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1일 (목)
(백)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세계 평화의 날) 목자들은 마리아와 요셉과 아기를 찾아냈다. 여드레 뒤 그 아기는 이름을 예수라고 하였다.

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변질된 조직체(켐벨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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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5-12-30 ㅣ No.1000

[레지오와 마음읽기] 변질된 조직체(켐벨의 법칙)

 

 

2009년 2월 16일, 교육과학기술부(당시 명칭)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 결과로 ‘전북 ○○지역 15개 초등학교엔 낙제생이 없다’라고 발표했다. 다음 날 언론들은 이를 ‘○○의 기적’이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그 지역은 ‘공교육 1번지’, ‘시골 공교육의 기적’ 등으로 불리게 되었다. 하지만 불과 사흘 만에 결과 조작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었고, 그것이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지역 일부 초등학교의 허위 보고와 교육청의 의도적인 통계 조작이 있었다. 교육청은 이를 단순 ‘통계 과정의 오류’라고 해명했으나, 이 사건은 교육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한 정책이라도 현장에서 왜곡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 

 

도널드 T. 켐벨은 사회과학 방법론자로, ‘사회개혁프로그램들의 효과를 평가하는 분야’를 개척한 인물이다. 그는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시도된 사회적 개입이나 프로그램의 실제 효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지표(성과나 상태를 숫자로 나타낸 척도) 사용을 권했다. 그러다 20세기 중반 미국에서 진행되었던 프로그램을 연구하던 중, 정부나 기관이 프로그램 평가에 ‘지표를 사용하는 방식’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발견하고 부작용을 경고했다. 

 

이른바 ‘켐벨의 법칙’으로, ‘양적 사회지표가 정책 결정에 사용될수록 그 신뢰성은 떨어지고 사회 과정을 왜곡한다’라는 것이다. 즉 어떤 일에 대한 성과를 나타내는 시험 점수나 범죄율, 생산성 점수 등이 양적 사회지표인데, 이것이 평가나 보상의 기준이 되어 정책 결정에 사용되면 그 일의 원래 목적인 진정한 교육이나 안전한 사회, 실제 생산성 향상 등이 도외시 될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 만든 지표가 오히려 성과를 저해할 수 있어 과정이 왜곡되는 것이다.

 

 

양적 사회지표가 정책 결정에 사용될수록 그 신뢰성 떨어져

 

그 대표적인 사례가 ‘낙오 학생 방지법(No Child Left Behind Act, NCLB)’이다. 이는 2002년 미국에서 시행된 제도로, 인종이나 소득, 언어 등에 따른 학력 격차를 줄이기 위해 모든 학생의 학업 성취도를 일정 수준으로 높이고자 했다. 그리하여 매년 표준화된 시험을 치르고 그 점수(지표)를 공개하는 것을 넘어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학교와 교사, 학생에게 제재를 가하였다. 그러자 많은 학교에서 오직 NCLB의 시험 과목인 읽기와 수학에만 집중하고 과학, 예술, 체육 등은 시수를 줄여 전인교육이 약화하였다. 교육 또한 실제 이해력이나 비판력 향상보다는 시험 문제 유형에 맞춘 학습 내용이었고, 심지어 학교에서는 제재를 피하고자 점수를 조작하려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NCLB 외에도 여러 분야에서 이런 지표의 부작용을 찾아볼 수 있다. 경찰관의 실적을 범죄 발생률이나 해결률 증감이라는 수치로 평가하게 되면, 경미한 범죄는 보고 자체를 줄이고, 쉬운 범죄에 인력을 집중하여 해결률만 높여 실제 치안은 더 악화될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지표가 항상 왜곡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표는 다양한 평가 수단의 하나로, 조직의 문제점 파악 및 개선을 위한 진단 도구로 유용하다. 그러니 지표를 설계하고 활용할 때 지표의 부작용을 고려하고, 특히 지표 자체를 목표로 하거나 통제나 압력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유아 영세자인 50대 J자매는 오랜 시간 냉담하다 자녀 문제와 남편의 사업 실패로 어려움을 겪자 성당에 나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어릴 때 배웠던 묵주기도를 열심히 하였는데 그 덕분인지 상황이 좋아졌다고 한다. 이를 성모님의 도우심으로 생각한 그녀는 은혜를 봉사로 갚고자 사무실에 문의하여 소위 잘되는 쁘레시디움을 소개받아 입단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교본과 다르게 쁘레시디움이 운영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이후 여러 가지 이유로 갈등을 겪다가 결국 탈단하였다. 

 

“저는 정말 제대로 봉사하여 성모님의 은혜를 갚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쁘레시디움에서 봉사라고 할 만한 활동이 별로 없고, 매일 묵주기도 5단도 안 하는 단원도 있어 실망이 컸습니다. 게다가 출석률을 높이기 위해 자주 회합 시간을 바꾸고, 교육이나 행사도 그 의미를 설명하며 참석을 독려하기보다, 사업보고 때를 생각하라며 강요하는 모습은 더 실망스러웠습니다. 지금도 성모님께는 죄송한 마음이지만 보기와 다른 모습의 쁘레시디움에 대한 실망은 좀처럼 옅어지지 않습니다.” 

 

 

사업보고에서 과도하게 숫자만을 거론해 지적이나 칭찬하는 것은 지양해야

 

‘레지오 마리애는 –중략- 성모님의 강력한 지휘 아래, 세속과 그 악의 세력에 맞서는 교회의 싸움에 참가하기 위하여 설립된 군대이다’(교본 23쪽) 그러니 승리를 위해 우리 모두는 하나로 뭉쳐 상급의 작전 계획을 일사불란하게 수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작전 수행을 위한 상급의 명령은 현 상황에 대한 판단을 바탕으로 내린 의사 결정이다. 그러니 보고(報告)는 정확하고 신속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급의 오판으로 패배의 지름길을 가게 된다. 그러니 ‘성과가 눈에 보인다 해서 반드시 활동이 성공을 거두었다고 확신할 수는 없는 일’(교본 192쪽)이며 ‘변질된 조직체는 제아무리 큰 성과를 올린다 하더라도 이미 레지오 마리애가 아닌 것’(교본 186쪽)임을 명심할 것이다. 또한 보고에 대한 해석도 중요하다. 보고서에는 여러 지표가 포함될 수 있어 켐벨의 법칙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지표와 목표를 잘 분리하여 해석해야 한다. 성과는 목표를 이룬 결과이지 성과 자체가 목표는 아니다. 

 

특히 사업보고나 종합보고에서 과도하게 숫자만을 거론하여 지적하거나 칭찬하는 것은 지양하고, 오히려 또 다른 척도라 할 수 있는 특기사항과 함께, 평소 해당 쁘레시디움이나 꾸리아의 충성과 순명, 열의 등을 함께 보아야 한다. 그래야 숫자 안의 노력을 들여다볼 수 있으며, 진정한 격려와 조언, 도움받기 등이 가능하다. 실제로 보고 자료가 모든 진실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리고 보고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기회가 바로 순방이니, 순방은 성실하고 규칙적으로 실행되어야 한다. 

 

교본에 ‘성모님께서는 –중략- 우리의 노력의 성과를 관리하’(515쪽)신다고 되어 있다. 나아가 ‘성모님은 그 무기(충실히 활동하는 단원)로써 원하시는 성과를 거두실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성과는 완전한 것이 된다’라고 한다.(교본 193쪽) 그러니 우리의 성과는 성모님께 맡기고 ‘용기와 신뢰로써, 세상의 모든 악과 문제들에 맞서 싸우는 교회의 지표(指標)가 되’(교본 459쪽)도록 애쓰기만 하면 되지 않겠는가!

 

‘단원들이 충실하게 활동하면 성모님의 무기가 완벽한 성능을 발휘하는 것이 되므로’(교본 193쪽)

 

[성모님의 군단, 2025년 12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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