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오ㅣ성모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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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와 마음 읽기: 능력과 사정에 개의치 않고(의도적 언보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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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와 마음 읽기] 능력과 사정에 개의치 않고(의도적 언보싱)
아놀드 밀러(Arnold Miller,1923–1985)는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출신의 평범한 광부였지만, 탄광 노동 중 겪은 진폐증(석탄가루가 폐에 쌓여 호흡 곤란이 생기는 질환)을 계기로 노동운동에 뛰어든다. 자신의 병이 단순히 개인 문제가 아니라, 수많은 광부들이 겪는 구조적 문제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 광부노조는 비민주적이고 부패하여 광부들의 목소리가 묵살되고 있었다. 이에 분노한 밀러는, ‘광부들을 위한 민주주의 운동’을 통해 노조위원장이 된 후 미국 광부들의 안전과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데 큰 기여를 하게 된다. 그는 ‘병든 광부에서 조직의 구원자로’ 평가된다.
요즘 MZ세대(1980년대생부터 2010년생 정도)들은 중간 관리자로 승진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2023년에 잡코리아가 MZ세대 직장인 1,11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4.8%가 임원으로 승진할 생각이 없었다. 그 이유로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가 부담스럽다(43.6%)’, ‘임원 승진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아서(20.0%)’, ‘임원은 워라밸이 불가능할 것 같아서(13.3%)’ 등이었다고 한다. 이는 MZ세대가 고액 연봉과 승진보다는 길고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더 중요한 가치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뿐만 아니라 재테크 등 직장 외에도 부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이 늘어난 것과 함께, 승진이 성공의 척도가 아니라는 변화된 사회적 인식 또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
이렇게 ‘직장에서 관리자로 승진하는 것을 기피하는 현상’을 일컫는 신조어가 있다. 바로 ‘의도적 언보싱’(Unbossing, 보스가 되지 않기)이다. 원래 언보싱은 전통적인 ‘보스 중심’의 위계적 리더십을 벗어나, 권한을 아래로 분산하고 자율성을 강화하는 조직 운영 방식을 뜻한다. 하지만 이런 신조어가 생기며 전통적인 언보싱과 구별하여 쓰게 되었다.
직장에서 관리자로 승진하는 것을 기피하는 현상, ‘의도적 언보싱’
이 의도적 언보싱은 단순히 ‘승진하기 싫다’라는 개인의 선택을 넘어, 조직의 구조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리더의 부재로 결정권자가 사라져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그로 인해 조직의 실행력이 떨어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기존 중간 관리자는 더 많은 부담으로 탈진될 확률이 높아진다. 작은 팀을 이끌어본 경험조차 없이 조직을 잘 경영하기란 어려우니, 미래의 경영진 확보는 더 요원하기도 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기업에서는 중간 관리자를 외부에서 데려오는 ‘상사 대행’이라던가 아예 중간 관리자를 없애고 위계질서를 단순화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60대 중반의 B자매는 동생들을 공부시키느라 정작 자신은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 그래서 5년 전 세례받았지만, 자신의 부족함이 드러날까 두려워 직장을 핑계로 성당 단체 가입을 회피했다. 그러다 간부를 시키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입단하였는데, 막상 보니 쁘레시디움 상황이 아주 어려웠다. 연로한 단원이 많아 간부 자리만 지키고 있을 뿐 실제적 4간부 역할은 단장이 다 하고 있었다. 이에 B자매는 단장에게 미안한 마음이 생겨 조금씩 단장을 도와주기 시작했고, 회계를 거쳐 서기가 되며 지금은 즐겁게 단원 생활을 한다.
“사실 제가 배운 게 없다는 생각에 단장님이 힘들다는 것을 알고도 간부직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레지오가 좋아지면서, 쁘레시디움의 사정을 외면하고 가만히 있기가 힘들었습니다. 결국 단장님께서 시키는 대로 하나둘씩 하다 보니 어느새 일을 파악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저는 압니다. 간부직은 많이 알거나 배워서가 아니라 책임감으로 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요. 요즘 저는 자신감도 생기고 덩달아 생활에 활력도 생겼는데, 이런 모습이 교만으로 비추어지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습니다.”
간부직 거부 현상에 깊은 고민이 있어야
교본에 ‘나쁜 장교가 있을 뿐, 나쁜 사병은 없다’(137쪽)라며 ‘단원들은 간부들이 불어넣어 주는 정신과 활동의 수준을 뛰어넘기는 힘들’(137쪽)다고 되어있다. 뿐만 아니라 쁘레시디움 결함 대부분은 간부들에게 있다고 하니, ‘쁘레시디움의 운명이 간부들의 손에 달려’(400쪽)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이에 레지오에서는 훌륭한 간부를 찾기 위한 장치로 간부의 임기를 정하여 주기적으로 간부를 교체하도록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에게 간부로서 봉사는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추가 노동이 되어 부담일 뿐만 아니라 비난에 대한 두려움이나 인간관계의 상처 또한 피하고 싶어진다. 또한 고령 단원이 많아지면서 간부 업무에 대한 부담 또한 간부직 수용을 어렵게 한다.
그 결과 4간부는 있되 한두 명의 단원이 모든 업무를 해내거나, 몇 명이 돌아가면서 간부를 하는 상황도 허다해졌고, 심지어 쁘레시디움 해체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정해진 간부 임기를 어기는 것은 레지오 정신이 아니다. 레지오는 규칙의 힘을 바탕으로 강력한 질서 체계를 마련하여 단원들이 크리스천의 완덕을 쌓아 나가도록 바탕을 마련해 주는 단체이기 때문이다.(109쪽 참고) 특히 간부 교체에 관하여는 ‘능력이나 사정에 개의치 않고’ 간부 교체를 강조하고 있으니(교본 136쪽 참고) 간부직 거부 현상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기업이 어떤 형태로든 관리자가 있듯 하물며 군대인 레지오에서는 반드시 간부들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 아니라도 간부직을 수행할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나 하나쯤이야’는, 나 하나에서 시작된 조직이 해체되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간부는 잘해야 본전이라고 하니 괜히 나만 고생하는 자리라는 생각이 드는가? 예수님의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도 누군가가 희생한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시작되었다. 능력이 없어 앞으로 나서는 것이 두려운가? 그렇다면 교본에 ‘책임은 참으로 모래를 금으로 바꾸어 놓는 힘을 지니고 있다’(250쪽)라는 말을 되새겨 볼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모든 것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될 때는 다음 말을 기억하자! ‘우리가 성모님의 분부대로 그 사랑과 희생의 항아리에 일상생활에서 겪는 잡다한 일들, 즉 아무 맛없는 물을 쏟아붓기만 한다면, 카나의 기적은 다시 일어나게 된다. 그 물이 맛 좋은 포도주로,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위한 최상의 은총으로 변화되는 것이다.’(꾸생) (교본 69쪽)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보아, 규칙대로 충실히 운영되는 레지오의 기관은 절대로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교본 19쪽)
[성모님의 군단, 2026년 3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0 12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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