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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부활 제3주간 목요일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영성ㅣ기도ㅣ신앙

[신앙] 비대면 시대 올바른 신앙생활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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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04-14 ㅣ No.1575

[비대면 시대 신앙인으로 산다는 것] 비대면 시대 올바른 신앙생활에 대하여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유행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벌써 1년이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온 인류를 위협하는 바이러스의 공격은 인간의 방어를 조롱하듯 변이를 거듭하며 멈추질 않고 있습니다. 보이지도 않는 이 작은 미생물 때문에 교회도 작년 사순 시기와 주님 부활 대축일에 유래없던 미사 중단 사태를 경험하였습니다. 지금도 방역 수칙에 따른 인원 제한으로 신자들의 신앙생활은 여전히 어렵고 혼란스럽습니다. 팬데믹 시대를 보내며 교회는 부득이하게 방송이나 유튜브 등을 이용해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돕고자 하지만, 신자들은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의 낯선 환경에서 신앙생활을 유지하며 다양한 질문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례없는 사태 앞에서 사목자들도 적절한 답을 찾지 못해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성사에 대한 본질적 이해를 통해 수없이 던져지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사의 중요성

 

성체 성사는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원천이며 정점’(『교회헌장』, 11항)입니다. 성체 성사에서 교회의 모든 성사가 흘러나오고 반대로 교회의 모든 성사는 성체 성사를 지향한다고 하겠습니다. 성체 성사를 통해 건네지는 ‘생명의 빵’은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라고 하신 주님 약속이 이행되는 최상의 주님 현존 방식입니다(교황 요한바오로2세 교서, <주님 저희와 함께 머무소서>, 12쪽). 성체 성사를 통해 주님은 우리 안에 현존하시면서 우리를 양육하시고 성장시키시며 온 인류를 구원으로 이끄십니다. 그러기에 교회는 미사 전례를 통해 하느님의 온 백성과 함께 성체 성사를 거행함으로써 그리스도와 한 지체를 이루며 그리스도의 몸을 드러냅니다(『전례헌장』, 24항 참조). 그야말로 ‘교회는 성체성사로 사는 것입니다.’(교황 요한바오로2세 회칙, 『Ecclesia De Eucharistia』 참조)

 

문헌에서 보는 바와 같이, 주님을 믿는 하느님 백성이 미사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성찬례를 통하여 공동체가 일치와 친교를 이루는 것은 교회의 핵심적이고 필수불가결한 것입니다. 따라서 방송이나 유튜브 등 가상의 방식으로 신자들이 참여하는 것은 직접 미사에 참례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고 대체할 수도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서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서 머무른다.”(요한 6,56)라고 하셨지요. 현대사회의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수단들이 교회 전례에 직접 참례할 수 없는 상황의 사람들에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칫하면 우리 가운데 강생하신 하느님과의 인격적이고 친밀한 만남을 멀어지게 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바이러스 전염의 위험으로부터 교회의 집회가 어느 정도 자유로워지면 당연히 믿음의 형제자매들은 교회 공동체로 돌아와 친교를 이루고 주님의 성찬으로 사랑과 희망을 나누는 신앙생활을 회복해야 할 것입니다(교황청 경신성사성, <기쁘게 성찬례로 돌아갑시다!> 참조).

 

코로나19 시대의 비대면 미사

 

신자들의 성찬례 참례는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이 중요한 일이지만, 교회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신자들의 인원을 제한하며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여 교구별로 온라인을 통한 영상으로라도 신자들의 영적 유익을 위해 미사에 함께하도록 한시적으로 허용하고도 있습니다. 또한 비대면 미사로 영성체를 직접 하지 못하더라도 영성체 시간에 ‘신령성체 기도’를 정성껏 바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은 “신령성체는 성찬례에서 예수님을 실제로 모시는 것처럼 그분을 사랑으로 품으려는 열망”이라고 하셨다지요. 어쩌면 우리의 내적 태도를 보시는 하느님께서 오히려 성사생활이 어려운 시기에 영상으로라도 함께하고자 하고 영성체를 갈망하는 그 정성을 어여삐 여기시리라 생각됩니다.

 

그러기에 비대면 미사를 단순히 TV나 유튜브 시청하듯 주일 미사 의무를 때우기 위해 성의 없이 보거나 다른 일을 하면서 보는 행위는 성체 성사의 의미를 훼손하고 신앙으로부터 멀어지게 할 수도 있습니다. 한시적이지만 교구에서 비대면 미사를 권고하는 경우, 직접 미사 참례가 불안하고 어려운 상황이라면 혼자 혹은 가족과 함께 마치 성전에서 미사 참례하듯 교회 가르침에 따라 예를 갖추고 정성을 다해 미사에 함께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생방송 미사가 아니더라도 재방송이나 유튜브 다시보기를 통해 적절한 시간에 미사를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린 대로 예의와 정성을 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외에도 방송이나 선호하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어떤 미사든 볼 수 있지만, 소속 본당에서 미사를 중개할 경우 가능하면 본당의 사목자와 공동체가 드리는 미사에 함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됩니다. 이런 경우 본당의 전달사항 등 사목자와의 지속적인 소통이 가능하고 해당 공동체의 소속감을 계속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아울러 미사 참례를 못하게 되어 헌금 봉헌도 어렵다면 정성껏 모아서 적절한 때 본당에 감사헌금 등으로 봉헌할 수 있고 가난한 이들을 위해 직접 기부해도 좋을 것입니다.

 

코로나19 시대의 신앙생활

 

‘교황청 경신성사성’은 신자들이 미사에 참석할 수 없는 제대와의 거리두기 시기를 ‘공복재의 시간’이라 칭하면서 이 시기가 성찬례의 필수적인 중요성, 아름다움, 헤아릴 수 없는 소중함을 재발견하는 때라고 하였습니다(교황청 경신성사성, <기쁘게 성찬례로 돌아갑시다!> 참조). 사실 성찬례뿐 아니라 우리는 코로나 이전의 모든 신앙활동들을 추억하며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잠시 멈춤’의 시간을 주시면서 우리 신앙을 다시 돌아보고 성찰하며 쇄신할 시간을 허락하신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이 긴 멈춤의 시간에 자신의 신앙생활의 현주소를 더 절실하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신앙생활이 피동적이고 내면화되지 못한 사람일수록 성찬례를 비롯한 교회의 성사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자신을 발견할 것입니다. 그저 마지못해 의무적으로 참례하던 미사, 형식적인 고해 성사, 친목 모임에 불과한 단체 활동, 기도와 희생 없는 봉사활동 등 개개인의 신앙생활 현주소는 교회 활동이 멈춘 시대를 살며 신앙에 무감각해 있는 자신의 모습을 통해 여실히 드러날 것입니다.

 

따라서 멈춤의 시간은 신자들에게 보다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신앙생활을 요구합니다. 비록 미사에 참례할 수 없다 하더라도 미사의 중요성과 그 의미를 깨닫고 성체 성사가 지향하는 그 정신을 살고자 노력하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제정하신 성체 성사는 예식 그 자체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향해 있습니다. 성체 성사의 완성은 이웃과 세상을 향한 우리의 사랑과 희생을 통해 실현됩니다. 따라서 이런 위기의 시대에 신앙인으로서 이웃과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숙고하고 동참하는 것이 성체 성사의 의미를 사는 것입니다. 사회적 고통의 시기에, 더 큰 어려움에 처한 이웃은 없는지 살피고 그들을 돕고 나누는 행위가 성체 성사의 삶인 것입니다.

 

전염병 확산의 시대에 사회적 거리두기는 이웃과 멀어지는 시간이 아닙니다. 오히려 가정과 이웃의 소중함을 발견하고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관계를 만들어가는 시간입니다. 마찬가지로 멈춤의 시간이 신앙의 휴식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성찬의 충만한 은혜를 그리워하며 그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재발견하는 시기입니다. 번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고요와 침묵 속에서 주님과의 관계가 더 깊어지고 신앙이 성숙하는 ‘피정의 시간’인 것입니다. 또한 가족 기도, 성경 읽기와 나눔, 묵주기도, 영적 독서 등 그동안 소홀했던 개인의 영성생활을 스스로 회복하는 시간입니다.

 

그 관점에서 본다면 무엇이 올바른 신앙생활이며,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야 하는가 하는 많은 신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은 자명해집니다. 신앙생활의 어떤 형식보다 참다운 신앙인의 삶을 회복하고자 하는 우리 자신의 내적 태도에 모든 답이 들어있을 것입니다.

 

* 전원 - 서울대교구 소속 사제로 현재 도봉산성당 주임을 맡고 있다. 저서로 『겨자씨에게 하늘 나라를 묻다』 『말씀의 빛 속을 걷다』 등이 있다.

 

[생활성서, 2021년 4월호, 전원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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