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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교회ㅣ기타

부온 프란조4: 요리사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의 만남 (하) 로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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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6-22 ㅣ No.672

[창간 34주년 기획 “부온 프란조(Buon pranzo)!”] (4) 요리사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의 만남 (하) 로마(Roma)에서


토스카나의 천재, 가시적 흔적 없이 3년 만에 로마 떠나

 

 

- 성 베드로 대성전 쿠폴라와 성상 조각들.

 

 

시뇨르 레오나르도 다 빈치, 안녕하십니까? 이탈리아 여행을 할 때 제일 먼저 도착하는 피우미치노 공항, 곧 ‘레오나르도 다 빈치 국제공항’! 당신 이름을 따서 지은 지금의 공항 이전엔, 프로펠러를 오른손에 든 발명가 레오나르도의 거대한 동상이 있었다네요. 2019년 당신의 사망 500주년을 기억하기 위해 공항 청사에는 당신의 발명 조형물이 전시되어 있더군요. 당신이 스케치한 비행기 모형과 공학적 설계도 등이 당신 이름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순간이었지요.

 

제가 가장 사랑하는 도시 로마에서, 피렌체 출신인 당신은 3년 동안 살았더군요. 피렌체 공화국의 막강한 가문인 메디치가 줄리아노 데 메디치(Giuliano de’ Medici)의 추천으로 레오 10세 교황(1513∼1521 재위, 줄리아노 데 메디치의 사촌 형)의 초대를 받은 당신은 1514년 9월 24일 로마에 도착했습니다. 바티칸의 아파트 벨베데레(Belvedere)에 묵었었지요? 아, 제가 걸었던 바티칸과 주변의 오래된 길도 당신이 걸었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감회가 새로워지더군요. 당신이 피렌체나 밀라노에서처럼 로마에서도 요리에 큰 열정을 표현했을까 상상하며 여기저기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만, 안타깝게도 없는 듯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브라만테(Donato Bramante)가 건축한 바티칸 사도궁 안의 벨베데레에서 요리할 수 없었겠지요. 로마에 도착했을 때는 당신 나이 60세가 됐으니, 젊었을 적 요리에 대한 열정이 식었을지도 모르고요.

 


로마에서 예술적 재능 펼치지 못하고 제외

 

당시 레오 10세의 전임 교황 율리오 2세가 가톨릭교회의 중심이 되는 바티칸에 가장 위대한 건축물 ‘성 베드로 대성전’(Basilica di San Pietro)을 1506년 4월 18일에 착공했지요. 당신이 머문 그 시기에 바티칸의 사방은 어지럽게 늘어놓은 건축물과 함께 인부들이 온종일 대리석을 쪼는 소리, 좌판을 벌인 기념품 상인들의 호객, 끓이거나 튀기는 길거리 음식 냄새로 정신이 하나도 없을 것 같습니다. 참, 그 사도궁 설계 공모에 라파엘로(Raffaello Sanzio)와 미켈란젤로(Michelangelo Buonarroti)도 참가했으나, 최종적으로 브라만테의 설계가 선택되었다지요? 피렌체에서와 마찬가지로 로마에서도 당신의 천재성이 꽃을 피우기를 교황과 더불어 많은 사람이 바랐을 텐데, 실제로 바티칸 건물들 장식이나 성 베드로 대성전 건축과 관련된 일은 당신에게 하나도 주어지지 않았지요. 당신이 무엇 때문에 로마에서 예술적 재능을 펼치지 못하고 제외됐는지 모르겠습니다.

 

-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꿈을 안고 고향을 떠나 로마로 온 당신은 “메디치가가 나를 망하게 했다”고 이를 갈았지요. 로마의 더위는 그때나 지금이나 가공할만한 더위라는 걸 저는 압니다. 9월의 더위도 8월의 무더위만큼이나 더운 데다가 목이 탈 만큼 힘겹게 해서 화가 치밀어 올랐을 당신을 생각하니 당신께 동정이 갑니다. 해서 당신이 발명한 음료, 오늘의 레시피가 될 아쿠아로사(Aquarosa) 한 잔을 시원하게 만들어 건네고 싶습니다.

 

 

수학과 과학 연구도 유효한 성과 없이 끝나

 

성 베드로 대성전의 건축비가 생각보다 많이 들고 교황청 재정에 위기를 초래한 1517년 우르비노 전쟁 등으로 급기야 레오 10세 교황은 대사(大赦, indulgentia) 판매를 승인함으로써 1517년 마르틴 루터가 대사 남발을 항의하는 서한과 논문(95개 조 논제)을 보낸 사건의 촉발이 됐습니다. 그야말로 가톨릭교회에 위기가 찾아온 것이었지요.

 

그때, 당신은 즉시 방향을 돌렸습니다. 자신의 예술적 가치를 알아주지 않는 상황에서 당신은 “내가 할 일은 수학과 과학 연구”라며 사씨아의 산토 스피리토 병원(Ospedale Santo Spirito di Sassia)에서 해부학 공부와 함께 에너지 생산을 위해 태양열을 물통에 전달하는 연소용 오목거울(Specchi ustorio)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실행하려 했으나, 유효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었지요. 다시 치비타베키아(Civitavecchia) 항구 재건과 폰티네 습지(Paludi Pontine) 개간을 건의했으나, 메디치가의 레오 10세 교황이 선종함으로써 모든 게 실행되지 못했더군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참회하는 성 예로니모’.

 

 

프레스코화 ‘아테네 학당’에 60세 얼굴 등장

 

1517년 당신은 3년여에 걸친 로마 체류를 중단하게 됐지요. 산토 스피리토 병원에서 해부학을 공부했던 게 당신이 주술을 쓰는 것으로 오해를 받아 익명의 고소를 당한 것이 원인이었지요. 얼마나 분하고 충격을 받았을지 상상은 됩니다. 로마에서 겪은 당신의 패배감이 상당했을 거라는 생각은 듭니다. 피렌체에서 가끔 마주쳤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은 바티칸 건축과 예술 담당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당신은 쓰라린 마음을 달래가며 “로마를 떠나자, 이탈리아를 떠나자”며 굳게 결심했던 것도 무리는 아니었겠지요. 당신의 열렬한 팬이었던 프랑스 프랑수아 1세 국왕의 손짓도 있었으니까요.

 

토스카나의 천재였던 당신은 로마에 가시적 흔적(작품)을 거의 남기지 않았지요. 바티칸 박물관 피나코테카(Pinacoteca)에 전시된 ‘참회하는 성 예로니모’(San Girolamo penitente)가 남았지요. 바티칸에 남은 유일한 당신의 미완성 그림이라고요? 그림 안에는 해부학 공부를 통해 배운 인간 신체를 신앙과 과학적 지식 사이의 이중적 공간을 잘 묘사했다고 들었습니다. 미완성의 이 그림은 몇 세기 동안 사라졌다가 1800년께 로마의 어느 상점에서 두 조각으로 나뉘어 하나는 의자의 등받이로, 또 하나는 테이블에서 쓰이다 발견되었으니 얼마나 극적입니까? 조르조 바사리(Giorgio Vasari)에 따르면, 당신이 로마에서 몇 점을 더 그렸다고 하지만, 정확하지는 않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현대의 우리는 60세였던 당신의 얼굴을 볼 수는 있습니다. 어디냐구요? 라파엘로가 당신 동의를 구하고 그렸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바티칸 박물관의 라파엘로의 방(Stanza di Raffaello)에 그려진 프레스코화 ‘아테네 학당’(Scuola di Atene)에서 당신 얼굴로 그려진 플라톤(Platone)을 보면 되니까요. 시뇨르 레오나르도, 당신을 만나 너무 행복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올여름, 저는 당신을 만나러 바티칸박물관으로 갑니다. 안녕히 계세요.

 

 

레시피 - 레오나르도의 여름 음료 ‘아쿠아 로사’(Aquarosa di Leonardo)

 

▲ 준비물 : 1ℓ 광천수(미네랄 워터), 레몬 2개, 4숟가락 설탕, 4숟가락의 말린 붉은 장미잎, 200㎖의 90도 알코올

 

→ 입구가 넓은 유리 물병에 미네랄 워터를 붓는다.

→ 레몬즙을 내 과육 없이 맑은 레몬즙을 물에 탄다.

→ 설탕과 장미잎 그리고 알코올을 부어 설탕이 잘 녹도록 젓는다.

→ 깨끗한 가제로 한 번 걸러낸다.

→ 물병에 담아 뚜껑을 닫은 다음 시원한 장소(그 당시는 냉장고가 없었기에), 어두운 곳에 적어도 3시간가량 둔다.

 

모니카의 팁

 

생수를 쓰면 된다. 설탕은 두 숟가락(우리의 밥숟가락) 더 넣어야 할 듯하다. 90도의 알코올을 구하기 어려워서 40도의 바카디(Bacard, 럼주)를 대신 넣었더니 품격 있는 칵테일 맛이 난다. 직접 키운 장미잎을 깨끗이 씻은 다음 오븐에 말려 사용했다.(시뇨르 레오나르도의 양해를 구했음) 참고로 바카디 럼주는 대형 마트에서 구하기 쉽다. 얼음 두어 조각을 넣으면 시원하게 마실 수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6월 19일, 고영심 모니카(디 모니카 di monica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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