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13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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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교회ㅣ기타

부온 프란조5: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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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6-29 ㅣ No.673

[창간 34주년 기획 “부온 프란조(Buon pranzo)!”] (5)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Michelangelo Buonarroti, 1475∼1564)


천재 예술가 미켈란젤로, 직접 장보며 ‘메뉴판’ 발명하다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미켈란젤로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영원한 도시’(Citt Etern) 로마로 유학을 떠났던 방년의 제가 처음으로 본 것은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전(Basilica di San Pietro in Vaticano) 안에 있는 당신의 ‘피에타(Piet)’였습니다. 알고 보니 당신도 약관의 나이, 저와 같은 나이에 로마로 오셨더군요. 24세인 당신이 피에타를 조각했다니 놀라웠죠. 가난하고 외로웠던 로마에서 피에타로 일약 스타가 되었더군요. 아, 고백할 게 있습니다. 당신의 피에타(Piet)를 친구들과 보러 갔는데, 한 친구가 성모의 얼굴이 아들 예수보다 젊은 것은 6살 때 미켈란젤로의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엄마를 그리워하며 조각했다는 것입니다. 미켈란젤로 선생님, 솔직히 오랫동안 저는 친구의 말을 곧이곧대로 지인들에게 말해 주었죠. 그런데 당신의 심오한 철학과 신학적 사색이 총체적으로 표현된 성모의 얼굴의 신비를 알게 된 후, 저는 당신의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천국의 얼굴을 대리석으로 표현한 ‘피에타’

 

“순결하신 어머니, 당신 아들의 딸이여, 겸손하시고 창조물 중에 가장 높으신 분!”(단테 「신곡」, 천국 편, 33장, 1) 단테! 당신은 단테의 이 구절로 성모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든 게 선명해지고 명확해졌음을 외칩니다. 아들 예수의 죽음을 끌어안고 오열하는 나이 든 어머니의 모습이 아닌, 조용히 관망하고 사색하는 하느님이신 아드님의 티 없으신 딸의 얼굴로, 당신은 카라라에서 직접 주문한 하얀 대리석을 정과 끌로 다듬어 나갔습니다. 흠결 없는 동정녀, 원죄 없이 잉태되신 어머니의 얼굴로 말입니다.

 

조르조 바사리(Giorgio Vasari)는 “천국의 얼굴을 대리석으로 표현했다”며 “기적이다. 짧은 기간에 인간의 손으로 거룩한 신성을 표현하다니! 시작은 아무것도 아닌 돌에 불과한 자연에 육체의 신성함을 입히다니!” 하며 그의 모든 예술의 힘이 다 표현된 작품이라고 그의 예술사에 기록했더군요.

 

미켈란젤로 선생님, 오늘은 역사적으로도 저 괄목할 만한 당신의 대작들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아주 흥미로운 사실을 적어보고 싶습니다. 알렉산데르 6세 교황 재위 당시 프랑스 주재 교황대사 장 드 빌레르 (Jean de Bilhres) 추기경의 피에타(Piet) 제작을 의뢰받고 나서 받은 거액 500두카티, 피렌체에서 레오 10세가 공모한 산 로렌초 성당의 정면 건축 공모에서 당선되었기 때문에 당신은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죠. 아울러 부친에게도 경제적 도움이 되었음은 물론이고요.

 

- 미켈란젤로의 ‘피에타(Pieta)’.

 

 

500년 전 메뉴 리스트가 ‘현대 메뉴의 조상’

 

자, 이제 화가이자 조각가, 건축가, 시인인 르네상스의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Michelangelo Buonarroti)의 일상생활에서의 식단 메뉴를 살펴볼 겁니다.

 

1518년 3월 18일, 피렌체! 토요일, 43세의 당신은 장을 보러 나갈 준비를 합니다. “아, 주방에 필요한 게 뭔지 목록을 적어야겠군. 넉넉히 한 주 동안 먹을 걸 사야 되겠지만, 건강한 먹거리가 보인다면 무조건 사야겠고 말이야.”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거울에 비친 이 빨간색 베레모의 멋쟁이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패션에 늘 뒤졌던 당신은 이제 좀 경제적 여유가 있으니 좀 차려입을까 하다가 포기를 하죠. “에이, 좀 있다 카라라에서 온 대리석을 만질 텐데 대충 입지.” 게다가 기를란다이오(Domenico Ghirlandaio) 공방에서 친구가 얼굴 정면을 가격하는 바람에 당신의 코뼈가 부러졌고, 그 친구의 작품이 당신 얼굴에 영원히 남아 삐뚤어진 코로 평생 살아가게 되었다니, 누굴 탓하겠습니까? 당신의 천재적인 예술성을 탓해야지요. 죄송합니다, 쓰라린 추억을 들춰내서요. 암튼 멋 부리고 싶어도 멋이 안 나던 당신을 그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

 

장을 봐야 할 리스트를 적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 시대엔 종이가 귀하기 때문에 친구가 보낸 편지의 뒷면을 이용하였죠. 갈색 잉크로 메뉴를 나눠 쓰고 그 옆엔 그림으로 그렸죠. 스케치는 같이 일하는 인부들이 글을 읽을 줄 모른다는 걱정으로 그렸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거장 예술가의 인간적인 면이 드러납니다. 미켈란젤로 선생님, 500년 전의 당신의 이 메뉴 리스트가 ‘현대 메뉴의 조상’이라고 해도 되겠습니까?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냅킨’을 발명했다면, 당신은 ‘메뉴판’을 발명하신 거네요?

 

자, 구체적으로 당신의 메뉴 분석에 들어가겠습니다.

 

 

사순 시기 ‘미켈란젤로식 다이어트 식단’

 

매일 아침, 점심 그리고 저녁 셋으로 나누어 선을 그어 적어 놓았더군요.

 

첫 번째 메뉴- 빵 두 조각, 1ℓ의 포도주, 청어, 토르텔리(Tortelli, 만두형 파스타) : 가장 단순한 메뉴이군요. 아마 미켈란젤로 당신을 위한 메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상당한 육체적 노력을 요구하는 조각가이지만, 절제된 메뉴입니다.

 

두 번째 메뉴- 소금에 절인 두 가지 생선, 빵 네 조각, 두 가지 종류의 포도주(한 종류는 생선, 한 종류는 토르텔리를 위한 포도주), 익힌 시금치 한 접시 : 더 신경을 쓰셨습니다. 당신을 위한 메뉴가 아니라 더 많은 사람, 아마도 4명을 위한 메뉴로 추측됩니다.

 

세 번째 메뉴- 빵 여섯 조각, 피노키(Finocchi, Fennel, 회향(茴香)이라는 채소), 수프 두 그릇, 청어, 포도주 한 주전자 : 피노키 수프가 나오는군요. 아마 미켈란젤로 당신은 육류보다 생선을, 향과 섬유질이 풍부한 피노키로 만든 담백한 수프를 선호한 듯하군요.

 

미켈란젤로 선생님, 육류가 없는 걸 보니 아마 당신이 이 메뉴를 쓴 3월 15일경은 사순 시기였겠죠? 그해 부활 대축일은 4월 4일이었다고 하니까요. 저는 이 메뉴를 보며 ‘미켈란젤로식 다이어트 식단’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미켈란젤로, 당신은 식재료에 대한 비용도 아끼고, 또 과식하지 않았기에 89세까지 장수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냉장고가 없던 그 시기에 주로 토요일 장을 보고, 될 수 있으면 제철 채소로 식단을 마련했던 당신의 지혜에 머리를 숙이게 됩니다. 채우고 또 채우는 현대인의 냉장고를 보시면 기겁을 하실 것입니다. 또 함께하는 식탁을 중요하게 생각하셨더군요. 빵의 양을 보고 알았습니다.

 

미켈란젤로 선생님, 당신이 좋아하는 피노키 수프를 만들어 보려 했으나 여긴 파는 곳이 별로 없답니다. 그래서 첫 번째, 두 번째 메뉴에 있는 토르텔리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토스카나식 토르텔리도 맛있지만, 저의 토르텔리 맛도 꽤 괜찮습니다. 미켈란젤로 선생님, 당신이 저랑 24세 같은 나이에 로마에 도착한 인연, 심지어 단테(Dante Alighieri)도 같이 좋아하니, 보통 인연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선생님의 또 다른 면을 보았고, 또 함께해서 행복했습니다. 로마에서 뵙겠습니다.

 

 

레시피 - 양배추를 넣은 토르텔리(Tortelli)

 

▲ 준비물 : 생면 반죽(100g 중력 밀가루에 달걀 1개로 반죽), 양배추(두꺼운 줄기는 도려내고 얇은 잎만), 마늘 1개, 올리브유 두 큰술, 소금, 후추, 파르마산 치즈 가루

 

→ 생면 반죽을 우리의 만두피처럼 얇게 밀어 동그란 병이나 뚜껑으로 찍어 낸다

→ 팬에 올리브유를 넣고 마늘을 납작하게 눌러 황금색이 되도록 약간 약한 불에 마늘 기름을 만든 다음, 마늘을 건져낸다.

→ 다듬은 양배추를 송송 썰어 센 불에 볶는다.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 다음 커터기로 살짝 간다. 식힌 후, 파르마산 치즈를 2~3스푼을 넣고 비벼 놓는다.

→ 동그란 피에 우리의 만두소처럼 적당량을 가운데에 올리고 분무기로 가장자리에 물을 살짝 뿌린 다음, 반을 접고 꼭꼭 누른 다음 양쪽 끝을 붙인다.

→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완성된 토르텔리를 삶는다. 떠오르면 익은 것이다.

→ 이탈리아 북부나 중부 토스카나의 방식대로 버터를 녹여 살비아(Salvia) 두어 잎을 넣고 토르텔리를 버무린다.

 

모니카의 팁

 

버터를 쓰지 않고, 볼에 올리브유와 약간의 소금, 후추 그리고 작은 생마늘(향만 이용하고 건져냄)에 건져낸 토르텔리를 버무리면 더 담백하고 맛있다. 양배추 대신 버섯을 대신 써도 좋다.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6월 26일, 고영심(모니카, 디 모니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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