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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영성의 샘: 부활의 삶을 산다는 것은 – 스승, 애인, 친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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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의 샘] 부활의 삶을 산다는 것은 – 스승, 애인, 친구
주님께서 부활하셨습니다. 우리는 주님의 부활을 소리 높여 노래합니다. 하지만 부활이 무엇인지, 주님의 부활을 어떻게 체험하고 받아들이고 있는지, 조금 정직하게 질문을 던져보면, 사실 부활을 이해한다는 것이 참 어렵다는 것을 절감합니다. 여러분은 주님의 부활을 어떻게 체험하고, 부활하신 주님을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만나고 있습니까?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고 싶습니다. 분명 제 곁에 계시는 그분이시지만, 눈에 보이는 것들 안에서 그분 부활의 흔적을 찾으려는 내 노력은 언제나 회의와 실패로 끝납니다. 아마도 어쩌면 인간의 앎과 지식은 부활의 신비를 파악하는 데 실패할 수밖에 없는 비극적 속성을 지니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성서 안에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에 대한 몇 가지 시사점을 줍니다. 성서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부활하신 주님과의 만남은 세 가지 모습으로 드러납니다. 겁에 질려 예수를 배반하고 도망가 숨어 있는 제자들에게 용서와 용기를 주는 스승의 모습으로, 울고 있는 막달라 마리아에게 따뜻한 위로의 인사를 건네는 애인의 모습으로, 엠마오로 가는 길에서 두 사람에게 다가가 이야기와 음식을 함께 나누는 따뜻한 친구의 모습으로, 부활하신 주님은 다가오셨습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제 인생의 스승이었던 사람들 속에서, 제 신앙의 애인들 속에서, 뜻을 함께하는 동지적 친구들 속에서 나와 늘 함께하고 계셨음을 희미하게나마 알 것도 같습니다. 때때론 저 푸른 하늘과 저 파란 들판이, 계절의 눈부신 변화들이 내게 따뜻한 무언의 말을 건네는 친구였음을, 사람들에게 상처받고 지친 나를 위로하는 애인이었음을, 시간의 흐름을 깨닫게 하여 나를 겸손하게 하는 스승이었음을 알 것도 같습니다.
부활의 신비를 깨닫는다는 것은, 부활의 신앙을 고백한다는 것은, 우리 인생의 길에서 우리에게 스승으로, 애인으로, 친구로 다가왔던 사람들과 사물들 속에서 부활하신 주님이 계심을 알아보는 일입니다.
살면서 참된 스승과 따뜻한 애인과 진정한 친구를 만나는 일도 어려운 것이지만, 우리 자신이 누군가에게 참된 스승과 따뜻한 애인과 진정한 친구가 되는 일은 아마도 훨씬 더 어려울 것입니다. 생의 여정에서 누군가에게 참된 스승과 따뜻한 애인과 진정한 친구가 되었다면 우리는 분명 우리 자신 안에서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고 체험했을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참된 스승이 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자신의 신앙적 삶의 모습으로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어 신앙을 증거한다면, 우리는 아마도 부활 신앙을 진정으로 고백하고 있는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따뜻한 애인이 된다는 것 역시 참 어려운 일입니다. 자신의 아픔과 고통에만 매몰되어 이웃의 아픔과 고통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아픔과 힘듦보다 타인의 아픔과 어려움에 더 예민하며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이웃들에게 위로의 손길을 건네고, 눈물을 닦아줄 줄 아는 예쁜 애인의 모습으로 살아간다면, 우리는 삶으로 부활 신앙을 고백하고 있는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진정한 친구가 되는 것 또한 어려운 일입니다. 인생이라는 길의 여정에서 편안하고 헌신적인 동반자로서의 친구가 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입니다. 낙심해서 엠마오로 가는 귀향길에 선 두 사람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는 주님처럼, 실의에 빠져 낙담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용기를 주는 진정한 벗이 되기란 그리 쉽지 않은 일입니다. 누군가에게 진정한 벗이 되어줄 줄 아는 사람은 이미 그 모습으로 그는 부활한 주님을 닮은 사람일 것입니다.
신앙인 모두가 만나는 사람에게 스승과 애인과 친구가 되어주길
함께하는 이웃들에게 거창한 말의 가르침이 아닌 내 삶의 모습으로 따뜻한 감동을 주는 선생이 되고 싶습니다.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내 이웃들에게 위로의 손길을 건네고 눈물을 닦아줄 줄 아는 예쁜 애인이 되고 싶습니다. 이웃들과 소박한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수다 떨며 소탈한 웃음으로 낄낄거릴 수 있는 편안한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그것만이 우리가 이 지상에서 주님 부활의 신비를 살아내는 것이라는 사실을 이젠 조금 알 것도 같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다는 것은, 부활의 삶을 산다는 것은 어쩌면 스승과 애인과 친구를 얻는 일이며, 스승과 애인과 친구가 되는 일입니다.
부활의 신비를 이해하기 위해서, 부활을 체험하기 위해서,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기 위해서, 이 지상의 삶을 사는 동안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 우리와 인연을 맺고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진실한 스승으로 따뜻한 애인으로 헌신적인 친구의 모습으로 다가갈 수 있어야 합니다. 부활의 신비를 깨닫는 일은, 부활에 대한 우리들의 진정한 신앙고백은 우리가 신앙 안에서 좋은 스승으로, 따뜻한 애인으로, 진정한 벗으로 사는 일입니다. 우리 신앙인 모두가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스승과 애인과 친구의 역할을 할 줄 아는 사람이길 희망합니다.
[성모님의 군단, 2026년 4월호, 정희완 사도요한 신부(안동교구)] 0 5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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