생하시는 성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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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5-12-30 ㅣ No.999

[허영엽 신부의 ‘나눔’] 하느님께서 내 마음속에 새롭게 탄생하시는 ‘성탄’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1685-1759)의 오라토리오 ‘메시아’ 중 ‘할렐루야’는 연말과 성탄 시기가 되면 더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음악의 어머니’라 불리는 헨델은 인생의 부침이 많았던 인물입니다. 몸과 마음의 병이 깊었고, 수없는 실패와 좌절을 겪었던 그의 삶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어려서부터 음악가를 꿈꿨지만 안정된 삶을 원하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법학을 공부하게 됩니다. 그러나 헨델의 마음은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했기에 법률 공부를 중단하고 음악을 하기 위해 함부르크로 향했습니다. 이후 생애 첫 오페라 작품 ‘알미라’가 큰 성공을 거두며 자신감을 갖게 됩니다. 

 

그 후 헨델은 음악의 중심지였던 이탈리아로 향했고, 유럽 각지에서 작곡가로서 명성을 떨치게 됩니다. 다시 독일로 돌아온 후 하노버 궁정 악장에 임명되어 안정된 지위를 얻게 되었지만, 헨델은 안주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더 큰 도전을 위해 영국으로 갔는데 1741년 예상하지 못한 심각한 어려움에 빠지게 됩니다. 건강이 나빠지고 예술 활동도 슬럼프에 빠지면서 빚도 많아져 파산 직전의 큰 위기에 처합니다. 사면초가에 빠진 헨델은 다행스럽게도 더블린으로부터 자선 음악회 제안을 받습니다. 

 

이 시기 그의 가장 위대한 작품 중 하나인 오라토리오 ‘메시아’를 24일 만에 작곡하게 됩니다. ‘메시아’는 무려 2시간이 넘는 곡입니다. ‘메시아’는 3부로 구성되었는데 1부는 대림과 성탄의 이야기로, 이사야와 다른 예언자들의 예언으로 시작하여 루카복음 2장의 목자들이 예수님의 탄생 소식을 듣는 장면으로 끝납니다. 2부는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과 승천의 내용으로 유명한 합창곡인 ‘할렐루야’로 끝납니다. 마지막 3부는 부활에 대한 사도 바오로의 가르침과 하늘에서 누리시는 예수님의 영광이 주요 내용입니다. 

 

이 곡을 쓰면서 헨델은 신비한 종교적 체험을 했다 합니다. 메시아를 작곡할 당시 그는 뇌졸중 증세로 오른손이 마비되어 음표도 제대로 그릴 수 없는 처지였습니다. 그러나 헨델은 이 모든 수난과 고통을 극복하면서 불후의 명작을 만들었습니다. 인생에서 때로는 결핍이 오히려 노력을 증진 시키고, 고통이 오히려 기사회생의 계기를 만들어 더 단단한 삶을 만들기도 합니다.

 

 

고통이 오히려 더 단단한 삶을 만들기도

 

보좌신부 시절 본당 근처에 청각장애인 공동체가 있었는데, 부활이나 성탄 대축일에는 시설에 방문해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미사와 강론은 봉사자들이 수화언어로 통역해주었는데, 미사통상문 계응에 소리가 없으니 처음에는 미사를 집전하는 나도 적응이 잘 안되었습니다. 이후에는 간단한 인사말을 미리 연습하고 강론 때 몇 마디를 수어로 하니 모든 분들의 얼굴이 환하게 빛났습니다. 그래서 미사를 갈 때마다 욕심을 부려 수어를 몇 마디라도 더 하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서툴고 투박하지만 상대방의 언어를 이해하고 소통한다는 것이 너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우리들은 지금 들을 수 있고, 움직일 수 있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만 사실 주변에 그렇지 못한 사람도 많습니다. 우리 중 그 누구 한 사람도 예외 없이 언젠가는 혼자 힘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될 것은 분명합니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먼저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모든 일이 감사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일에 언제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를 드리십시오.”(에페 5,20) 

 

모든 일이란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모두 해당하는 것입니다. 신앙인은 특별한 고통과 아픔 속에서도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기면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드릴 수 있습니다. 어떤 사건들을 통해서 우리는 나 자신이 고난을 잘 견디고, 나를 통해 하느님의 영광을 나타냅니다. 나를 힘들고 괴롭게 하는 그 모든 것에서도 감사의 의미를 발견하고 찬양할 수 있습니다. 고통을 통해서도 좀 더 겸손해질 수도 있고 새로운 세상에 대한 시야가 넓어질 수 있습니다.

 

 

불평할 일에도 감사할 수 있다면 주님의 은총

 

우리는 과거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것과 지금 이 자리에, 지금 이 순간에도 성령이 함께하신다는 것을 믿어야 합니다. 그것이 하느님이 인간의 모습으로 세상에 오신 이유입니다. 우리는 삶의 여유를 가질 때만 우리 자신의 울타리를 벗어나 타인의 삶을 볼 수도 있고, 하느님이 머무실 공간도 내 안에 생길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현재일 뿐입니다. 과거는 이미 흘러갔고 미래 역시 아직 오지 않은 시간입니다. 

 

산다는 것은 사랑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기 자신, 이웃 그리고 하느님을 사랑해야 합니다. 신앙인은 인간적인 능력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영으로 인도해서 살아야 합니다. 하느님이 인도하는 삶이 되면 항상 기쁨과 감사가 넘치게 됩니다. 같은 길을 걷어가도 마음의 여유에 따라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걸어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지겹고 고통스러운 마음으로 걸어갈 수도 있습니다. 같은 길이지만 긍정적인 생활 태도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악의 세력은 세상에 대해 불평하게 합니다. 불평할 일이 있을 때조차도 감사할 수 있다면 주님의 은총입니다. 

 

성탄이 주는 메시지는 임마누엘의 하느님, 늘 함께하시는 하느님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하느님은 늘 우리 곁에 동행하십니다. 매사에 감사하는 것은 우리의 관심을 하느님께 집중시키는 힘을 나타냅니다. 불평과 원망은 언제나 우리의 관심을 절망적인 환경과 희망 없는 상태로 끌어내립니다. 매일 매 순간 주님께서 내 마음에 오시면 새로운 마음으로 감사할 일이 넘칠 것입니다. 

 

[성모님의 군단, 2025년 12월호,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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