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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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리

사회교리 해설: 기쁠 때도 슬플 때도 함께 연대성의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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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12-04 ㅣ No.2963

[이주형 신부의 사회교리 해설] “기쁠 때도 슬플 때도 함께” 연대성의 원리

 

 

안젤라 : 단장님, 제가 간추린 사회교리를 보다가 연대성의 원리를 봤는데, 그건 어떤 건가요? 그냥 단순히 보면 서로 함께하고, 협력한다는 뜻 같은데요?

마리아 : 저도 그렇게 알고 있어요, 우리 요한 신부님한테 한번 물어볼까요?

 

 

알아보기 – “콩 한 쪽도 나누어 먹는다!” 연대성의 원리

 

간추린 사회교리 192항부터 196항은 ‘연대성의 원리’(the Principle of Solidarity)에 대해 설명합니다. 연대성의 원리는 타고난 사회적 본성이며, 상호 의존과 관계의 형성, 평등한 존엄과 권리를 바탕으로 한 일치를 향한 노력이라고 설명합니다.(192항) 한마디로 “친한 친구와 콩 한 쪽도 나누어 먹는다.”라는 옛 속담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께서도 친한 친구가 있으시지요? 함께 식사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돕고 사는 그런 친구 말입니다. 그는 내가 평소에 신세를 지기도 하고, 나도 그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그런 소중한 존재이고 멀리 떨어져 있어도 늘 가까이 있는 사람입니다. 돌이켜보면 그에게 빚을 진 것처럼 고맙고 그래서 감사하기에 나도 그를 위해 내 것을 기꺼이 내놓을 수 있습니다! 그런 친구와 나누는 우정은 매우 각별하지 않겠습니까?

 

연대성은 단순히 함께한다는 차원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런 각별한 형제애나 우정을 나누는 것을 뜻합니다.

 

 

심화하기 – 연대성의 원천인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용서

 

하지만 연대성은 친한 사람들하고만 나누는 우정을 뜻하지 않습니다. 간추린 사회교리에서는 연대성의 원리를 훨씬 더 깊게 복음적 시각 안에서 풀이합니다.

 

연대성의 원리는 자기를 잃는 각오로 공동선에 투신하겠다는 항구한 결의(193항)이며 우리 시대의 모든 사람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인식을 기를 것을 요구한다.

 

그 인식의 원천은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기인한다. (196항)

 

가톨릭 사회교리가 강조하는 연대성의 특징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이 연대성의 원천이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셨고, 십자가 위에서조차 그들을 용서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말씀은 연대성을 용서와 화해, 적대자와 원수마저도 포용하는 차원에서 생각하게 합니다.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 죄인들도 그것은 한다.”(루카 6, 32; 마태 5,46) 라는 말씀처럼 연대성은 나와 친한 사람, 친구나 지인과 국한된 우정이 아닌 세상의 모든 사람, 나아가 적대자마저 포함합니다. 또한 연대성의 본질은 용서와 화해입니다.

 

 

사회교리의 가르침

 

세상과 사회에 대한 가르침을 담은 가톨릭 사회교리는 하느님 말씀에 비추어 모든 것을 바라보며 인간과 세상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합니다. 연대성은 그 길에 있어서 우리가 모두 형제요 자매이며, 서로가 서로에게 빚을 지고 있고, 좋은 일만이 아니라 부정적인 결과와 불행까지도 함께 책임을 져야 함이 필요하다고 합니다.(195항) 참된 성숙함이란 무엇일까요? 기쁠 때 함께 웃어주는 것만이 아니라 어려울 때도 돕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연대성의 원리입니다. 만일 이런 연대성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메마르고 황량한 사막과 같을 것입니다.

 

함께 할 때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이뤄낼 수 있고, 역경도 이겨내며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합니다.

사진은 어린이들과 함께 하는 모습입니다.

저 역시 아이였던 적이 있었고요,

많은 분의 도움으로 오늘의 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어린이들을 보며 연대성의 원리를 더 깊이 생각해 봅니다.

어린이 사도직 친구들과 창경궁에서(2021. 9. 26)

 

 

레지오의 가르침 – 모든 이의 일치를 향한 레지오의 노력

 

레지오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마태 6, 33) 찾는 일, 즉 영혼들을 위하여 직접적으로 하는 일에 전적으로 투신한다. 그러나 레지오는 “이에 더하여” 주어진 그 밖의 것들, 예를 들어, 자신이 사회적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제12장 레지오의 외적 목표, 3. 모든 이를 하나로 만드는 일)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말이 참 많이 돌았습니다. 각박한 현실을 반영하는 표현이지요. 하지만 사람이 혼자서 살아갈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고, 본성적으로 서로 돕고 의지하고 사랑하며 살아갈 때 성장하고 행복을 느끼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혼자만의 힘으로 산다고 스스로 위로하고 비정한 세상을 비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혼자가 아니며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들입니다.

 

연대성은 콩 한 쪽도 나누어 먹는다는 이야기를 아득히 넘어섭니다. 정녕 우리가 친한 친구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이들과 협력하고 친교를 나눌 때 우리 사회는 건강해집니다.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은 그러한 일치를 위해 불림 받은 성모님의 군사들입니다.

 

나자렛 예수님께서는 연대와 애덕의 관계를 모든 사람 앞에 밝게 비추어 주심으로써 이 관계의 온전한 의미를 밝혀 주신다. “신앙에 비추어 볼 때에, 연대성은 그 자체를 초월하여, 전적인 무상성, 용서, 그리고 화해와 같은 각별히 그리스도교적인 차원을 띠고자 한다.”<간추린사회교리 196항>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1년 12월호, 이주형 세례자 요한 신부(서울대교구 성서못자리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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