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13일 (토)
(녹) 연중 제19주간 토요일 어린이들이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마라. 사실 하늘 나라는 이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

영성ㅣ기도ㅣ신앙

[영성] 무너져가는 집을 복구하여라29: 공동의 집 재건을 위하여 (1) 생태적 회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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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6-22 ㅣ No.1828

[무너져가는 집을 복구하여라!] (29) 공동의 집 재건을 위하여 ① 생태적 회심


팬데믹과 기후 위기, 인간 각자의 ‘생태적 회심’ 촉구

 

 

- 기후위기로 인해 50℃를 넘는 폭염이 지구 곳곳에 덮치고 있다. [CNS 자료 사진]

 

 

우리는 3년째 지속되는 팬데믹으로 고통받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 기세가 주춤하는 것 같지만 언제 종식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전 세계적으로 수천만 명이 목숨을 잃거나 감염 후유증 때문에 고초를 겪었고, 일상생활의 통제를 받아야만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코로나에 맞서 불철주야로 악전고투한 수많은 의료진과 백신 연구자, 여러 분야에서 방역을 책임지거나 희생을 감수하며 방역에 협력한 이들 덕분에 사상자가 이 정도에서 멈춰 섰다는 것뿐이다. 사실 바이러스는 인류 역사 이전부터 존재했다. 따라서 우리에게 문제가 되는 건 바이러스의 유무가 아니라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창궐하는 것이다.

 

「바이러스 폭풍의 시대」의 저자 ‘네이션 울프’는 급증하는 신·변종 바이러스의 세계적인 창궐 원인을 3가지로 꼽았는데, 첫째는 밀림개발, 둘째는 가축 사육의 증가, 셋째는 교통발달에 따른 일일생활권 시대로의 진입이라고 했다. 다시 말해 야생동물들이 밀림개발로 세상 밖으로 밀려나오고, 인간이 가축을 키우면서 바이러스와 접촉이 잦아졌으며 그 바이러스가 비행기 등의 교통수단을 통해 하루 만에 온 세계로 퍼진다는 것이다.

 

 

기후 변화의 위태로운 상황 알리는 징후

 

팬데믹의 충격이 아직 가시지도 않았는데, 기후 변화의 위태로운 상황을 알리는 징후는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펄펄 끓는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50℃에 근접하는 살인적인 폭염이 작년 북미 지역에 이어 올해는 인도 지역을 휘몰고 있다. 그리고 세계 한쪽에선 홍수로, 다른 쪽에선 최악의 가뭄이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그야말로 기후변화가 초래할 파국적 재앙의 예고편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난해 온실가스를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계속 배출한다면 20년 안에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는 높아질 거라는 비관적 보고서를 내놓았다. 1.5℃는 파국을 막기 위한 마지노선이다. 과학자들은 이를 지킬 수 있는 시간이 7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경고한다. 자연에 대한 약탈적인 태도가 무책임한 개발과 자원의 남용으로 이어지고 그로 말미암아 ‘팬데믹’과 ‘기후위기’가 초래되었다. 지난 200년 동안 산업화라는 미명하에 빠른 속도로 ‘공동의 집’인 지구를 착취하고 학대하며 치명적인 상처를 입힌 결과다.

 

하느님께서는 ‘팬데믹’과 ‘기후 위기’의 표징을 통해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내시는 걸까? 우리는 이러한 메시지에서 어떤 의미를 읽어내고 실천해야 하는가? 우선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르톨로메오 총대주교의 말을 인용하며, “우리가 피조물에 대해 저지른 죄를 인정할 것”을 촉구했다. “인간이 생물 다양성을 파괴하고, 기후 변화를 일으키며, 자연 삼림과 습지를 해치고, 물· 흙·공기·생명을 오염시키는 것은 모두 죄가 됩니다.”(「찬미받으소서」 8항) 피조물을 파괴하는 것은 자연을 “일구고 돌보라”(창세 2,15)는 사명을 주신 하느님을 거스르는 죄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교황은 우리 모두가 그동안 피조물에게 저지른 죄를 인정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생태적 회심(ecological conversion)’을 해야 한다고 했다. 생태적 회심은 “예수 그리스도와의 만남의 결실이 하느님과 이웃과의 관계 변화뿐 아니라 세상과의 관계까지 온전히 드러나도록 하는 것을 의미”(217항)하는 것으로 성덕 생활의 핵심이기도 하다.

 

 

세례의 은총으로 ‘생태적 회심’한 농부

 

나는 ‘생태적 회심’를 한 어느 농부와의 인연을 9년째 이어오고 있다. 그는 상주에서 45년간 줄곧 사과농사를 지으며, 25년 전에 고향에 있는 성당에서 세례를 받았다. 세례받기 전 그는 잡초 제거와 병해충 방제를 위해 제초제와 살충제를 투여하며 ‘관행적인 농법’으로 사과농사를 해왔다. 많은 소출을 내고 단맛을 증가시키기 위해 품종 개량을 하다 보면 사과나무 자체가 병해충에 취약해진다. 이런 현실에서 농약을 투여하지 않고 농사를 짓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는 세례를 받고 나서 그 은총으로 ‘생태적 회심’했다. 즉 ‘누군가가 먹어야 할 음식에, 그리고 하느님이 창조하신 여러 유기물이 살아 숨 쉬는 토양에 치명적으로 작용하는 제초제를 절대 사용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또 일반 살충제라 하더라도 생산을 망치지 않을 만큼의 최소량만 사용하기로 했다. 그 결과, 곧바로 시련이 찾아왔다. 사과 소출이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최소량의 농약으로 병충해를 방제하다 보니 사과 상품성이 떨어졌다. 또 방대한 사과밭의 잡초를 제초기를 통해 손수 제거하는 일은 그야말로 십자가의 길이었다. 지금 그 사과나무들은 새로운 농법에 적응하여 소출도 이전 수준을 회복하였고, 사과 역시 사람들에게 영양 만점인 건강한 제품으로 사랑받고 있다. 세례의 은총으로 ‘생태적 회심’에 이르고 그에 따르는 십자가를 마다치 않으신 그 농부가 참으로 존경스럽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공동의 집’의 재건을 위해서 우리도 각자의 처지에서 ‘생태적 회심’을 해야 한다.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6월 19일, 김평만 신부(가톨릭중앙의료원 영성구현실장 겸 의과대학 인문사회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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