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13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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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13: 인천교구 갑곶순교성지와 일만위 순교자 현양동산 · 동검도 채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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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6-27 ㅣ No.864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 (13) 인천교구 ‘갑곶순교성지’와 일만위 순교자 현양동산 · 동검도 채플


비밀리에 선교사들 입국하던 강화도 곳곳엔 신앙 선조 흔적이…

 

 

- 갑곶순교성지 성당 외부 전경.

 

 

우리나라 곳곳에는 그리스도교 신앙과 관련된 성지나 순교 사적지, 순례지가 있다. 100년 이상의 박해를 받으면서 교우들이 신앙생활을 위해 전국으로 흩어졌고, 그 결과 이처럼 유서 깊은 장소가 많이 생겼다.

 

성지나 순례지를 방문하면 지금 우리의 믿음이 신앙 선조들의 고귀한 희생을 통해 전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강화도는 수도 방어의 요충지로서 고려 시대부터 외세와 자주 충돌한 역사의 현장이다. 또한 그리스도교 신앙과 관련된 성지와 사적지가 자리 잡고 있다. 강화도가 천주교와 특별한 인연을 맺은 것은 1839년 기해박해를 겪으면서부터다. 그동안 천주교 신앙 유입의 통로는 육로였지만, 감시가 심해지자 해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강화도 갑곶 해안은 선교사들이 비밀리에 입국한 중요한 통로 역할을 하였다. 1845년 5월 김대건 신부(안드레아· 1821~1846)는 선교사를 비밀리에 입국시키는 해로를 개척하기 위해 서울 마포를 떠나 갑곶 앞바다로 간 적도 있다.

 

병인양요(1866년)와 병인박해로 강화도에서도 많은 교우들이 순교하였다. 1868년 프랑스 선교사를 입국시키는데 협력한 최인서(요한), 장치선(성 장주기 조카)과 박서방(박순집의 형), 조서방 등이 강화도 병영지 진무영(鎭武營)으로 호송되어 순교하였다. 진무영은 해상 경비의 임무를 맡았던 군영이며, 동시에 신자들의 처형지이기도 하였다. 1871년 미국이 강화도를 공격하면서 신미양요가 일어났는데 이때 미국 함대에 왕래한 최순복, 박상손, 우윤집 등이 갑곶 진두에서 순교하였다.

 

김포와 연결된 강화대교를 건너면 갑곶돈대 유적지가 있고 그 옆에 ‘갑곶순교성지’가 있다. 인천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는 교우들이 신앙의 뿌리인 순교 신심을 본받으며 그리스도인으로서 충실히 살도록 하기 위해 여러 성지와 순례지를 조성했는데 갑곶순교성지도 그 가운데 한 곳이다.

 

갑곶순교성지에는 기념성당과 지하성당, 영성센터, 작은 도서관이 잘 꾸며져 있다. 성지 동산에는 신미양요 때 순교한 세 명을 기리는 순교자 삼위비석, 십자고상, 십자가의 길이 있다.

 

특히 동산의 십자고상 아래에는 순교자들의 시신을 거두어 안장하고 기록한 박순집(베드로, 1830~1911)의 묘소가 있다. 신앙의 증거자인 그는 순교자들의 유해를 모시는 일에 평생을 바쳤다. 새남터와 서소문 밖에서 순교한 수많은 순교자의 유해를 목숨을 걸고 찾아 안장하면서 그들의 행적을 증언하였다. 또한 그는 1890년 인천 제물포로 이주해 전교 활동에 힘쓰며 인천교구의 발전에 초석이 되었다. 많은 순교자의 행적 증언자이며 인천교구 역사의 증인인 박순집 유해를 성지 동산에 2001년 이장하였다.

 

 

- ‘일만위 순교자 현양동산’의 순교자 현양탑 전체 모습.

 

 

갑곶순교성지에서 나와 강화도 내가면으로 가면 ‘일만위 순교자 현양 동산’이 있다. 이 동산은 ‘바다의 별 청소년 수련장’ 뒷산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전 인천교구장 최기산 주교(보니파시오·1948~2016)는 2002년 강화도에 ‘일만위 순교자 현양동산’을 조성하여 한국의 순교자들, 특히 무명 순교자께 봉헌하였다.

 

이곳은 성지가 아니라 순례지로서, 숲 속에서 천천히 걸으며 고요히 기도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마치 박해 시대에 교우들이 깊은 산 속에 들어가 살았던 것처럼 이 동산도 첩첩산중에 있다. 혹독한 박해시기에 우리나라에서 순교한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는 기록이 많지 않아 정확히 알 수 없다. ‘일만위’라는 숫자는 많은 사람이 순교했다는 것을 말한다. 무수한 순교자 가운데서 1984년에 103위 순교자가 성인 반열에 올랐으며 2014년에 124위 순교자가 시복됐다. 그리고 오늘날에도 순교자들에 대한 행적을 조사하여 시복시성을 추진하고 있다.

 

순교자 현양동산은 순교자성당과 성 남종삼 기념관(경당), 일만위 순교자 현양탑, 무명순교자상, 묵주기도 동산, 성모동산, 십자가의 길로 이루어졌다. 성 남종삼기념관 경당의 제단 앞에는 1866년 서소문 밖 네거리에서 순교한 남종삼 성인(요한·1817~1866)의 유해 일부가 모셔져 있어서 공경하며 기도할 수 있도록 하였다. 순교자 현양동산은 개인이 조용히 기도하며 자신의 내면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하여 ‘침묵의 순례지’라고도 불린다.

 

현양동산 중턱의 ‘일만위 순교자 현양탑’(조광호 신부 제작)에서는 순교자들과 예수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 때문에 목숨을 바친 순교자들이 주님과 함께 영원한 생명으로 부활했다는 것을 상징하는 형상이다. 현양탑 아래에 있는 두 개의 아치형 문은 우리를 하느님 나라로 초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동산의 높은 곳에는 돌로 제작한 ‘무명 순교자상’이 있다. 무릎을 꿇고 고개를 내밀어 참수형을 당하면서도 신앙을 굳건히 지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강화도에는 이 외에도 인천가톨릭대학교가 자리 잡고 있으며 곳곳에 여러 수도원이 둥지를 틀고 있다. 특히 올해 4월에는 강화도 남동쪽에 있는 작은 섬, 동검도에 하얀 채플(chapel)과 채플 갤러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제이며 화가인 조광호 신부(시몬·1947~)가 새로운 건축 양식과 유리화로 표현한 아름다운 작품이다. 동검도는 조선 시대 강화도와 한강으로 들어가기 위한 ‘동쪽 검문소’란 뜻이다.

 

7평 규모의 동검도 채플에서는 갯벌 너머로 마니산과 초피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동검도 채플은 종교를 초월하여 모든 사람이 잠시 머물며 쉬면서 기도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며 영혼의 쉼터다. 이곳에서 하느님의 창조물인 자연과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 동검도 채플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위로의 선물을 안겨준다. 작은 경당이 주는 큰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아름답고 거룩한 곳이다.

 

동검도 채플 외부 모습.

 

 

■ 갑곶순교성지

 

주소: 인천시 강화군 강화읍 해안동로 1366번길 35

전화: 032-933-1525

미사: 주일·토요일 오전 11시·오후 4시,

평일 오전 11시

 

■ 일만위 순교자 현양동산

 

주소: 인천시 강화군 내가면 고비고개로 741번길 107(바다의 별 청소년 수련원 내)

전화: 032-932-6353

미사: 주일·토요일 오전 11시

개방시간: 오전 8시30분~오후 5시

 

■ 동검도 채플·채플 갤러리

 

주소: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동검리 245

미사: 주일 11시

개방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월요일 휴무)

 

[가톨릭신문, 2022년 6월 26일,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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