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 (토)
(백) 부활 제5주간 토요일 너희는 세상에 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다.

가톨릭 교리

가톨릭 신학: 일생의 과제,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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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4-04-25 ㅣ No.4508

[가톨릭 신학] 일생의 과제, ‘자유’

 

 

죽음, 질병, 재산, 삶의 과업, 인간관계, 시간을 비롯해 수많은 것들이 우리를 자유롭지 못하게 합니다. 건강하기 위해 운동을 해야 하고 무언가를 사기 위해 돈을 아껴야 하지요. 다른 사람의 시선 때문에 하고 싶은 행동을 참아야 하고, 직장 혹은 가정의 일들은 나의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수없이 많은 굴레가 우리 곁에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수많은 철학자들은 이 자유를 오랫동안 갈구하고 탐구해 왔습니다. 저명한 철학자들은 종교 역시도 장애물로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마르크스는 종교를 ‘인민의 아편’이라고 규정하며 환상의 행복뿐인 종교를 폐지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을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선언했습니다. 니체는 종교를, 자신의 감정을 사랑과 희생으로 몰아넣는 ‘노예 도덕’이라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 철학자들의 사상은 지금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쳐 이제 현대인들은 종교적 가르침을 장애물로 여기거나 필요 없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나에게 이익을 주지 않는 것은 무의미한 것으로 취급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과연 그렇게 해서 인간은 정말 자유롭게 될까요? 이에 대해 철학자 베르댜예프는 말합니다. “현대의 인간은 규범과 척도를 자신에게 부과하는 대신에, 자신의 자유를 온갖 열정과 본능을 달래는 데 사용했고, 스스로를 쾌락의 원리나 소유의 권력 원리에 끌려가도록 내맡겼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를 자유롭게 할까요? 예수님께서는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요한 8,32)라는 말씀을 통해 이것이 ‘죄’와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하십니다. 죄를 짓는 자는 누구나 죄의 종이 되지만 하느님의 아들을 따르는 이들은 정녕 자유롭게 된다는 것이지요. 사도 바오로 역시 “여러분은 자유롭게 되라고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다만 그 자유를 육을 위하는 구실로 삼지 마십시오. 오히려 사랑으로 서로 섬기십시오.”(갈라 5,13)라고 이야기합니다. 결국 죄를 짓지 않고 하느님이 인간에게 주신 가르침을 올바로 따를 때 진정한 자유를 얻게 된다는 것입니다.

 

죄지은 사람들이 잘 지내는 것 같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누리는 것이 물질적 이기주의로 인한 자유라면 그 자유는 죄의 노예가 누리는 저급한 자유입니다. 하느님의 심판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헛된 자유입니다. 그러므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현대인들에게 다음과 같이 날카롭게 말씀하십니다. “이 세상 안에서의 우리의 자유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자유, 자유, 자유!’를 외치지만 더 노예, 노예, 노예가 됩니다. 예수님을 통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선물하시는 자유에 대해 생각해야 합니다.” 실제로 윤리신학의 가르침 안에서 자유는 이기적이거나 폭력적일 수 없으며 선의 영역에 있을 때 비로소 올바로 주어집니다. 모든 인간 존재는 ‘주고 나누는 데서 오는 기쁨’과 ‘영원한 사랑에 대한 지각’을 가질 때 비로소 완전히 자유로워집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과연 얼마나 자유롭습니까? 이는 우리가 항상 고민해야 할 일생의 과제입니다.

 

[2024년 4월 21일(나해) 부활 제4주일(성소 주일) 서울주보 5면, 방종우 야고보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윤리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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