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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성당 이야기58: 레요낭 양식, 후기 고딕의 시작 - 생드니 대성당(2차 증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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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09-07 ㅣ No.810

[성당 이야기] (58) 레요낭 양식, 후기 고딕의 시작


생드니 대성당(2차 증축) Basilique royale de Saint-Denis

 

 

고딕 성당에서 구조적 유기성의 주요 요소인 ‘수직성과 경량화’는 성당의 궁극적 목적이면서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빛’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어두웠던 로마네스크 성당을 빛으로 가득 채우기 위해서 성당은 창의 면적을 늘리며 높아져야 했습니다. 수직성과 경량화는 서로 모순되었지만 구조적 유기성으로 극복되었고, 성당은 빛(그리스도)의 집(성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미앵 대성당은 직접 들어오는 빛의 양을 더 늘리기 위해서 클리어스토리와 트리포리움을 확대하고 아케이드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그동안의 구조 체계에 변화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아미앵 이후의 성당들은 변화된 구조 체계를 받아서, 창을 분할하는 랜싯과 오쿨루스 그리고 바트레이서리에 집중하게 되었고, 원형창이 발달하면서 다양한 문양을 띠게 되었습니다. 그중에서 주를 이룬 문양이 방사상(放射狀)이어서 이 양식을 ‘레요낭’(rayonnant)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수도원장 쉬제가 12세기 초 웨스트워크의 전실 부분과 이스트엔드의 성가대석을 증축하면서 고딕 양식을 시작한 생드니 대성당은, 백 년이 지나 네이브를 중심으로 2차 증축을 하면서 또 한 번 새로운 양식인 레요낭을 선보입니다. 생드니의 네이브월은 대응 기둥이 바닥에서부터 천장까지 끊기지 않고 올라가는 전성기 고딕의 구조 체계를 갖고 있습니다. 여기에 클리어스토리는 세 개의 오쿨루스에 네 개의 랜싯으로 구성되었고 트리포리움 역시 네 개의 랜싯으로 분할되면서, 대응 기둥의 도움을 받아 트리포리움과 클리어스토리는 연속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레요낭 양식의 특징인 두 공간의 일체감은 네이브월이 3단이 아니라 2단으로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전성기 고딕에서는 클리어스토리를 통해 직접 들어오는 빛과, 여러 구조물 및 공간들과 부딪치면서 간접적으로 들어오는 빛이 서로 어우러져, 성당의 각 부분은 서로 다른 빛의 양으로 신비감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레요낭 양식에서는 구조가 단순해지고 공간의 분할도 줄어들면서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서 들어온 형형색색의 빛이 일정한 조도로 성당을 가득 채웠습니다. 로마네스크에서 강조되었던 물성(物性)은 고딕을 거쳐 레요낭 양식에 이르면서 사라졌고, 구조의 역할도 줄어들어 성당은 낮게 지어졌습니다. 이제 천장은 높고 창문도 넓게 만들어 빛을 성당에 들이는 것 대신에 천장은 낮지만 단순한 구조로 오로지 ‘빛’만을 위한 성당의 시대가 시작된 것입니다. 그래서 레요낭 양식을 독립된 양식으로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레요낭의 장식성을 독창적으로 보기보다는 전성기 고딕의 재가공이라고 평가하는 것이 더 일반적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레요낭 양식을 후기 고딕의 시작이라고 말합니다. 다음 회에는 레요낭 양식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생트샤펠’을 여행해 보겠습니다.

 

[2021년 9월 5일 연중 제23주일 의정부주보 7면, 강한수 가롤로 신부(민락동 성당 주임, 건축신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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