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9일 (월)
(녹) 연중 제5주간 월요일 예수님께 손을 댄 사람마다 구원을 받았다.

가톨릭 교리

가톨릭 교리: 사랑의 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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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6-02-08 ㅣ No.6766

[가톨릭 교리] 사랑의 질서

 

 

요즘 생긴 고민이 있습니다. 방학 중이라 약간의 시간이 남는데, 너무 무미건조하게 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물론 이런 생각도 듭니다. “해야 할 일을 위해 에너지 비축도, 연구도 중요해. 나의 육체와 정신의 건강이 우선이지. 나를 돌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2025년 초, 미국의 부통령 JD 밴스는 미국이 이주민을 돌볼 의무가 없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고자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당신은 먼저 가족을 사랑하고, 그다음 이웃을 사랑하며, 이어서 공동체를 사랑하고, 마지막으로 조국의 국민들을 사랑합니다. 그 이후에야 비로소 나머지 세상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이는 아우구스티노의 ‘사랑의 질서’(ordo amoris)를 인용한 것으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이에 대해 예수 그리스도 또한 나자렛 출신의 이민자로서 피신한 경험이 있음을 언급하며, 이민자의 고통을 예수님의 삶과 연결시켜 밴스의 의견에 반박했습니다. 실제로 아우구스티노의 ‘사랑의 질서’는, 우리는 자연스레 가까운 이에게 먼저 책임을 느끼지만, 이는 결코 먼 사람을 배제하라는 논리가 아니라 순차적으로 모두를 사랑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밴스는 이를 국가주의적 자기 우선 논리로 단순화함으로써 모두를 사랑하되, 관계적 책임에 따르는 질서가 있다는 본래의 맥락을 배제하고 배타주의 논리로 축소해서 해석한 것입니다. 이에 교황님은, “사랑은 동심원의 확장처럼 자기만족적 질서로 한정되지 않고, ‘선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처럼 경계를 넘어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강경한 이민 정책이 실행될 경우, 극심한 빈곤, 박해, 기후 변화 등으로 자국을 떠난 이들의 존엄성을 훼손하게 되며, 특히 불법 이민자의 지위를 범죄로 간주하는 조치에는 옳게 형성된 양심이 반대해야 한다. 무력에 기반한 정책은 끝이 좋지 않은 법”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하셨습니다. 교황님의 이러한 비판은 무작정 단순한 이민자 수용을 요청한 것이 아니라, “창의적 접근과 엄정한 인권 존중을 기반으로 가장 취약한 이들을 환대, 보호, 통합해야 한다.”는 견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우리는 종종 가까운 이웃만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관계가 없는 타인은 내 이웃이 아닌 것처럼 지나치곤 합니다. 그러다 보니 내 가족, 내 공동체만 우선이고 그것만으로 내 사랑은 충분하다고 여깁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인정을 받겠느냐?”(루카 6,32) 이처럼 주님은 우리에게 타인에 대한 사랑을 순위 매기라고 요구하지 않으십니다. 순차적으로, 모두를 사랑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여러분 마음에 있는 사랑의 질서는 어떠한가요?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군요. 저도 서둘러 봉사를 하러 떠나야 하겠습니다.

 

[2026년 2월 8일(가해) 연중 제5주일 서울주보 5면, 방종우 야고보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윤리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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