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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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자료

[인물] 예수 그리스도의 조상들: 아브라함 1(창세 11,27-2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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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04-19 ㅣ No.5160

[예수 그리스도의 조상들] 아브라함 I (창세 11,27-25,11)

 

 

성조 아브라함은 ‘믿음의 조상’(로마 4,1-25 참조)으로서 이스라엘 백성의 가장 큰 사랑과 존경을 받아온 성인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께서 아브라함과 다윗의 혈통 안에 메시아를 보내겠다고 하신 약속(창세 12,3; 22,17-18; 2사무 7,12-13 참조)을 굳게 믿어왔는데, 마태오 복음서는 첫 시작부터 예수님을 “다윗의 자손이시며 아브라함의 자손”(마태 1,1)이라 부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그토록 간절히 기다려온 구세주가 바로 예수님이심을 장엄하게 선포하는 것이지요. 이어지는 예수님의 족보(1,2-17)는 아브라함에게서 시작됩니다. 원조 아담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루카 복음서의 족보가 ‘온 인류의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신원을 강조하고 있다면(루카 3,23-38), 마태오 복음서의 족보는 예수님께서 ‘아브라함의 자손’으로서 참 유다인이시고, ‘다윗 임금의 자손’으로서 구약 시대부터 예언된 메시아이심을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마태오 복음사가는 다윗의 히브리어 이름이 뜻하는 숫자 ‘14’(4+6+4)를 의식하기라도 한 듯, ‘십사 대(代)×3’의 도식에 따라 예수님의 족보를 정확히 세 부분으로 나누어 제시함으로써(‘아브라함-다윗, 다윗-바빌론 유배, 바빌론 유배-예수님’: 마태 1,17), ‘다윗의 자손’이신 예수님이 하느님의 완전한 구원 섭리 속에 오신 온 세상의 임금이심을 드러냅니다. 그래서일까요, 다윗부터 바빌론 유배까지 예수님의 조상들은 모두 이스라엘의 임금들로 기록되어 있습니다(마태 1,7-11).

 

고대인들에게 미지의 땅을 향한 여정이란 ‘기존 삶의 안정된 기반을 버리고 목숨을 걸고 떠나는 결단의 행위’였습니다. 그럼에도 “네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너에게 보여 줄 땅으로 가거라.”(창세 12,1) 하신 하느님의 부르심에 기꺼이 순명했던 아브라함의 모습은, 예수님의 또 다른 조상 노아를 그대로 닮아 있습니다. 원조들의 불순종으로 훼손된 하느님의 창조질서가 노아의 오롯한 순종으로 회복되었듯이, 또다시 하느님을 거슬러 교만의 바벨탑을 쌓던 전 인류가(창세 11,1-9 참조) 아브라함의 믿음으로 새로운 구세사의 시작을 맞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아브라함을 비롯한 성조들 모두가 우리에게 일관되게 증언합니다. 하느님의 현존은 평안하고 안정된 일상 속에서가 아니라, 불확실성을 향하여 그러나 하느님의 손끝이 향한 곳을 바라보며 늘 새롭게 떠나는 여정 속에서 비로소 체험된다는 사실을 말이지요. 하느님의 약속이 지연되어 극심한 신앙의 위기를 겪으면서도 ‘약속 자체가 아니라 약속하시는 분을 믿었기에’ 결코 쓰러지지 않았던 아브라함을 기억합니다. 매일 아침 눈뜰 때마다 ‘네가 믿고 의지하는 모든 것을 떠나, 내가 너에게 보여 줄 땅으로 가거라.” 하시는 하느님의 말씀에 응답하여 나선다면, 우리의 일상 또한 축복과 구원의 땅을 향한 여정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겠습니다.

 

[2021년 4월 18일 부활 제3주일 대구주보 3면, 강수원 베드로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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